2009년 8월 24일 월요일

우리말편지, 주석을 보고 해석을 해야하네요 -.-;;

언젠가 사랑하는 이에게

곱고 풋풋한 우리말 꽃편지를 보낼날을 기대하며...^^

 

 

 

꽃솜네 편지

 

                                                                       고경희(시인)

 
어제는 온종일 된볕이 하늘과 땅을 달구어 솔개그늘이라도 그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부터 자분자분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작달비가 되고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무슨 일이라도 낼 것처럼 천지가 요란합니다. 마치 호령 끝에 회초리라도 내려칠까 겁먹은 아이처럼 우렛소리에 몸을 웅숭크리게 됩니다.

 이런 여름날 아침 대나무 숲에는 튼실하고
숫접은 새순들이 여기저기 쑥쑥 올라와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껑충 자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나 감나무 아래는 여기저기 동글동글 파란 채로 떨어진 열매들이 굴러다닙니다.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그렇게 떨어진
감또개들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모양도 망가지지 않은 작고 예쁜 열매들. 가끔 그것들이 만들어 왔을 날들과 만들어가고 싶었던 날들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주워 물기를 닦아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한 사람으로부터 가슴 아픈 고백을 들었습니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고. 난 그녀를 위로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삶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이며 사랑은 물론 아름다워야 한다고
안다니처럼 왕왕 대던 내 고집도 이제야 슬그머니 아주 조금 물러서는 중인데, 어떻게 그 젊고 하 많은 날을 그 믿음도 없이 살아가라 이를 수 있을까요.


  몇 년 전에 열반하신 성철스님은 동안거에 들어가시면서 뵙기를 청하는 기자들에게 당신은 사기꾼이라고 손을 내저었고, 또 김수환 추기경도, 천상병 시인도, 또 최고의 권좌에서 그렇게 거침없어 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을 일컬어 '바보'라고 한 걸 보면, 아무리
야비다리를 부려도 정말 우리네 모두가 '바보들의 행진'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정답이라니요. 허점투성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고작 잘할 수 있는 것이 내 가까이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인데, 그조차 도무지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맘대로 되지 않아
해찰을 부리며 주니를 내다가 밀쳐놓았던 원고를 꺼내놓고, 나를 존조리 타일러 가며 아퀴나 지어야겠습니다.

                                                                                                                            2009년 7월


된볕
〔명〕: 되게 내리쬐는 햇볕
솔개그늘
〔명〕: 솔개가 햇빛을 가려서 생기는 그늘.
작달비
〔명〕: 굵고 거세게 내리는 비. 장대비.
우렛소리
〔명〕:= 천둥소리
웅숭크리다
[동〕: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웅그리다. 웅숭그리다 보다 거센 느낌.
숫접다
〔형〕: 순박하고 진실하다.
감또개
〔명〕: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채 익기 전에 떨어진 어린 감
안다니
〔명〕: 무엇이든지 다 잘 아는 체하는 사람.
야비다리
〔명〕: 보잘것없는 사람이 제 딴에는 가장 만족하여 부리는 교만.
해찰
(명) : 집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쓸데없이 다른 짓.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는 행동.

주니
〔명〕: 싫증 가운데서도 몹시 지루한 싫증.
존조리
〔부〕: 누군가를 나무라고 타이를 때 조리 있고 친절하게 하는 것.
아퀴
〔명〕: 어수선한 일의 갈피를 잡아 마무르는 끝매듭. 어수선한 일의 마무리.

댓글 2개:

  1. 아이고.. 어렵네요. 부끄럽기도 하구요.

    답글삭제
  2. @회색웃음 - 2009/08/24 12:19
    배울게 참 많은 세상이지요?^^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이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텐데 아쉬움이 있지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