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다시 108계단 앞에서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던 시절

가끔 버스타고 오거나 전철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 올라오면

한 번은 멈춰서 올려다보던

108계단

 

속세의 번뇌를 신발털듯 떨치고 들어가야할

사찰의 일주문처럼

세상을 잊고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옷깃도 여미고 경건하기마저 해야 할 다짐의 순간.

사실, 몇 번은 비장했지만

대부분은 막막하기만 회색빛 '일단정지'의 시간이었다.

 

나선형의 시간을 타고 올라

오늘,

108계단 앞에 서 있다.

피자 한 판 같은 인생,

그 한 조각을 먹어치우고

 

여기

다시

멈춰서 올려다 보는

108계단

 

어른도 아이도 아닌

무소속의 회색인간

그래도 낙엽지는 가을의 스산한 바람과

은행잎 노오란 눈물을 볼 줄 알게된

철들어 가던 시절.

 

통일의 꽃 임수경

존경하는 문익환 목사님

방북소식도

전철역 가던

그 긴 은행나무 길에서 들었지.

친구와 갑론을박 얘기했지만

소리나지 않는 마이크같았지.

재수생은 유언무성

 

힘차게 날아오를 첫 비행에

한쪽 날개가 꺾여

108계단 앞에 불시착한 독수리.

꺽인 뼈는 진액으로 엉켜

더 단단해졌구나.

20년 긴 비행을 마치고

108계단 앞에 내려앉아

제 부리를 부수고

제 발톱을 뽑아

남은 비행을 위한

새로운 차비를 하는 구나.

 

이젠

모두가 날아가는 그곳으로

따라가지 않으리.

내가 가고픈 곳,

내가 하고픈 활개짓으로

바람을 느끼며

바람속에 떠 있으리라.

비를 맞으며

쇼생크탈출처럼 소리를 지르리라.

해를 정면으로 볼 수 있다지.

그래, 태양도 한 번 맞짱 뜬 눈으로 보리라.

 

"너는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가지고 있는가?"

 

오늘 같은 내일이 아니려면

어제의 나를 밀어버릴 태풍이 있어야 한다.

생성과 소멸

그 과정에 새로운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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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수강하게 된 글쓰기 강좌 장소가

20년전 재수학원 그 자리였다.

학원앞에는 108계단이 있었다.

동네 이름도 해방촌인가 그랬지?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어릴적 철학댓거리에서 배웠는데

개인의 역사 또한 그러한가?

 

20년 그 계단 앞에 다시 서니

감회가 새로웠고

아, 이제 어떤 시절인연이 날 기다리고 있나 싶었다.

 

오감을 열어

새로운 세계를 흠뻑 받아들이고 싶다.

인생아, 내가 간다.

 

 

 

 

 

2009년 8월 24일 월요일

우리말편지, 주석을 보고 해석을 해야하네요 -.-;;

언젠가 사랑하는 이에게

곱고 풋풋한 우리말 꽃편지를 보낼날을 기대하며...^^

 

 

 

꽃솜네 편지

 

                                                                       고경희(시인)

 
어제는 온종일 된볕이 하늘과 땅을 달구어 솔개그늘이라도 그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부터 자분자분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작달비가 되고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무슨 일이라도 낼 것처럼 천지가 요란합니다. 마치 호령 끝에 회초리라도 내려칠까 겁먹은 아이처럼 우렛소리에 몸을 웅숭크리게 됩니다.

 이런 여름날 아침 대나무 숲에는 튼실하고
숫접은 새순들이 여기저기 쑥쑥 올라와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껑충 자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나 감나무 아래는 여기저기 동글동글 파란 채로 떨어진 열매들이 굴러다닙니다.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그렇게 떨어진
감또개들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모양도 망가지지 않은 작고 예쁜 열매들. 가끔 그것들이 만들어 왔을 날들과 만들어가고 싶었던 날들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주워 물기를 닦아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한 사람으로부터 가슴 아픈 고백을 들었습니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고. 난 그녀를 위로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삶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이며 사랑은 물론 아름다워야 한다고
안다니처럼 왕왕 대던 내 고집도 이제야 슬그머니 아주 조금 물러서는 중인데, 어떻게 그 젊고 하 많은 날을 그 믿음도 없이 살아가라 이를 수 있을까요.


  몇 년 전에 열반하신 성철스님은 동안거에 들어가시면서 뵙기를 청하는 기자들에게 당신은 사기꾼이라고 손을 내저었고, 또 김수환 추기경도, 천상병 시인도, 또 최고의 권좌에서 그렇게 거침없어 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을 일컬어 '바보'라고 한 걸 보면, 아무리
야비다리를 부려도 정말 우리네 모두가 '바보들의 행진'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정답이라니요. 허점투성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고작 잘할 수 있는 것이 내 가까이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인데, 그조차 도무지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맘대로 되지 않아
해찰을 부리며 주니를 내다가 밀쳐놓았던 원고를 꺼내놓고, 나를 존조리 타일러 가며 아퀴나 지어야겠습니다.

                                                                                                                            2009년 7월


된볕
〔명〕: 되게 내리쬐는 햇볕
솔개그늘
〔명〕: 솔개가 햇빛을 가려서 생기는 그늘.
작달비
〔명〕: 굵고 거세게 내리는 비. 장대비.
우렛소리
〔명〕:= 천둥소리
웅숭크리다
[동〕: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웅그리다. 웅숭그리다 보다 거센 느낌.
숫접다
〔형〕: 순박하고 진실하다.
감또개
〔명〕: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채 익기 전에 떨어진 어린 감
안다니
〔명〕: 무엇이든지 다 잘 아는 체하는 사람.
야비다리
〔명〕: 보잘것없는 사람이 제 딴에는 가장 만족하여 부리는 교만.
해찰
(명) : 집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쓸데없이 다른 짓.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는 행동.

주니
〔명〕: 싫증 가운데서도 몹시 지루한 싫증.
존조리
〔부〕: 누군가를 나무라고 타이를 때 조리 있고 친절하게 하는 것.
아퀴
〔명〕: 어수선한 일의 갈피를 잡아 마무르는 끝매듭. 어수선한 일의 마무리.

2009년 8월 21일 금요일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프롤로그 - 글쓰기의 꿈

 

꿈은, 이루어진다.

타르코프스기 감독의 <잠입자>

성철, 몽중일여

어떤 선승 이야기

정직과 자유의 시인, 김수영

도덕적 정직과 실질적 정직

실질적 정직과 산문적 글쓰기

전태일, 타락한 정신

전념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1.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글쓰기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2. 글쓰기의 입구, 씨앗 문장과 씨앗도서 : 독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 우화

글쓰기를 선택하는 세 가지 층위의 동기들

나의 경우

씨앗 문장

사무사

즐거운 필독, 1000권

줄탁동기

읽다 지루하면 접어라

씨앗도서 지도 만들기

뷔페식 독서

열권 이상 펼쳐놓기

집중력 높이기

밑줄의 빈도와 공명의 강도

묵상, 재독, 따라 쓰기, 변주, 암송

운명적인 단 한 권의 책

과정을 즐겨라

 

3. 새로운 창작 강의를 꿈꾸며

습작생들이 경험하는 일반적 과정

지금 여기에서 창작하기

질무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기

 

4. 언치와 언어적 감수성

대부분이 언치다

소설가 지망생들조차 언치가 부지기수다

언어적 감수성, 글쓰기의 필수요건

언어맛보기

언어로 존재하기

 

5. 일상언어와 출판언어

말재주와 글솜씨는 서로 비슷하면서 다르다

일상언어와 출판언어 역시 같으면서 다르다

차이는 사소하지만 울림은 크다

 

6. 일상언어 탈주하기

일상언어를 경계하라

관용구를 피하라

 

7. 주인공 및 화자 되기

표현한 내용과 해석한 내용은 다를 수 있다.

