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4일 수요일

일반주부가 된다는 것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통에 버리고 종이를 분리수거상자에 넣고 왔다.

이로써 대충 집안일을 마무리했다.

 

아, 이반(?)으로 살다가 일반으로 살려고 하니 익숙하지 않다.

물론 집안일이야 이반일때도 '처리해야 하는데..'하는 책임감의 돌덩어리로 늘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다닐때도 일반학우가 아닌 이반학우여서 수업보다는 민주광장에 있거나

사학비리의 최고봉인 학교의 학원정상화를 위해 점거농성장에 있거나

아님 동기들 후배들 같이 동참하자고 교수가 서 있을 교단에 서서 주동을 하거나...ㅎㅎ

 

사회나와서는 사회주의는 망했다고 다 짐싸가지고 유학가거나 대학원가거나

취직하거나 할 때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견결한 선배들따라 재야단체에서

스무살 중반까지 상근자로 있다가  서른살 초반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하고 애기낳으면서 '민중들 속으로'라는

대중이 주인주체가 되는 그런 공동체 운동을 일궈야한다는 기조로

지역활동과 정당활동을 시작해서

지역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을 찾아 그들을 돕는데 나섰지.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 자식들 키우느라 뼈빠지게 일하고 노동했지만 여차저차

이제 산꼭대기 방인지  화장실인지 잘 구분안되는 쾌쾌한 골방에서

하루하루 그냥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분들.

그 분들에게 따스한 점심 한 끼 만들어 배달을 다녔다.

'홀몸노인 돕기 사랑의 도시락 자원봉사센터'

채소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입씸 센 자원봉사 언니들 틈새에서

허허 하면서 잔소리 들으며 식단을 짜고 설거지를 하고 도시락 가방을 빨았지.

아침 9시에 갓난장이 맡기면 점심때 젖이 싸아~하고 돌면서 뽀얀 젖이 뚝뚝 떨어졌지.

단체 재정이 그렇고 그런터라 30만원 상근비로 분유값은 텍도 없기에 또, 아이한테도 좋은 것이기에

난 누가뭐래도 내몸에서 나오는 내 젖을 먹이느라 참 애썼지.

도시락 배달 다녀온 뒤 점심 먹을 적엔

미역국, 시래기국, 콩나물 국을 한사발씩 먹었지. 젖 많이 나오라고 ㅎㅎㅎ 흑흑

 

후배에게 자원봉사센터 맡기고 동네에서 교육공동체 일구고 싶은 열정에

보증금 모으고 헌 책 모으고 새책 빚내서 사고 공간만들어

어린이도서관 만들었지. 딸내미가 지어준 이름 '달팽이'

온갖 지원기금에 프로포절 밤새 작성해서 제출하고

아이들과 생태학교, 한달에 한 번 기행, 과학교실, 독서교실, 오카리나 교실, 방학교실

엄마들과 첫아이 학교보내기 현직교사와의 만남, 엄마 생태교실, 요가, 토피어리, 비즈 강좌 열면서

내아이만이 아닌 우리들의 아니로 키우자고 마음 모았지.

자원봉사오는 중학생, 고등학생를 잘 이해하고 싶어 공부해서 청소년지도사 2급 됐지.ㅎㅎ

 

나눔의 인프라를 제대로 형성하고 운영하고싶어

디지털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과정을 이수하고

한 달간 머리에 원형탈모 생기면서 드뎌 사회복지사 1급 획득 ! ㅋㅋ

 

아이들은 책을 좋아해요, 태어나면서부터 놀잇감으로, 부모와의 친밀감을 나누는 매체로

책을 만나게 해주는 '북스타트 운동'의 좋은 취지에 한 3년 구청 담당공무원 괴롭히며

샛별같은 갓난장이들의  엄마들 만나 책으로 축복해주고 육아방식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지.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기회,

여성으로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

자립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여성회를 통해 배웠지.

내 속에 또아리를 트고 있는

가부장제와 편견, 고정관념,

이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당당하게 맞설수 있게 해 준 여성회

 

애썼어 당신. 애쓴 당신 좀 쉬어라... ㅎㅎ

 

아, 글이 왜 이리 흐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반주부로 사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만만치 않다는 것.

 

직장여성으로 주부를 겸임하는 것도

물론 만만치 않지만. 수퍼우먼이 된다는 건

잘못하면 엄청난 건망증에 무거운 강박에

늘 허겁지겁 쫓기는 삶 울렁증에 시달릴 수 있지.

 

아뭏든지

직장에 안다니니

밥도 꼭 내가 해야 할 것 같고

청소도 밀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것 같고

빨래도

설거지도

기타 등등

 

뭘까? 

남편이 쉬어도 이런 걱정, 강박에 시달릴까?

 

맘 편하게 쉬는 안식년인데

안식이 안되네 ㅎㅎ

 

 

 

 

 

 

댓글 2개:

  1. 남편과 상의를 해보세요. 인간적인 상의. 이런 상의한다고 서운하다 생각진 않을꺼에요. 가슴에 쌓아두시면 병생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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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회색웃음 - 2009/03/04 13:18
    고맙심더. 오늘은 공공도서관에 갔어요. 밀린 공부 좀 실컷했어요.마르크스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다가 자본론 쓴걸로 아는데 저도 뭔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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