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 수요일

오래만에 만나는 시

kbs 사장이었던 정연주씨가 mbc사장 엄기영씨에게 보낸 편지글을 오마이뉴스에서 봤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 글 마지막에 담긴 시였다.

 

청년학도였던 시절, 일기장 한 켠에 적어놓은 시.

사회운동 단체 활동할 때 민중의 힘을 느껴보고 싶은 적마다 꺼내 읽던 시.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입을 틀어막으려고

미친듯이 달려드는 이 정부의 언론완전정복 대작전 앞에서

외롭지만 의연하게 싸우다 물러난 장수가

남아 있는 보루인 성을  끝까지 지켜달라는

눈물어린 격려와 절절한 호소를 화살에 매어 쏘았다.

 

함께 싸우겠다는 병사들과 돕겠다는 주민들과 나서지는 못하지만 성원하고 있는

민초들이 있어 다행스럽지만

시절은 참으로 살벌하다.

정말 정권을 넘겨준 잃어버린 저들의 10년이 그리도 고달팠나보다.

다시는 주지 않겠다는 듯 무소불위로 종횡무진 칼을 휘두르고 있다.

기무사 민간인 사찰

먼 이야기이지만 참 가깝게 와 있다.

 

다시 읽는다. 이 시를..........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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