표현한 내용과 표현된 내용은 같아야 한다.

주인공-되기

주인공- 되기, 화자 - 되기, 주인공 및 화자되기

개성적 자아와 성찰적 자아

주인공 및 화자 되기와 또 다른 일례들

문체

개인적 감수성

 

8. 다수언어와 창작언어

감수성이 무디어지면 다수 언어가 된다.

상투적 문장과 평이한 기록문

기성작가들의 창작언어

창작언어, 소수자 되기

 

9. 구현적 글쓰기: 실질적 사실을 보여주기

전달 방식으로서의 구성

스토리와 플롯

구현으로서의 글쓰기

일관된 주제의식

은유와 환유

모티프

강렬한 문제의식으로 글쓰기

 

10. 단계별 글쓰기 : 장르 탐색

탐색과 모험으로서의 글쓰기

장르 이전의 글쓰기

낙서와 메모, 글쓰기의 시작

하이쿠와 아포리즘, 그리고 시

실질적 정직과 산문정신

사생글

산문화

산문

애세이

습작생 산문의 문제점

낯설게 하기와 정직하게 하기

서술방식, 비유와 대구

단락 만들기

생활글

서사적 글쓰기

단락장 만들기

소설

글쓰기와 기본훈련

 

에필로그  본질적 감수성

좌충우돌 글쓰기

호흡지간의 글쓰기

개인적이면서 사무사한 글쓰기

진도몽상의 연쇄작용

본질적 감수성

지금. 여기에서의 글쓰기

2009년 8월 20일 목요일

포스트 잇에 써 있는 글

사랑하나요 지금나처럼

나와 살던 슬픔 보낸거죠

꽃이 진자리 그 꽃 또 피듯

이젠 기쁨의 차례일테니

그대 사막의 별처럼 나를 비추네요

 

그대를 보면서 삶의 길 찾은 걸요.

미소 가득한 날 봐요.

그대 보다 작은 나를

나를 위로 삼아 외롭지 말아요

 

정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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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인가보다.

다 이유가 있겠지. 적어 놓은 이유가

어디에 feel 이 꽂힌 걸까?

다 사연이 있겠지 ................

 

 

 

 

2009년 8월 19일 수요일

싸이코드라마

생일날 미역국도 못얻어먹고 정신없이 서둘러 딸내미 들살이(방학캠프?) 보내고

드라마치료 연수를 하러 전철을 탔다.

 

싸이코드라마.

 

올해 6월에 처음 맛 본 이 '드라마치료'는 그 에너지와 영향력이 10점 만점에 9점이다.

MBTI, 에니어그램, 꿈작업, 춤테라피, 색채치료, 미술치료, 현실요법등 그 동안

공부하고 들어 본 것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여타의 것들은 따스한 공감을 통한 치유,

마치 따스한 차와 푸근한 포옹,그리고 경청이라면

싸이코드라마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응시하면서 맞짱을 뜨는

냉정한, 막다른 골목에서 상처를 직면하는 것 같다.

이것또한 다 내 투사이지만.

 

먹고 살고,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마음은 있겠지만 방법도 잘 몰랐던

그저 사랑하고 기죽지 않게 가르쳐야겠다고 아둥바둥 악착같이 사셨던 부모밑에서

그래도 좀 따스하게 안아주지, 그래도 좀 내 말을 들어보지, 그래도 좀 내가 얼마나 두렵고 외롭고 슬픈지 한번이라도 쳐다보지 그랬어 하는 아쉬움이

몸속, 맘속에 슬픔의 항아리가 돼서 오랫동안 묻혀있었던 것 같은 나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 다 잘돼라는 마음으로

자식을 옴짝달싹 못하게 얽어매고 손도 묶고 다리도 묶어

오직 부모가 하라는대로 로봇처럼 움직이게 하는

가슴과 생각은 없애버려야 하고 오직

지식과 부모의 지시를 인식하는 센서만 있는 그런 표정없는 피가 식은

서른살이나 먹어 독립을 갈구하는 어른아이를 만났다.

 

결핍도 과잉도 모두 상처구나, 하면서 내 결핍이 위로를 받았다.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의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 엄마를 떠날 거라고, 엄마가 너무 부담스럽다고하는

오열, 그 진동과 파장이 공간 전체를 흔들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눈물이 흘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속박이 한 영혼을 질식사시킬 수 있다는 엄청난 파괴력을 잔인함을 느꼈다.

부모는 전혀, 한번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리라, 오직 사랑했고 걱정했다.

 

나는 00000라고 생각해. 나는 0000 했으면 좋겠어.

아이는 수도 없이 얘기했겠지만 다 거절당하고 금지당했다. 오직 엄마의 뜻대로만 살아야했다.

내가 유일하게 숨쉴 수 있는 친구와의 대화, 나랑 똑같이 엄청난 사랑의 무게에 눌린 친구, 내 맘 깊숙한 얘기를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줬던 그 아이를 엄마는 사귀지 말라고 했다. 몰래 내 일기장을 훔쳐봤고 하루에도 수 없이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어보고

서른 가까운 지금에도 전화를 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한다.

난 혼자서 뭘 할 수 있는데 엄마는 내가 할 수 없다고 한다. 엄마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난 엄마가 원하는대로 해 왔고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난 독립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대로 내 맘대로 해보고 싶다.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여행도 가보고 싶다. 일곱살때 좋아하는 친구보러 가려고 했는데 버스타고 간다고 안된다고 해서 못갔다. 엄마는 그랬다.

 

그런데 사실 두렵다. 솔직히 편하고 익숙하다.

엄마 곁에서 엄마가 해주는 것을 받아먹고 사는게.

그냥 엄마 곁에서 엄마 말씀대로 사는게 편할 것 같다.

그리고 내 힘으로 사는 것은 힘들것 같기도 하다.

 

내 삶을 살고 싶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엄마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진정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

엄청난 거부의 액션들이 있었지만 아이는 막상 독립의 문을 열고 나가지 못했다.

멈춰서 있었다. 한참을.

 

다시 엄마한테 가라고 했다.

 

드라마가 길어져간다.

엄마랑 그대로 살게 되었을때, 독립했을 때 두 가지를 설정하고 그 이후 10년까지 상상해보는 장면을 배치했다.

리얼했다. 끔찍했다. 선명했다. 나는.

 

결국 아이는 독립했고 그때부터 스물일곱 어른으로 자리를 찾게 되었다.

모두들 독립만세를 외치며 축하해줬다.

 

처음을 연인과 몸을 열어 사랑을 하고

순결을 잃었기에 다시는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없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처녀인척 연기를 해야 하는것인가 고민하는

어느 학교 선생님.

 

대학원 과정에서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의 왕따를 견뎌야 했던 상담사,

 

딸을 너무 사랑하는데 자꾸 얽어매게 되는 학교 선생님,

 

아침 일찍 마트에서 장을 봐서 저녁 11시까지 함께 있자고 몇 달을 그렇게 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 그리고 그와 비슷한 남편때문에 하루에 두세시간 밖에 잠을 못자는 정열의 연극배우.

 

삶을 둘러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상황, 그 안에 묻혀있는 내 마음, 그 속에 갖가지 감정들을 뼛속까지 기억해 가는 내 몸.

숨을 막고 표정을 지우고 몸을 허무는 그 무의식의 파괴력.

 

좋고 밝고 우아한 감정들만 예쁜 접시에 담아 내놓고

어둡고 반사회적, 반상식적이고 , 비천하고 노골적인 감정들은

우리 마음 속 저 깊은 지하창고에 처 넣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살아있고

정말 내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다.

