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1일 화요일

두번째 스무 살

두 번째 스무 살- (여자나이 마흔 그 주홍빛...
지은이 희정
출판사 이프
별점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는여자 나이 마흔을 새롭게 탄생하는 부활의 나이로 해석하고 싶어졌습니다.

여자에게 주어졌던 모든 의무사항을 다 치르고 비로소 스스로 제 2의 인생을 사는 나이,

그런의미에서 두번째 스무살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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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안된 조카에게 정액을 쏟는 삼촌, 딸의 음부를 만지고도 너 처녀냐 고 묻는 아버지,술에 취해 외손녀앞에서 생식기를 내놓고 한번만을 애원하는 할아버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사를하면서도 남편의 우울증과 아이의 주의력결핍증 진단이 자기탓인 것 같아 괴로워하는 엄마, 17년 동안이나 뜨거운 밥을 해먹였는데도 '너한테 뜨거운 밥 얻어먹은 기억이 언제인지 모른다'며 호통을 치는 남편 등, 가부장제가 갖고 있는 결혼제도의 폭력성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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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의 미로

-나의 이니시에이션 initiatiaon

-내가 제일 예쁠때

-이제,나는, 내가 필요하다

-내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다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happy rebirth to me

 

<밑줄친 곳>

 

- 그러고도 활동에 미련이 남았던가, 아니면 여전히 맨얼굴로 세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가.한가지 분명한 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원하는 지 모르는 채 관성에 따라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단체에서 실무자로 일하게 되었고 , 거기서 후에 남편이 된, 그를  만났다.

 

- 모범적으로 입문하여 줄곧 한길을 걸어온 활동가들에게 풍기는 공통된 정서와 삶의 태도를 나는 알것 같았고 그게 너무 지겨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논리위주의 단선적인 사고, 경제적 무능력, 섵ㄹ고 어설픈 감정표현, 지울 수 없는 그늘과 궁상, 게다가 뿌리깊은 오만함과 열등감까지.

 

- 이 남자라면 내 안에 숨겨진 다른 면면들을 알아볼 수 있겠구나. 오랜 세월 이 작은 가슴에 쌓아올려진 외로움과 고독마저도 이해하겠구나.

 

- 내가 연애를 시작하거나 혹은 유지하는 기준은 상대가(내가 아니라)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를 사랑하는가이다.

 

- 집착을 열정으로 착각하기 쉽고 게다가 열정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때론 그 열정에 지울수 없는 화상을 입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처럼 전부를 거는 사랑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 돌아보면 사랑이라 불리는 행로안에서 나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아이는 울며불며 상대방에게 말한다. 이유 불문의 전폭적인 사랑을 쏟는 부모가 되어 달라고,하지만 나는 어린아이이므로 나에게서 똑같은 사랑을 기대하진 말라고, 독립적인 성인이 다른 독립적인 성인에게 요구할 만한 내용은 절대 아닏. 결과적으로 나는 늘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상처를 내가 입었다고 억울해하면서 서둘러 관계를 청산하곤 했다.

 

- 나는 그 사이에서 뭘 어찌해야 할 지 몰랐으나,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남편과는 대화가 단절된 지 이미 오래고, 친정에서 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다. 공포로 인해 속 시원히 싸우지 못하는  내 안엔 분노와 더불어 값싼 자기연민과 좌절이 시커멓게 엉켜갔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러면 공격적으로 변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주방 탁자에 술병이 널려있고 그 옆으로 액자나 꽃병따위의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그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나는 내가 심하게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불현듯 눈을 떴고 이대로는안되겠다 싶어 아는 이로부터 영성치유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4박 5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고 나는 거기서 최초로 '영성'이니 '참나

'라는 말들을 접하고 또 느꼈다.

 

-자기 어린딸을 향해 돼지같은 년이라고 무섭게 말하는 저 여자가 정말 나의 엄마인가. 타오르는 눈빛이 어쩜 저리도 전남편의 그것과 닮은 것일까.

 

-엄마가 말한 돼지같은 년이 꼭 나를 지칭한 건 아니었으리란 것을. 아들타령을 지겹게 해대는 시아버지와 살뜰하게 아낄 줄 모르는 남편과  머리통 굵어지면서 못배운 엄마를 은근히 무시하는 자식 놈들을 포함해서 '지입만 알고' 당신은 끼워주지 않는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팍팍한 세상살이 전체에 대한 한 맺힌 욕설이 아니었겠는가. 어디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엄마는 어린딸년마저 당신은 안중에도 없이 행동하는 것에 그렇게 분풀이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 죽은 자가 산 사람 발목을 잡는다고, 과거에 형성된 모든 익숙한 것들, 즉 이러저러한 인연과 일과 습관과 사고의 패턴 따위가 뒤통수를 물고 늘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더 이상 삶이 조로증으로 시들어 가는 걸 방치할 수 없었기에 나는 내 생애 단 한번 있을까 말까한 용기를 내어 폴짝 뛰어 징검다리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알았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만큼 겁나고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조금만 가벼워지면 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음은 늘 나중에 온다더니 나 역시 그걸 피해갈 순 없었나보다.

 

- 샐래적으로 불안한 정서를 타고나서 그런지 나는 누구보다도 안정감과 의미를 중시하고 그에 대한 집착도 강한 편이다. 돈을 많이 벌 의지도 욕심도 없으면서 다만 '먹고 사는'걱정만은 커서 꿈이 잘다. 내일 혹은 다음달, 아니면 일 년 후 필요할 지 모른다는 이유로 쌓아놓고 사는 물건도 많다. 누가 돈을 대준다한들 무작정 노는 건 결코 못하고 휴식을 취할때조차도 한두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마음이 안놓인다. 내가 그러게 열정적인 사랑에 목숨을 걸어온 이유도 그게 없이는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거라는, 혹 지속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강박관념이 컸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데 일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때론 붙잡히고 때론 매달리면서 이어온 모든 인연의 줄에서 멀어지니 그게 어느정도 버려지더라는 것이다.

 

- 저들은 비로소 자기 안의 평화와 행복의 씨앗을 보았구나.

 

-사랑하는것도 표현하고 함께 해주고 기다려주는 것, 그 안에서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픈, 그러나 또 한편 코앞에 다가오는 일들. 여전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늘 불안한 내몸.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사랑하는 지 분명 안다. 나는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실비아 플라스 -<the bell jar>

베티 프리단 -<여성의 신비 Feminine Mythtique >

유디트 얀베르크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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