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좀 일찍 들어온 화요일.
비에 젖어 얼른 씻고 책 좀 보다가 자야징~~하고 있었다.
11시 10분.
지역신문에서 기획부장(주로 광고담당으로 알고 있당) 후배가 온다고 울 영감한테 전화를 했다.
낌새를 눈치채고 나는 얼른 잠옷바람의 의상을 갈아입고 영감은 아는 선배님 치킨가게에 닭한마리를 주문한다.
얼떨결에 우리딸은 좋아하는 치킨을 얻어먹게 되었네.
후배는 혼자가 아니라 당에서 일하는 동기 한 명에, 구의원 선배에, 아슬아슬하게 매번 2등으로 떨어지는 거의 의원님으로 통하는 선배를 모시고 왔다.
손에는 딸내미 준다고 케익까지 사가지고 왔네.
술과 안주는 물론이고. 나 준다고 파랗고 노오란 색깔맥주를 두 병 사왔다. ^^
오래간만에 보는 선후배들이라 반가왔다.
영감이 쉬고 있는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으니 궁금도 하겠지.
어린이도서관 할 때 지역신문에 한 달에 한 번은 늘 광고를 내곤 해서 매출엔 도움이 안되었지만 각별한 사이가 된 기획부장 후배는
"누나가 아니라 **가 도서관 광고를 한다고 해서 왜 니가 광고를 내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쉬는 줄 알았어요. 미안해요"
뭐 어쩔 수 없지. 그럴 수도 있고. 쑥스러워 해서 말꼬리를 돌렸다.
"나, 자주 광고했다. 광고대금 꼬박꼬박 결제하고. 알지?"
남도 촌놈 기획부장은 파김치, 부추김치(솔김치라고 부른다) 갓김치가 젤 먹고 싶다며
내놓은 파김치와 부추김치에 밥도 반그릇 달라고 한다. 하여튼 촌놈.....
면역력이 약해 술을 자제하고 있는 나는 사온 토마토쥬스를 먹으며
오라버니들과 회한의 담화를 나누고 후배들과 공동체가 보완했으면 하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교육문제, 정치문제 얘기를 나누다가 딸내미 재우러 들어갔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삼촌들땜시 잠을 못자던 딸을 위해 '엄마가 섬그늘에~' 노래를 리바이벌에 개사까지 해서 불러주고 재웠다.
(아는 사람들은 죄다 삼촌이다. 나쁜아저씨와 헷갈리는 것 같아 차이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개사한 곡이 감동적이라 나도 소록소록 잠이 들려고 하는데
거실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평가에 대해 약간은 큰소리가 오고가기도 하고
지역사업에 대해 여러 견해를 펼치기도 하고
당사업의 쇄신방향이나 시민단체 활동의 내용을 토론하기도 한다.
이 시간에 불쑥 오는 것은 전작이 있었던게 거의 99.9%이기에
토론의 볼륨은 높아있고 대화의 방향은 혈중 알콜농도에 따라
여러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기도 하고....
오랜만에
집에 사람들이 와서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좌절된 현실정치 참여 대한 안타까움과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들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비젼과 로드맵, 그리고
그 첫 매듭의 지점을 얘기하고 있다.
비혼인 후배는 한 명.
다 마나님들이 있고 자식들도 있다.
스무살 머리에 피도 안말랐을때부터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은
마흔 초중반인 지금도
이렇게 밤을 낮삼아
술로 이성이 가둔 감성까지 열어 내놓고
민중과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고
하여튼 잘해보고자 애쓰고 있다.
이젠 가족과 자식들까지도 함께 고민하면서.
나이는 먹어가지만 아직도 청년이다.
뜨거운 가슴.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고
기꺼이 깨진 계란이 되기도 했던
아직도 바위를 깨기를 멈추지 않는.
저 무식한 바위덩어리를
기어이는 걷어내고자 몸부림 치는
이 비상식과 반인권, 반민주주의의 세상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시뻘건 촛불같은 살아있는 소망마저
가슴에 불꽃을 올린
이들은
뜨거운 가슴, 청년이다.
그리고
이젠
정말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공감을 바탕으로 경청하며
소통을 통해 차이를 지혜로 엮어내고
지혜를 살아뛰놀게 하는 패기로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할 때인 것 같다.
완죤 늦은 시각, 피곤도 하지만
설거지도 내가 했지만
하나도 밉지않다.
따스한 허그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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