밖으로 꺼내서 얘기를 들어주고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똘똘 뭉쳐

어느날 나를 무찌르려고 쳐들어 온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내 삶, 내 주변사람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독화살을

날리기도 한다.

 

첫날 1차 뒤풀이를 마치고 2차를 가는 길에 디렉터 선생님이 한 말씀하셨다.내게

삶이란 천사도 있고 악마도 있는데 000생님은 주로 천사쪽 삶을 지향하고 그곳에만 살려고 한다. 삶은 통합적이다. 악마쪽 삶도 느껴봐야 통합적이 된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 과정에 겪어야 할 고통들, 번민들, 결단과 선택들을 통해서 어른이 돼 가는 것이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것들, 멈춰있는 성장점들.

참만남을 할 용기가 있는가 나?

 

이미 만나가고 있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있다.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만나는 척, 듣는 척, 공감하는 척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또 오고 또 말을 걸고 그런 것 같다.

 

집착과 방치

 

나도 우리 딸을 잘 독립시킬 수 있을까?

아니, 지금 단계는 온전히 사랑하고 있고 무엇을 하든 믿어주는 그 한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이어야 한다는 그 단계인 것 같다.

절대적 믿음과 사랑이라는 목욕탕에 마음껏 놀고 표현하고 잠겨있고 그래야

허허벌판같은 곳에 홀로 내 팽겨쳐지는 느낌이 들 인생 어느 시점에

그래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직면하고 나아갈 그런 자존감을

갖게 할 것 같다.

 

충분히 사랑받아 사랑을 줄 수 있고

충분한 거리밖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랐으면 좋겠다.

 

오직 바라기는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작업하면서 여성회 사람들이 떠올랐다.

일년에 한 두번은 살면서 차 올라 있는 독가스들을, 응축돼서 액화돼서 그 무게로 숨을 못쉬게 하는 그것들을 바깥세상으로 풀어주고 걷어내는 굿마당을 펼치면 좋겠다.

 

이번 워크샾에서는 보너스선물로 친구도 사귀었다.

여성성이 많은 동갑내기

나이 서른에 발견한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미국으로 까지 날아가 공부하고 있는 용감한 친구. 사회를 바꿔보려고 꿈궜던 것, 신에 대한 사랑, 파헤침,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얘기가 통할 것 같은 친구.

 

다시 미국가서 한 10년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 연극계와 연극치료 영역에서 좋은 리더가 되길 기원한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과 고통도 함께 이해한다는 것이다.

웃고 있지만 가슴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을 느끼고 볼 줄 아는 것.

그것은 내 안의 눈물과 무의식을 알아가는 작업량 만큼이 아닐까.

 

 

 

 

2009년 8월 15일 토요일

1만시간의 연습

어제 약속시간 전 애매한 짬시간에 서점에 갔다.

살면서 이런 자투리시간은 짜릿한 흥분마저 준다.

어쩔 수 없는 생긴, 내가 일부러 만들진 않은 이 시간은

마치 신의 준 휴식의 선물같다. 네 맘대로 해봐, 그냥 네 것이야 ~~하고 건네주는 ^^

 

자기계발서가 갖는 중독성과 엄청난 가독성, 순간몰입성에 의해

약속시간 5분전까지 5분의 3 정도 읽었다.약속끝나고 마저 다 읽었다.(알뜰살뜰^^)

'좋아하는 일하면서 먹고살기'

아, 이 제목이 갖는 엄청난 유혹,날름날름~~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을 든 이유는 이후에 있을 약속에서

선배가 할 제안사항을 내가 이미 절반이상 예상하고있는 것이고

또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그 제안에 대한 일종의 내 대답아니었을까 싶네.

 

좋아하는 것과 먹고사는 일과의 그 접점.

그러나 놓고 싶지 않은 이것.

언제 멈출 지 모르는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피워올리고 싶은 어떤 불꽃.

(어떤 불꽃일까? 창조의 불꽃~~)

 

책에서 얘기하는 자기를 알아가는 여러방법중 이미 내가 한 것, 하고 있는 게 있다.

mbti, 에니어그램, 직업심리검사....

 

1만시간.

뭔가를 능숙하게 전문가스럽게 하려면 넘어야 할 한도점이

요놈의 1만시간이라고 요즘 나온 책들은 대부분 말하고 있다.

미국의 어느 학자가 연구한 결과란다.

 

하루 3시간씩 10년동안 해야 하는 연습의 시간.

 

이 말 들으니 갑자기 고 1때인가 언니 남자친구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하루 4시간씩 매일 공부하면 된다고. (명문대 의대에 진학하신 분의 말씀이니 뭐 할말은 이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향해 이런 꾸준한 연습의 시간을 한 적이 있었던가?

 

'1만시간의 연습' 하면

뭐 해보면 될 것 같고 전문가가 되려면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싶은 단순한 생각이 들지만

 

'하루 3시간씩 10년동안' 이러면

갑자기 숨도 좀 막혀오는 것 같고, 내 인생이란 피자판에서 아주 큰 조각을 떡하니 잘라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더욱이 그럼 나 50살? 할머니? oh, my god !!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젠 돌아와 거울앞에선 내 누님이 된 중년의 내가

반드시 거울을 통해 반드시 대면해야 할 문제이다. (이리와 앉져봐라)

 

뭉텅이 생각들, 덩어리로 있는 걱정들을 잘 분석해야 한다.

우선 나라는 사람, 나도 잘 모르겠는 나 자신부터 잘 뜯어봐야지.

그리고 분석과 종합, 기타 등등 과정을 통해 어떤 결론이 나오든

결단은 있어야 한다. 용기라고 하지.

 

현실이라는 거.

칼에 베이는 것처럼 섬뜩하다.

현실이라는 거.

갑자기 등에 얼음이 쏟아부어지는 것처럼 차갑다.

현실이라는 거.

가을 해질녘,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간 공원 벤취에 홀로 앉아있는 것처럼 쓸쓸하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거.

그거 내가 만드는 내 요리이다. 내가 주방장이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밥상이 될 수도 있고

화려하지만 빈곤한 밥상이 될 수도 있다.

차가운 재료로 뜨거운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쓰디쓴 풀로 입맛도는 향긋한 나물을 무칠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에 행복지수를 둘 것인가에 달려있다.

남의 생각, 남의 시선, 잠시 불편하고 신경도 쓰이지만 역시나 남의 것. 남의 요리

 

내 몸으로 내 마음으로 내가 살아가는 거.

인생이란 달콤함과 씁쓸함이 같이 있는 것 (어 이거 초코렛아니감?^^)

 

잘 생각해보라고 이리 멈춰서 있는 것이리라.

이미 내 영혼은 이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이 시간이 내게 필요하다고

 

1만시간.

양적축적의 질적변환(양질전환의 법칙?)

나선형 발전의 법칙

부정의 부정의 법칙

 

무엇으로?

 

에니어그램의 성격유형상

내 유형으로는

'무엇으로'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1만시간'도 결코 쉽지 않다.

 

에니어그램의 성격유형상

이건 모든 유형이 다 쉽지 않다.

 

아,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그래, 그럼 요기까지.

2009년 8월 13일 목요일

영계노학? ^^

갈매기와 가깝게 지내는 정자 - 압구정

어제 강남의 유명한 거리라고 알려진 요 압구정에서 우연한 기회로 무료 특강을 하나 들었다.

이십대 중반 사회단체에서 처음한 일이 홍보일이라 관심과 어떤 아쉬움이 계속 있었던 차에  무료강의가 있다기에 그냥 덥석 신청한 것이다^^

처음 가는 곳이라 전철도 반대편으로 갈아타서리 20분이나 늦었다. 첫강의 강사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지각생의 미안함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뿔사! 요긴요긴  아주 그냥 푸릇푸릇, 생기발랄한 젊은 청춘남녀들이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는 곳이었다.

