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4일 화요일

얼음이 녹아 눈물로 흘러요

나를 길러주고, 나를 보호해 주고, 나를 사랑해줬던

우리 4남매와 4남매를 낳은 막내 여동생에게 헌신적이었던

정작 자신은 천주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외로운 여인

박차남

내 이모

 

딸이었는데, 그는 내 엄마였는데

나는 제대로 목놓아 울지 못하고

가슴찢으며 몸부림치지 못한 채

남의 장례식에 간 듯

그냥 그렇게 보냈다.

이냥 이렇게 아무일 없다는 듯 살고 있다.

그래, 양아들이 있으니까.....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흰 꽃을 뿌리며

춤이라도 추며

그를 기리고 싶다.

이모 사랑해

 

내가 봤던 이모 모습 중 가장 곱디 고은 모습이야.

아, 배꽃처럼 하얗고 고운 우리 이모

왜 좀 웃기도 하시지 그랬어요.

 

우리이모 가슴에 얼음이 배겨 그러셨나.

노상에 좌판을 깐 배추, 마늘, 고추, 파, 감자...

배추 한 리어카 가득 채소장사

북풍한설 찬바람에 핏줄이 얼어터져 붉어진 볼처럼

어린나이에 시집가서 아기도 못낳고 남편도 일찍 여읜

우리이모 가슴에도 얼음이 박혔겠지.

 

이모,

사십이 되니

내 가슴에도

얼음장이 있다는 것,

얼음이 박혀있다는 걸

알겠네, 이제사 알겠네

 

그 얼음이 녹으면서

눈물로 나와요.

자꾸 눈물이 나와요.

좋은 거죠?

가슴에 봄이 오나봐요.

따스한 기운이 도나봐요.

이제야 눈물을 흘릴 수 있어요

얼음깨지는 소리가

꺼이꺼이 들려요.

눈물이랑 같이요.

 

사랑했어요. 사랑하고요.

내가 기도할게요.

편히 쉬세요. 우리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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