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1일 화요일

가족을 느끼게 한 여름휴가 -친정^^

친정을 거쳐 시댁을 돌아 드디어 집으로 왔다.

서울 친정집에서 1박 2일, 광주 시댁에서 2박 3일.

 

마흔 되드락 친정식구들이 전부 모여 나들이 한 번 간 적이 없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마는 이렇게 돌아가시고 아쉬워하며 친정엄마와 언니네 식구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비가 엄청 온다기에 양평으로 가기로 한 계획을 수정하고 마침 우리 서방 생일잔치로 저녁식사를 모여서 했다.

남편생일을 친정식구들이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약간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었는데 언니가 훌륭한 음식솜씨를 발휘해 맛있는 생일상을 마련해줘서 좀 누그러지고 풀어지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중3, 중1, 초등 4학년 이렇게 다복한 언니네는 12인승 봉고차로 움직인다.

개척교회 목사인 형부와 사모인 언니는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늘 느긋하고 행복해보인다. 다행이다. 언니의 복이고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동양화를 전공했음에도 요즈음은 돌잔치 파티플래너로서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여동생네, 증권을 다루는 공기업에 취직해서 무난하게 잘 살고 있는 막둥이 남동생네.

이렇게 모두 모여 고기도 굽고 케잌도 자르고...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 아빠의 빈자리를 못견뎌하시는 엄마는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주무신다.

그래서 넓은 엄마집은 마치 펜션같다.

엄마도 없이 큰 아파트에서 하루 묵고 밥은 식당에 내려가서 먹고...

 

토요일날은 하늘이 찌뿌둥해서 근처 적당한 곳을 들렀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응봉동에 있는 서울숲에 갔다. 참 괜찮았다.

푸른 풀밭과 키 큰 나무들. 곤충관, 식물관. 자전거도 타고 분수쇼도 보고.

엄마가 참 좋아하셨다. 옛날처럼은 잘 되지 않은 식당을 겨울 유지해가는 복잡한 마음이

푸른 숲에서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공원 오두막에서 싸가지고 간 옥수수랑 과일을 먹고 이런얘기 저런얘기도 하면서 그늘의 시원함과 새와 바람과 녹음을 만끽했다.

 

그 다음 코스는 '국가대표' 영화관람

영화평은 한마디로 '내 마음에 스키점프대가 쫘아악 생긴 것 같다'

여름날에 보는 겨울 스포츠영화라 시원했고,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애환에 눈물도 났다. 역시 스포츠영화는 감동적이다.

 고맙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에 뒀다는게. 왜냐면 고생끝에 낙이 왔으니 말이다. ^^

 

저녁은 무더운 여름끝을 마무리할 영양 보충을 위해 추어탕.

내 어린시절 방학 한달내내 논두렁 밭두렁에서 뛰어놀았던 외할머니댁 신내동.

지금은 아파트 천국이 되어버렸다. (아참, 고등학교도 이쪽으로 다녔지)

언니네가 추천한 맛집에서 다들 맛있게 추어탕으로 먹었다.

 

눈에 밟히고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것을 가르쳐준 우리 첫조카 세진이는 중3이 되었고 다큐감독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에 가만 있지 않을 나는 "꼭 다큐만 찍지 말고 다양한 경험상 영화도 찍어보는 게 좋다. 이모는 준비돼 있다."고 속내를 담은 격려를 해주었다^^

첫 조카의 빛에 가려 어느 새 중1이 된 지도 모르고 지낸 둘째조카에게 슬쩍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일단 액수는  첫조카에게 준 선물액수를 제시했다.

헉, 동방신기 시즌3?  사진과 dvd가 담긴 것이란다.

그래 원하는 것을 사주자. 그림도 그리고 있으니 뭐 그려보라고 하고.

나도 둘째다.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첫째를 충분히 씻어주고 둘째에게로 흐른다.

그 점 나도 알기에 그냥 화통하게 사줘야겠다.

 

다들 서울과 서울 근교에 살아 그래도 가끔씩 엄마네 오는데

우리는 무지하니 뭔가 바쁘게 살아가서 이런 자리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인생의 가을같은 중년의 앞자리 중간자리에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다.

가까워서 상처주기 쉬운게 가족이지만

마음 훈훈해지고 있는 자체로 푸근한 게 가족인 것 같다.

이제는 내 대가 아니라 우리 남매들이 맺은 인연들이 낳은 자식들이

서로 교류하고 아껴주고 관심 써주고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차오른다.

우선 자주 보고 만나야 될 것 같다.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나도 참 좋았다.

언니가 생일을 챙기면서 자주 보자고 했다.

언니는 언니다.

 

그나저나 우리 박여사(울 엄마)님이 야심차게 담그신

아삭아삭 짱아찌를 더 팔아드려야 할텐데

안식년하느라 인프라가 네트워크망이 쉬고 있는데.....

그래도 엄마한테 힘을 줘야지!

헤이, 인천의 소서노, 실력을 발휘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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