순간, 흑 일찍이나 올 것을...... 모두들 '아니, 저 중년의 여인이 어인일로????' 하고

쳐다보는 것 같아 그냥 저절로 내 마음이 급쪼그라듦 현상을 겪었다.

 

내 신세는 한마디로 영계일학!

(일학이 좀 자화자찬인듯도 하니 영학일계하고 할까나? 아냐아냐, 강의동안 내가  안고 있던 부담감에 대한 보상으로 영계일학으로! 그리고 영계라고해줬잖아, 영계^^)

 

그러나 중년의 노련함과 아줌마의 당당함으로(빈자리가 생겼을때 돌진하는 경우같은 ^^)

자리에 앉아서 참 재밌게 강의를 들었다.

(대답도 잘했고 손도 몇번 들어 의견도 말했다.^^  어떻게해서 온 자리인데!)

 

첫 강의의는 잘 생각이 안나네. 앞에 20분을 잘라먹었더니..

하여튼 광고학 총론같은 것. 재미있었다.

 

두번째 강의는  소위 학원장 직강의 프리젠테이션.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책도 열권 가까이 쓰고 번역한 얘기하면 알만한 CF광고를 만든 분이었다. 처음으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좀 자세한 얘기를 들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배웠다. 계약의 당락이 결정되는 진검 승부사인 것 같다. 요 PT라는 것이.

( 나는 문서위주의 아주 긴~~~ 회의와 토론 즐기는(?) 문화에서 주로 있었기에 요런 것은 주로 드라마에서나 보거나 유명 IT회사 대표의 동영상 본 정도라 매우 신선했다. ^^;; )

 

세번째 강의는 예쁜 셋째딸처럼 맘에 들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AE(ACCOUNT EXECUTIVES)가 실제 사례들을 자세하고 생동감있게 전달했다. 근데 이 강사님 나와 동갑이었다. 광고주와 진하게 만나느라 집에도 못들어가고 회사에서 자고 겨우 나왔다며 광고계의 현실과 어려움, 광고의 매력등에 대해 생생하게 얘기해줬다. 역시나 시대의 흐름상 핸펀이나 신용카드 광고 기획이 많은 듯했다.

 

강의 총평을 크게크게 하자면 (내용, 형식, 강의방식, 내 생각, 다 그냥 짬뽕으로 + 해서)

- 강의가 재미있다는 거.:  당연하지. 광고가 재미없으면 어떡하냐^^

- 열린마음, 열린생각이 전제 되어야 한다는 거: 고정관념이 있으면 일 자체를 못함.

- 광고의 외피는 환상이지만 진피는 현실적, 논리적, 실리적, 설득적이어야 한다는 거

: 밑줄은 내게 엄청 부족하거나 친하지 않거나 익숙치 않은 거.

- 창조성과 직감, 문학과 영상과 미술과 기술... 총체적인 지식을 기반한 이해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종합적인 능력으로 집대성되야 한다는 거.: 뭐, 안그런 분야도 없지만...

 

☼ 내내 들었던 생각

 

- 광고가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면 이 정도로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발달할 수 있었을까?

: 아주 근원적인 질문이며 다양한 얘기를 해 볼 수 있을 듯.

 

- 여하튼 현재로서는 광고는 양날의 칼 : 누가 어떤 내용의 칼을 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 솔직한 질문은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광고가 할 수 있는 역할은?)

 

 

☼ 여담

이래저래 홍보(선전이라고도 했음)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  처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 또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그리고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 그것을 실현할 테크닉, 뭐 이런 것들에 대한 기초지식과 이해, 공부, 얘기할 그룹이 없었기에 완성도가 맘에 흡족치 않은 생산물들을 내야 했던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특히나 몇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수공업적으로 오직 몸과 열정만으로 이 고도의 전쟁을 치르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홍보, 광고는 모두 돈과 직결된다. 정말로!

속으로는 솔직히 광고전문가가 있어서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자문을 받았으면 더 좋을텐데하는 안타까움도 나는 갖고 있었다.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읽게된 것인데 옛날 엄혹한 시기를 딛고 한겨레신문이 출범하기 위한 준비를 할 때 어느 노장의 유명한 카피라이터가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광고가 양날의 칼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좀 더 나은 인간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공헌 할 것인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생각을 풀어주고 팍팍하게 막힌 가슴을 열어주고

한쪽 부위만 지나치게 쓰는 뇌를 순환시켜주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런 강의, 공부, 생산물을

좀 자주 만나야겠다.

 

몸과 생각과 마음이 좀 부들부들해진 것 같다. 아, 이게 젊어진 것 아닐까?

 

oh, I'm 영계, too?  thank ~~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가족을 느끼게 한 여름휴가 - 시댁 ^^

ktx를 타고 전라남도 광주 시댁에 갔다.

가게를 정리한 큰 아들도 궁금하셨을 것이고

여름방학을 맞은 손녀딸도 많이 보고싶으셨기에

벌써부터 내려오라고, 아니면 딸내미만 보내라고 시아버님이 전화를 몇 번 하셨다.

 

서방이 자기는 카드가 없다며 내 카드로 기차표를 샀다. -.-;;

와우, ktx 비싸네...

염증때문에 여전히 다리가 불편한 상태이니 운전을 하기엔 무리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차여행에 대한 향수나 기대가 덤으로 오고

화장실도 있으니 뭐 딸내미 생각하면 안심이니 됐지. 좋아 출발.

근데 의외로 좌석이 좁아서 불편하고 중요한 것은 달걀도 안팔고 식당칸도 없고 그렇다는 거. 그저 말쑥하게 차려입은 여승무원들이 오고가며 깍듯하게 인사한다는 거 말고는

별 장점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빠르다는 것이 결정적 장점이기는 하나)

 

조카를 눈빠지게 기디라고 있던 또 한사람, 삼촌(강아지 사라고 돈도 부쳐준)이

마중을 나와 바로 간 곳은 큰집 제일 큰 고모네 식당. (참고로 큰집 고모는 6명)

사랑하는 동생이자 장손이 온다고하니

말로만 듣던 염소고기를 수육으로 해서 한 상 차려주셨다.

고기를 안 먹는 나는 양념 범벅인 전라도 김치만 속쓰리게 먹었다.

염소는 여자한테 좋다던데..... 다행히 딸이 먹었으니 ...뭐......

 

다음날은 근처에 사는 고모 세 명의 가족과 아버님과 우리 삼촌 둘과

다같이 곡성 어느 계곡으로 이른바 가족피서를 갔다.

그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세째고모가 큰 음식들은 다해오셨다.

물이 참 맑아서 다들 좋아라하고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치고 놀았다. 아버님도 ^^

우리 시댁 큰집 작은집 식구들은 모두 목소리가 크고 화통한 편이다.

사위들이나 아직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인 나 빼고는 삼촌, 고모들, 아버님, 큰어머님 모두들 엄청 목소리가 크고 소리도 잘 지르신다. (사실 난 적응이 안된다. 아직도....ㅎㅎ)

 

맑고 힘차게 흐르는 섬진강 상류계곡의 한 낮은 술과 기름진 안주와 과일로 풍성하게 흘러갔다. 좀 얼큰해지신 아버님이 한 말씀하셨다. 내게.

