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모르게 (아마 내 편견과 직면하기 싫어서?, 혹은 잘 쓰고 싶어서?) 질질 끌어오던
'편견타파 릴레이'를 어제 아침 맘먹고 일필휘지로 썼다.
그리고 화룡정점, 저장완료를 누르는데
어라? 안되네, 열라 누르는데 꼼짝을 안하네? 뭔가 이상하다.
우왕~~ 얼른 복사해놓으려니 이도 안되네.... 으앙, 블로그 점검 시간이 오전 7시부터였구나... 헉, 오후 7시인줄 알았는데 오마이 갓트, 내 읽기능력이여....
갑자기 온 몸의 기운이 쫙 빠졌다.
글구 나에게 바통을 준 회색웃음님도 계속 생각났다. 님아, 나 숙제하려고 했는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내 바통을 줄 사람을 물색할 자신이 없어
난 마지막 주자, 즉 마라톤의 성화봉송 주자가 되기를 내심 결정하고 많은 시간을 버틴 것 같다.7월의 마지막날을.
내 안의 편견을 되짚어 보는 좋은 숙제이다. 근데 과잉활동으로 심신이 고달파진 낙지부인은 낙지발을 펼칠 힘이 없어 이 블로그의 바다위에 떠 있는 한 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
여하튼 내가 부딪치는 편견은
1. 그래, 나 알콜일어다 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 국문학을 하고 싶었지만 아니, 사실 한의학을 하고싶었지만 여러 우여곡절끝에 현실과 타협하면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이도 암울한 80-90년대를 교정에서 보내야 했던 관계로 교과학습보다는 체험학습 위주의 민주광장 학습을 더 많이 했다.^^
26살 사회에 첫발을 딛고 단체에서 맡은 일이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시민운동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웃나라 일본의 오키나와에 한일공동연대 교류사업차 가게 되었다. 섬의 절반이상이 미군기지인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처럼 제국주의와 전쟁으로 점철된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여하튼 관계자로 가게 됐는데 꼭 아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내 전공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한마디 좀 해보라고 했다. 헉! 뭐 우물쭈물 뭔가 얘기했더니(단어 중심의 회화였다) 뭔가 통하니 다들 좀 하나보다 싶어했지만 난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공부 좀 하고 오는데... 늘 일 닥치면 드는 후회...
교류사업 중 가장 깊이있는 교류사업인 저녁 뒤풀이는 3일 내내 진행되었고 난 이 우울한 기분을 한 잔 두 잔 기울이는 술로 달랬다. 난생 처음 일본 공상당 당원인 젊디 젊고 고운 대학생 청년( 이름이 히가시였나 다나카였나) 과 오랜 시간 얘기를했다.
역시 알콜이 들어가니 뭔 얘기가 됐다. 유머섞인 얘기가....
그 뒤 몇 번 더 이런 자리가 해외에나 지역에서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역시 후회를 했고
역시 술을 마시고 더 진한 얘기를 했다.
그래,나 알콜일어다. 왜?
아, 이젠 맨정신 일어를 좀 해야겠다. ~~
2. 어머니, 도서관 관장이 책 더 못읽어요.흑흑
주민들의 후원과 십시일반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민간 어린이도서관에서 관장으로 있을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관장님은 좋으시겠다. 여기 계시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으실테니까요~~"
물론 좋은 일 하는 것은 맞고 그런 지향으로 시작한 일이지요. 하지만 책은 절대 많이 못읽어요. 책을 모으는 일은 하지만요^^
국가지원이 없는 민간어린이도서관은 운영난에 허덕이기 십상이고 대부분 뜨거운 마음만으로 버티고 있는게 속쓰린 현실이다.
그래서 그 자구책으로 하나는 물품판매를 통한 재정마련이고 하나는 정부나 기금에서 공모하는 사업프로포절 응모이다.
우리 도서관도 참숯150개 팔아서 에어컨 샀고, 젤리슈즈, 감자, 서천김, 단호박, 친환경용품, 배즙....등등 안 팔아본 것 없이 팔아서 재정마련을 했다.
한때 내 별명은 '인천의 소서노' 였다. ㅎㅎ
그리고 몇일 밤을 새면서 프로포절을 썼다. 여러가지 좋은 사업, 뜻있는 프로그램이 마구 떠올라도 주최할 사업비가 없어서 생각만으로 그칠 경우가 있는데 그나마 사업비 지원을 받으면 개최할 수 있다. 많이 썼고 주변에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그랬다. 머리속에 몇개의 사업을 동시에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기획부터 집행과 결산까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머리가 좀 씨줄 날줄로 복잡해진 것 같다.ㅋㅋ
민간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사실 CEO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많이 아이들과 엄마들과 차마시고 얘기하고 그럴껄 하고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책임자라는 것은 마치 집안의 가장같은 것이다.
어머니들, 죄송한데 도서관 관장이 책 더 못읽어요.
지금 쉬니까 책을 좀 본다. 그리고 딸내미에게 책도 읽어 준다.
3. 남자가 더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하다?
한동안은 이 말이 맞지않을까 하고 생각해왔다.
사랑이란 원래 두 사람이 똑같은 양의 사랑을 주고 받을 수가 없는 것이고 나는 내가 더 많은 양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이 지점에서 약간 손해보는 느낌도, 서운함도 있었다. 좀 복잡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내 안에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하고픈 마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이다.
지금껏 몇번의 짝사랑과 외사랑, 그리고 몇번 안되는 연애를 해왔다. 어느때는 가슴아프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행복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들춰보면 직접 그 상대와 관련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결핍된 것들을 상대가 채워주길 바라는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 엄마에게 바랬던 사랑, 친구에게 원했던 사랑, 스승을 찾는 사랑, .... 등 각기 원하는 사랑은 빛깔과 방식이 다르다.
이런 다양한 프리즘을 가진 사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했으면 좋겠다.
남자가 더 많이 좋아해줘야 행복할 것이란 말은 내 말을 더 잘 들어줄 여지가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왕이면 사랑을 많이 받는 쪽이면 좋겠지만
내 가슴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것, 내가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 그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이 소중한 것 같다.
사랑, 살면서 사랑한다는 감정이 몇번이나 올 수 있을까 싶어서 더 귀하다.
여하튼 사랑은 어린아이나 노인이나 그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물줄기 같은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살란다. 내가 ~~ 다들 기다려라 ~~? ㅎㅎ
4. 정신이 육체보다 중요하고 고상하다?
어릴적부터 종교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편견에 많이 사로잡혔던 것같다. 그리고 기존 교육제도 자체가 청교도적이고 윤리적이다 보니 더욱 공고화되었던 것 같다.
이젠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것을 분리해서 격차를 두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아마 육체의 너무나 의식해서 그것을 떨쳐버리고 싶은 자들이 그랬을 것이리라. 무의식이 말하는 것들을 의식으로 애써 누르려고 하는 엄청 위험한 시도를 해 온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
정신과 육체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거기에서 진정한 자유가 나오고
온전히 살아있게 된다.
이럴때 만이 종교에 얽매여 죽어있는 신앙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숨이 통하는 살아있는 신앙인이 될 것이다.
마흔이나 돼서 이런 당연한 것을 알았다. 아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PS
이 밖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자고 있는 편견들이 많다. 하나씩 자리에 앉혀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