나를 딸처럼 생각하는데 왜 연락도 잘 안하고 그러느냐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렇다 아버님은 기분파이시고 호방하시다. 풍류를 즐기실 줄도 알고 큰집 작은집

일가친척 두루두룩 챙기시는 청년이시다. (완도에 사실때도 줄 곧 청년회장을 하심^^)

아버님은 날 딸처럼 생각하신다고 결혼 전부터 얘기하셨고

떡두꺼비같은 아들 셋을 두신 든든함이 허전함으로 바뀌면서

살가운 정을 느끼게 하는 딸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셨다.

그래서 무덤덤하고 표현없는 (그리고 당신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형편들인) 아들들을

뒤로하고 큰 집 딸들의 유머와 정겨운 관심을 좇아 가셨다. ㅎㅎ

근데도 정작 자신의 직계 핏줄인 아들과 그리고 현재까지 유일한 며느리인 내게도 살가운 사랑과 표현 관심을 원하신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이면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님이 걱정된다.

문자라도 넣을까 싶지만 잘 안된다. 왜 마음처럼 안될까 생각해보니

내 친정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리 살갑지 않았고 관계형성이 잘 되지 않아서 것 같다.

더 깊게는 난 남자 어른들을 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난 내가 볼때 정도 많은 사람인데 표현도 잘 하는 사람인데

목소리가 크거나 소리를 잘 지르거나 직설적인 사람들에게는 적응이 안된다.

다소곳하게 아버님께 이런 얘기를 했다. 남자어른이 좀 어렵다고.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좀 어려워해서 연락을 많이  안드렸다고 .

 

그렇다. 소위 운동한다고 돈도 제대로 못벌고 멋도 부리지 않고 선머스매처럼 사는 딸이 아빠는 못마땅하셨고 늘 걱정이셨다. 돼도 않는 꿈을 꾸는 철없는 딸, 그렇게 사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길이라며 고집을 부리는 딸.

딸은 자꾸 막아서고 반대하고 회유하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자주 할 수 없었다. 연락하면 부모자식간이라 마음이 약해지게 될까봐 한 손을 내밀면 두손을 다 내어놓으라고 할까봐 연락을 안했다. 가끔 보고싶어 연락을 하면 역시나 걱정반 잔소리반이었다. 보고싶은 마음을 채 전달하지도 못한 채.....^^

 

앞으로는 맘이 들때마다 문자라도 넣어드려야겠다. 친정아버지께 다 전해드리지 못한 사랑을 시아버님께 드는 마음만큼은 전해드려야겠다.

 

사실, 시댁 식구들중에 제일 마음이 쓰이는 분은 바로 시어머님이다.

시어머님은 그림자같은 분이시다.

도통 말이 없으시고 아들 셋과 남편, 이렇게 남자들 세상에서 모든 궂은 일을 다 맡아 해오셨다. 큰소리 한 번 없이 정말 그림자노동을 하셨다.

끊임없이 식당에 나가 일을 하시면서 생활비를 마련해오셨다.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을 하나도 없다. 옷 한 벌 자기를 위해 사 입으신 적이 없다.

내가 딸내미 가졌을때 유산기가 있어서 친정집에 잠시 쉬고 있을때 고속터미널에서

어머니 옷을 십여벌 사서 보내드렸네 여태 입고 계신다. 그때 참 좋아하셨다.

좀 무리해서 화장품을 사드리면 어머님은 아끼고 아껴쓰신다.

이번에 내려가서도 큰아들은 가게 정리하고 다리가 불편해서 쉬고 있고 나도 뭐 쉬고 있다고 하니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걱정을 하신다.

손주딸 피아노 배우는 비용도 보내주고 싶지만 막내아들 가을에

장가보내는 데 돈을 거의 쓰셔서 여유가 없으시다면 미안해하신다.

없는 집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다며 나를 위로하신다.

 

오로지 자식과 남편이라는 (이젠 손자들까지) 가족을 위해 사신 분이다.

이제는 환갑도 지나셨으니 여행도 하시고 좋은 것도 누리시면서

당신 삶을 사셨으면 좋겠는데

나도 말뿐이지 해드릴 능력이 별로 없다. 그저 어머님 삶을 사시라는 뻔하고 공허한 말씀만 드렸다. 흑흑

 

일년에 한 번 쌀을 보내주실때면 쌀가마니에 안에 비닐주머니에 돈을 넣어 보내신다.

예현이 옷이라도 사 입히라고. 그걸 꺼내 볼때면 가슴이 찡하다.

이토록 부모란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은 마를 줄 모르는가 해서...

얼마전 김치를 보내시면서도 큰아들 생일때 쓰라고 비닐에 돈을 넣어 보내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곧 있을 내 생일에 맛있는 거 사먹으라시면 가불해 오신 돈봉투를 주셨다. 내가 드려도, 자식들이 드려도 부족할 판인데 참.....

 

어머니를 보면 이 땅에서 어머니로 산다는 것이,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그리고 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날 직접 낳아주신 분은 아니지만 우리 친정엄마와도 비슷하고

그리고 대다수 그 시절 어머니들의 삶이 그러한 것 같다.

풍류와 멋은 아시지만 결코 살갑지는 않은 남편과

오로지 아들 셋 키우는 보람과 재미로 모든 고생을 무릎쓰고 사셨지만

어느 새 자기 인생들을 살아가는 성장한 아들들.

 

어머니는 이제 어디에서 아니, 지금껏 어디에서 위로와 충전을 받으시며

살아오셨고 앞으로 살아가실 것인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자기 삶을 충실하게 살아 낸다는 것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혹여 수입이 생기면 가장 먼저 시어머님께 멋진 옷을 사드리고 싶다.

 

오래전 태풍이 와서 완도 큰댁에 갈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머니를 모시고 담양인가 어디인가에 있는 오래된 사찰인 화엄사에 갔었다.

거기서 긴 뜀박질을 마치고 숨을 고르는 듯한 느낌을 어머니에게서 받았다.

사찰의 고요함과 가을 바람과 당신의 자식들과 평화롭게 걸으면서 나무도 바라보고

얘기도 나누는 과정에 어머님의 얼굴표정은 온화하고 편안했다.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동서라는 새로운 관계가 생기면 시댁의 관계지형이 어찌 변할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있을 때 우러나는 마음만큼은 이왕이면 표현하고 그리고 사랑하고 살아야겠다.

 

 

 

 

 

 

 

 

 

2009년 8월 11일 화요일

피아노학원 데려다 주는 길

정말 엄마가 된 느낌이었다.

딸을 위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동네 피아노 학원을 함께 가보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하는 과정이...

 

근데 계속 이런 내 모습이 내가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이래도 되나하는 그런 물음표가 머리에 붙어있었다.

이러면 뭐가 안되는데? 반문하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젊은 선생님께 보내고 있다.

가슴은 아마 보람과 기쁨같은 게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나를 챙기고 내 아이를 돌본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언제 어디에서 얻어진 강박일까?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공동선과 개인의 행복이  왜 내겐 이리 분리되어 있는걸까?

내 자식만 챙기는 것 같은 죄책감일까?

도대체 어느 선까지일까?

이런 생각은 내 몸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 세상 어느 누구의 아이라도, 모든 아이는 어른의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어른들은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

굳이 어린이 인권선언을 들먹이지 않아도 참말로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현실!

이제껏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려고 애써왔다.애썼다.

어느 누구 혼자서 어느 집단 하나가 풀 수 있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눈과 마음과 몸을 놓치 않고 돌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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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이 키 큰 나무에서 반짝반짝거리며 스르스르 소리도 내며 흔들리고 있다.

얼마 안되는 거리이지만 딸은 그래도 엄마랑 같이 가자고 한다.

혼자 가도 되는데 싶지만 스스로 혼자 간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어쩜 이리 간절하게 엄마를 좋아하는 지, 어쩜 이리 엄마를 원하는 지.

지나간 세월, 충분히 사랑하고 안아주고 함께 하지 못한  세월이 찬바람처럼

내 속을 헤집고 간다.

아니야, 아니야, 앞으로 함께 하면 돼. 어쩔 수 없었고 나도 정신없이 바빴어.

나름 최선을 다했어. 마음을 다잡고 길을 나선다.

지렁이도 보고 매미도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간다.

어느새 생님네 아파트 입구다.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책이라도 가져올 걸^^)

알았다고 하고 놀이터와 산책길을 걸어다닌다.

책없이 그냥 푸른 나무밑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것도 괜찮다.

이런 행복을 주는 딸이 고맙다.

 

내 가슴이 원하는대로 하리라. 나는 나를 믿는다.

 

핸펀 사진을 정리하면서...

올해 초였나?

공동체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했다.

예술을 넘넘 사랑하는 공동체는 늘 노래와 춤과 영상과 갖가지 이벤트를 준비한다.

원래 연극의 양념같은 역할정도였는데 하다보니 주류가 되었던 고고70.

이름하여 와일드걸즈와 데블스. ^^

평균연령 40세 이상이었다. 오빠들 힘드셨다.

행사마무리는 맘마미아 라스트씬을 재연했다. 여성출연자 중 내가 최연소였다. ㅎㅎ

안타깝게도 맘마미아 장면은 없구나.

다음날 중년, 장년 오빠들과 대학생 팬들에게 싸인해줬다.

의상 직접 만드느라 간호사인 왕언니 손에 불났다.

일일이 반짝이 옷에 붙여 꼬매느라 나도 잠을 못잤다.

 

40맞이, 그래 소원 하나 풀었네. ㅎㅎ

 

가족을 느끼게 한 여름휴가 -친정^^

친정을 거쳐 시댁을 돌아 드디어 집으로 왔다.

서울 친정집에서 1박 2일, 광주 시댁에서 2박 3일.

 

마흔 되드락 친정식구들이 전부 모여 나들이 한 번 간 적이 없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마는 이렇게 돌아가시고 아쉬워하며 친정엄마와 언니네 식구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비가 엄청 온다기에 양평으로 가기로 한 계획을 수정하고 마침 우리 서방 생일잔치로 저녁식사를 모여서 했다.

남편생일을 친정식구들이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약간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었는데 언니가 훌륭한 음식솜씨를 발휘해 맛있는 생일상을 마련해줘서 좀 누그러지고 풀어지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중3, 중1, 초등 4학년 이렇게 다복한 언니네는 12인승 봉고차로 움직인다.

개척교회 목사인 형부와 사모인 언니는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늘 느긋하고 행복해보인다. 다행이다. 언니의 복이고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동양화를 전공했음에도 요즈음은 돌잔치 파티플래너로서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여동생네, 증권을 다루는 공기업에 취직해서 무난하게 잘 살고 있는 막둥이 남동생네.

이렇게 모두 모여 고기도 굽고 케잌도 자르고...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 아빠의 빈자리를 못견뎌하시는 엄마는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주무신다.

그래서 넓은 엄마집은 마치 펜션같다.

엄마도 없이 큰 아파트에서 하루 묵고 밥은 식당에 내려가서 먹고...

 

토요일날은 하늘이 찌뿌둥해서 근처 적당한 곳을 들렀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응봉동에 있는 서울숲에 갔다. 참 괜찮았다.

푸른 풀밭과 키 큰 나무들. 곤충관, 식물관. 자전거도 타고 분수쇼도 보고.

엄마가 참 좋아하셨다. 옛날처럼은 잘 되지 않은 식당을 겨울 유지해가는 복잡한 마음이

푸른 숲에서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공원 오두막에서 싸가지고 간 옥수수랑 과일을 먹고 이런얘기 저런얘기도 하면서 그늘의 시원함과 새와 바람과 녹음을 만끽했다.

 

그 다음 코스는 '국가대표' 영화관람

영화평은 한마디로 '내 마음에 스키점프대가 쫘아악 생긴 것 같다'

여름날에 보는 겨울 스포츠영화라 시원했고,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애환에 눈물도 났다. 역시 스포츠영화는 감동적이다.

 고맙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에 뒀다는게. 왜냐면 고생끝에 낙이 왔으니 말이다. ^^

 

저녁은 무더운 여름끝을 마무리할 영양 보충을 위해 추어탕.

내 어린시절 방학 한달내내 논두렁 밭두렁에서 뛰어놀았던 외할머니댁 신내동.

지금은 아파트 천국이 되어버렸다. (아참, 고등학교도 이쪽으로 다녔지)

언니네가 추천한 맛집에서 다들 맛있게 추어탕으로 먹었다.

 

눈에 밟히고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것을 가르쳐준 우리 첫조카 세진이는 중3이 되었고 다큐감독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에 가만 있지 않을 나는 "꼭 다큐만 찍지 말고 다양한 경험상 영화도 찍어보는 게 좋다. 이모는 준비돼 있다."고 속내를 담은 격려를 해주었다^^

첫 조카의 빛에 가려 어느 새 중1이 된 지도 모르고 지낸 둘째조카에게 슬쩍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일단 액수는  첫조카에게 준 선물액수를 제시했다.

헉, 동방신기 시즌3?  사진과 dvd가 담긴 것이란다.

그래 원하는 것을 사주자. 그림도 그리고 있으니 뭐 그려보라고 하고.

나도 둘째다.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첫째를 충분히 씻어주고 둘째에게로 흐른다.

그 점 나도 알기에 그냥 화통하게 사줘야겠다.

 

다들 서울과 서울 근교에 살아 그래도 가끔씩 엄마네 오는데

우리는 무지하니 뭔가 바쁘게 살아가서 이런 자리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인생의 가을같은 중년의 앞자리 중간자리에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다.

가까워서 상처주기 쉬운게 가족이지만

마음 훈훈해지고 있는 자체로 푸근한 게 가족인 것 같다.

이제는 내 대가 아니라 우리 남매들이 맺은 인연들이 낳은 자식들이

서로 교류하고 아껴주고 관심 써주고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차오른다.

우선 자주 보고 만나야 될 것 같다.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나도 참 좋았다.

언니가 생일을 챙기면서 자주 보자고 했다.

언니는 언니다.

 

그나저나 우리 박여사(울 엄마)님이 야심차게 담그신

아삭아삭 짱아찌를 더 팔아드려야 할텐데

안식년하느라 인프라가 네트워크망이 쉬고 있는데.....

그래도 엄마한테 힘을 줘야지!

헤이, 인천의 소서노, 실력을 발휘해봐~~~ ^^

 

 

 

 

 

 

 

 

2009년 8월 5일 수요일

똥파리가 똥파리되기 - 무서운 폭력의 대물림이여

 
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해 저예산의 독립영화들을 몇 편 봤다. 현재까지 그 중에서 젤 가슴이 아픈 영화다.  

 탄탄한 구성과 잔인함과 따스함의 자연스런 조화.

어느새 가슴으로 이해하는 온갖 상황들.  

영화내내 들리는 거칠고 노골적인 욕지거리들,  

계속되는 구타의 소리. 발로 차는소리, 쇠파이프로 때리는 소리, 망치로 찍는 소리, 침 뱉는 소리, 칼드는 소리, 아이들 울음소리, 매맞는 엄마의 절규, 포장마차 때려부수는 소리, 유리잔 깨지는 소리.......  그 무엇보다도 삶을 그대로 내보이는 소리들이 계속 머리와 심장을 흔들어댔다.  

시대를 잘 못 타고 났는지 부모를 잘 못 만나는 지  

지지리도 못난 부모들, 특히나 애비들 밑에서  

곱디 고운 영혼들이, 연한 새싹들이 멍들고 찢기고 급기야 성장을 멈추었다.

껍데기 몸덩이는 커갔지만 상처받은 영혼들은 비틀어지고 옹이로 굳어져 자라지 않고  

멈출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분노는 보이지않게 거대하게 줄기 안에 뿌리안에 고여있었다.  

조금이라도 그 거죽을 드러내면 피분수가 되어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정도로. 멈추지 않는 분노, 영혼이 날아가 버린 무차별 폭력으로 ......

내가 자랄때 즈음은 앞집이나 옆집이나 한 동네에 60% 이상 이런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난무했다. 평상시 동네 어른이니까 인사했지만 한바탕 난리가 나서 보게 되면 점잖고 사람좋아 보이는 아저씨들마저도 이미 사람이 아닌 눈빛으로 아이들을, 자기 마누라를 흠씬 두들기고 있었다. 뭐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일생일대 절대 발설할 수 없는 (이미 동네 사람들이나 일가 친척들은 거의 알고 있지만) 가족의 비밀. 세상일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는 시점인 초등학교 3학년쯤이면 이미 비밀이 되고 4학년 쯤이면 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웬만해선. 그리고 중고등학교가 되면 이건 내 인생에 없는 완전한 비밀이거니와 그 비밀스러움의 정도만큼 나는 더 쾌활함과 밝음의 정도가 높아있는.  

매맞는 엄마를 보고 자라는 자식들의 가슴과 머리는 어떠할까?  여린 팔로 말려보기도 하지만 이미 인사불성에 인면수심의 상태인 아버지의 폭력도 자식이라고  예외이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세상을 살 희망이 없으며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고 믿고 온전히 나를 맡기는 존재인 부모들에게서  상처받은 영혼들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느님이 인간에 부탁한 것이 아이들이다. 폭력을 당하고 보고 자란 아이, 평화가 뭔지 모르고 평화를 누릴  줄 모르고 오히려 불편해 한다.  

긴장과 고성과 일촉측발의 불안이 그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만든다. 불안과 분쟁과 긴장과 폭력의 상황을.

고단한 영혼을 누일 곳이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은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다. 온갖 폭력.

평생가는 것이다. 물론 성숙해지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돌볼 힘이 있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처는 있지만 돌볼 어른인 내가 있는 것이다.  

더욱 엄청나고 잔인한 사실들은  폭력이 대물림 되는 것이라는 것.

어느 대에서는 손을 묶고 다리를 부러뜨리더라도 이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  

다시는 아이들 영혼을 다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소득계층의 아이들을 돌보는 민간차원의 공부방을 운영하는  

내 친구들에게 새삼 감사를 느꼈다.  

하느님도 계시지만 아이들은 온기를 느끼고 쓰다듬어 주고 격려해주고  

따스한 야단도 쳐 줄  살아있는 사람의 사랑이 절실하다.

경쟁의 시대, 빈부격차가 극도화된 양극화의 사회에서 삶의 질이라는 말조차 사치인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적 패배자들이 대량 양산되면서  

예전처럼 물리적인 폭력말고도 온갖 폭력이 아이들에게 무방비상태로 가해지고 있다.

똥파리가 똥파리 되기 쉬운, 아니 똥파리가 똥파리 될 수 밖에 없는

힘의 논리가 위에서 아래로  중력의 법칙을 타고 내려오는  

철저하게 그런 사회가 되어 있다.  

본인이 직접 주연으로 연기한 양익준 감독의 얘기를  들으며 마무리를 한다.

"상훈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바로 저"

 "이렇게 깔깔 웃는 양익준도 있고, 폭력적인 양익준도 있고, 성적인 양익준도 있고, 외롭고 슬픈 양익준도 있죠. 인간은 수억가지 자기를 갖고 있어요. 완전히 산화되어야 또 다른 지점에서 시작하죠. 앞으로 계획은 없어요. 가족에 대해, 저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려고요"

휴가 간 사람, 못 간 사람 모두모두 시원하시라....

딸이 캠프갔는데

드뎌 난 혼자 여행을 떠날 조건이 왔는데

못가고 있다.

밥도 잔뜩 해놓았고 (반찬은 별로 없지만 -.-)

 

밀린 영화보기가 더 땡기는 것일까?

다시 좀 물이 나오는 서방의 발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에라, 모르겠다.

좀 나중에 가지 뭐.

사람들 좀 없거나

방값 싸지거나 (찜질방은 지금이 비수기이지 않은가 흑, 두메산골은 이거 없자녀)

그 때 가지.

 

어차피 엄마랑도 가야하고

시댁도 잠깐 가야할 지 모르니

좀 참고

밀린 책도 좀 봐서 제 때 반납하고

밀린 숙제도 하고

뒷산도 좀 좋잖니.

 

밀린 응모신청도 좀 해서

운좋으면 상품권도 타고

더 운좋으면 상금도 타고

더 운좋으면 책도 내게 될 지 모르고

좋은것만 생각하자.그래그래

 

일장춘모일지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게 낫고

한 번 경험하면

두려움이 적어지니

 

근데 사실 너 혼자 떠나는 거 무서워서 그러지? ㅎㅎ

다섯가지 사랑의 맛 ,오감도

오감도 
영화
평점 :


괜찮은 감독들이 모여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

다섯가지 맛을 버스에 담은 옴니버스 영화 (아, 이 말 안웃기다. - 이럴때 우리딸은 "엄마 왜 23년차 개그를 하고 그래" 한다. 오호 많이 컸다.우리딸~~)

오감으로 느끼는 다섯가지 사랑이야기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
그들의 솔직하고 은밀한 사랑이 당신의 오감을 자극한다!
 

제작노트의 표현대로  


출근길에 처음 만난 그 남자, 그 여자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하룻밤 ‘짜릿한 사랑’
아내를 떠나 보낸 남편, 죽어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애절한 사랑’
신인 여배우와 관록의 여배우, 괴팍한 영화감독을 사냥하다! ‘자극적인 사랑’
남편의 애인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아내, 애증과 공감 ‘치명적인 사랑’
지금 사랑을 확인하고픈 여섯 명의 고등학생, 커플 체인지! ‘도발적인 사랑’

때로는 상상하고, 때로는 경험하는..
色다른 감각의 에로스, 그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즘 이런 영화를 보면 내가 로미오와 줄리엣 세대에 아직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도령과 성춘향만도 못한 사랑감정지수를 가지고.  

 이름도 멋진 변혁, 허진호( 와우,내가 젤 좋아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찍은 감독이었다),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감독

그들의 내력을 좀 봤다. 전공과 영화가 직결된 사람은 별로 없었고 어찌어찌해서 유학도 가고 영화를 하게 된 것 같다. 그 사이의 고뇌, 열정, 결단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 이건 현재 내 상태의 반영이리라.. 오호 삶은 끊임없는 투사이어라....  

영화의 묘미는 일상의 작은 꼬투리를 잡아 드라마틱하게 펼친다는 것이다.

그냥 스칠 수 있는 감정, 상황, 생각들을 붙잡아 나도 한 번은 느꼈던 것들을  

모두에게 들이대는 것이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와 되씹어 볼 거리를 주면서 말이다.

볼만한 영화다.

 

냉정함이라는 배려....(펌)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 김 진경 시인의 시 ‘낙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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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 없고 한쪽 발이 짧게 태어났지만 세계적인 가스펠 가수가 된 레나 마리아의 사연 중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레나가 어린 시절에 친구 집 정원에서 넘어지면  "저기 울타리까지 굴러 가보렴 ! 울타리에 기대면 일어날 수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 일어나도록 했다고 합니다. 데굴데굴 굴러가 벽을 잡고 겨우 일어서느라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장애인 딸을 지켜보는 그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가까운 누군가 불행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위로와 직접적 지원이 가장 큰 배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네 잘못이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다.’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등등의 위로를 하거나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하지만 과연 모든 위로와 지원이 상처받은 자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과연 누군가의 삶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꼭 그 사람에게 따뜻한 도움이나 지원이 부족해서였을까요?


때 이른 위로와 직접적 지원이 때로는 고통이나 상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함과 냉정함 모두가 부모에게 중요한 덕목이며 이 둘 사이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감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배려에 대한 일면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함께 아파해주는 따뜻함도 배려이지만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스스로 헤쳐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주는 냉정함 또한 또 다른 형태의 배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따뜻함이 독이 될 수 있음을, 상처 입은 자가 스스로의 상처를 꿰맬 수 있도록 지켜보는 관심있는 냉정함 또한 배려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2009. 8. 4.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15호]-

2009년 8월 4일 화요일

읽어봄직한 책들

[광고, 기획분야]
1. 어느 광고인의 고백 (데이빗 오길비)
2. 광고불변의 법칙 (데이빗 오길비)
3. 세상에서 가장 쉬운 광고책 (박기철)
4. 세상에서 가장 쓴 광고책 (박기철)
5. 광고전략에센스 (D.E. 슐츠 外. 광고연구원)
6.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이강우)
7.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 (박성혁, 박동조 외)
8. 잠자는 아이디어 깨우기 (정상수)
9. 당신의 기획력을 깨워라 (기획거래소 플랜업)
10.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이용찬, 신병철)
11. 성공하는 광고의 숨은 심리 (신강균)
12. 앞서가는 광고인의 비밀문서 (신강균)
13. 1000개의 히트광고 (신강균)
14. 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
리)


[마케팅, 경영 분야]
15. 마케팅전쟁 (알리스,잭트라우트)
16. 마케팅불변의 법칙 (알리스,잭트라우트)
17. 포지셔닝 (알리스,잭트라우트)
18. 브랜드자산의 전략적 관리 (D.A 에이커)
19. Puple cow(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고딘)
20. 블루오션 전략 (김위찬 외)
21.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진명출판사)
22. 2010 대한민국 트랜드 (LG경제연구원)


[SP,PR 분야]
23. 세일즈프로모션의 이론과 전략 (동경광고마케팅편. 광고연구원)
24. 베스트 세일즈프로모션 (윌리엄 로빈슨. 열린세상)
25. 이기는 홍보, 성공하는 PR (김주호. 사계절)


[사회 문화, 심리학, 기타 분야]
26.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리니)
27. 장미보다 사랑을 팔아라 (신강균)
28. 살아있는 마케팅 심리학 (시게타 슈지)

그날, 이랬을까......-.-

 

 

집단상담 하면서 알게 된 최초의 기억, 언니가 알려줘서 떠올랐던 기억

엄마는 여동생 낳아서 산후조리하고 있는데

사업에 실패하고 술에 절어 괴로움을 달래던 아빠는

그날

엄마 누워있는 방의 연탄불도 꺼뜨리고

나는 잡아다가 마당에 있는 물받이통에 머리를 쳐넣었다지.

장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랬던걸까?

 

3살짜리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공포스럽고 무섭고 두렵고 억울하고

그리고 나중엔 참 슬펐을 것 같다.

 

가슴으로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참 무서웠을 것 같다.

아버지인데....

뭘 잘 못했다고...

얼마나 잘못했다고....

 

그래도 아빠잖아. 

 

 

목욕탕에 빠졌던 기억인 듯 가물가물했는데

어느정도 충격일까....

슬프다.

 

그래도 난 아버지 사랑해....아버지도 불쌍하게 자랐지.

그 시절엔 대다수 아버지들이 어머니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으니..

이젠 이해해

하지만 내 속 저 밑바닥에는 차마 들춰보지 못하고 숨어있었어.

어떡하니, 어른인 내가  안아 줘야지. 저 세살 짜리 아이를....

 

이리와.. 괜찮아. 괜찮아....

날것, 비린내. 인간 밑바닥의 것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영화를 봤다.  

제목이 마음을 끌고 감독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기대되는 감독이라서..

영화와 그림, 학계와 교수와 학생  

원로와 중견, 주류로 진입하려는 신입들의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주는  

(정말 저럴까 하고 생각하게도 되는) 영화

그들의 세계를 비린내 흠씻나는 날것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고현정의 대사  

" 젊으니까, 심심하니까, 당신들도 그러니까."

여기서 당신들이란 물론 남자들이겠지

역시나 이 감독 영화는 입이든 마음이든 무거워진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을 일상적으로 느끼게 담아

거기에 담겨있는 다 알면서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을  

불쑥하고 드러내서. 뭐라 할말이 막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한마디 하고 있다. ^^

아참, 하정우도 나온다. 역시 하정우, 그의 연기 빛깔..

영화 속 하정우의 울음.

인간은 이처럼 복잡하다.

 

다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년 8월 3일 월요일

어느 날 우리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감동이 차오르는 동화, 내가 만나고 싶었던 아버지의 모습들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01
서지원 지음, 설은영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2월
평점 :  
 

읽으면서 참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차올랐다. 차별과 소외가 정말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그래도 아이들에게 배려와 관용, 가치관, 정의, 인내, 존중, 자신감 같은 언뜻 설명하기 힘든 의미들을 스미듯 몸에 배이게 해주는 동화이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마음속에 사랑과 감동이 차오른다. 그래 차오르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미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데 그 씨앗이 채 자라기도 전에 여러 환경이나 상황이 그것을 짓밟거나 뽑아버리거나 억누르거나 해서 왜곡되이 자라거나 성장을 멈추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우리 인간에게 있던 따스함의 울타리에 씨앗으로 심겨져 있던 그것들을 우리 어른들이 못 자라게 만들고 있다. 어른들의 세상, 경쟁과 차별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아이들의 고운 심성의 씨앗을 못 자라게 하고 있다.
 
약간 어리지만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2학년이다. 딸내미는
"차별하면 안 된다. 공룡은 공룡이어서 공룡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하는데, 공룡은 사람과 같이 다녀도 되는데 못 다니게 해서 그점이 나쁜 점이야."
라고 말한다.
 
뭔가 더 자세한 느낌이나 생각을 엄마는 원했지만 아이는 이 한마디로 끝이다.
그래, 참말로 당연한 것이라 더이상 할 말이 없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이들은
공룡이랑 같이 학교 다니는 게 별 문제가 아니고 문제로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것이라 대답할 것도 없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단절과 무시, 차별과 소외를 몸소 눈으로 배우게 하는 길목 막지 아파트 담장 쌓아올리기는 얼마 전 뉴스나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두 눈으로 보았던 우리의 현실이다.
정말 사람다운 짓이 아니다.
그걸 보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토토처럼 성숙한 공룡, 그런 아들 공룡을 둔 성숙한 토토 아버지.
난 왠지 그 아빠 공룡을 만나고 싶다. 아무리 어려워도 생명체로서 생명체답게
생명체의 존엄을 지키고 살아가는 넉넉하지 않지만 반듯한 아버지.
아, 내가 그리고 만나고 싶던 아버지인 것 같다.
그리고 토토의 친구가 돼 준 마루. 마루의 아버지.
두 분 모두 이 시대에 정말 찾아보기 힘든 소양 있는 아버지들이다.

여기에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 경찰인 치우아버지. 그 분의 말씀 또한
이시대의 경찰관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되돌아보게 했다.
참 좋은 동화이다. 아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싶다. 뒷부분에 또 다른 동화들을 안내해준 것도 친절하고 고맙다.
잘 읽었다. 딸과 함께 더 읽어보고 싶다. 도서관으로 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