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20분,
우선 정신이 깨고 판단을 한다. 잠이 다시 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일어난다.
뒤척이며 자는 딸내미를 위해 옆에서 책을 읽을까싶기도 하지만 불을 켜야하니
아이의 숙면에 안좋을 것 같아 방을 나와 책방으로(여긴 내방이야, 내방!!) 옮겨와서 컴을 켠다.
영혼이나 의식이나 제일 맑을 시간.
책을 읽기도 하고 뭔가 쓰고 싶은 시간.
저녁에 아이랑 함께 있을 때 컴퓨터를 쓰는게 여간 쉽지가 않다. 차라리 책을 읽으면 이해해주는데
딸은 컴퓨터를 제 수준에서(영상음향으로 노는 기계- 선덕여왕 다운 받아서 보는 것, 소녀시대 동영상 보는 것) 이해하고 있기에 내가 컴퓨터를 하는게 자기가 텔레비젼을 보는 것과 동격으로 생각한다.
'엄마가 일기도 쓰고 사전도 찾고, 그림도 그리는 거야' 하고 설명해도
자기는 일기를 손으로 쓰는데 왜 엄마는 컴퓨터로 하냐며 손으로 쓰라고 한다. 헉!
그래서 내가 컴퓨터를 쓰는 시간을 아이가 자는 시간으로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일찍 재우고 새벽에?
원래 좀 일찍 자거나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면 새벽 2시나 3시에 일어나곤 했다.
그러고 나면 아침 6시나 7시께에 피곤이 몰려온다.
이 버릇은 초등학교 6학년때 몸에 밴 것 같다. 그때에 밤 10시 정도에 자서 새벽 2시께 일어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5시경에 다시 잠을 잤다.(이 때만 그랬다. 중학교 가서는...잠귀신이 붙어서..도저히..-.-)
이 시간이 내겐 집중이나 몰입이 가장 잘 되는 시간일까나?
밤 10시부터 2시까지도 집중은 잘 될 시간인데 내가 안자면 딸도 안잔다.
딸을 일찍 재우려면 내가 먼저 누워서 팔베게를 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쮸쮸도 주고 그래야 한다. 아빠랑은 내가 어디 가거나 늦을 때만 어쩔 수 없이 잔다. 아침에 눈 뜰때 내가 없으면 "엄마~~"하고 부른다. 그 때 내가 식사준비나 컴퓨터 쓰느라 못들으면 엄청 서운해하고 화도 낸다.
힘들다. 몇 번씩 들여다 봐야 한다. 이불도 걷어차고 자니까.
하루에 3시간씩
온전히 어떤 것에 몰입해서
글을 쓰든 책을 읽든 공부를 하든
꾸준히 해가는 거.
구슬이 서말이라도 하나씩 꿰어야 하는 작업,
비단천, 모시천, 아무리 많아도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해야 멋스런 조각보가 된다는 것.
빨주노초파남보 오색 칠색 실꾸러미가 한 광주리라도 한코 한코 뜨개질을 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포근한 털목도리 된다는 거.
하루가 변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변하지 않고
한 달이 달라지지 않고
석달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
글쓰기 선생님 말씀처럼
석달씩만 계획하고 실행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석달이라...
체질개선 같은 몸세포의 재생주기도 한 석달정도 된다는데
뭔가 새로워 지려면 석달간의 지긋한 훈련이 필요한 듯.
컴퓨터를 켜고 앉으면
확인해야 할 이메일과
보고픈 여러 소식들,
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들,
놓치고 싶지 않은 자잘한 이벤트들의 유혹이 만만치 않다.
가슴이나 머리에 차올라 출렁이는 생각과 느낌이 채 부어지기전에
뉴런의 세포돌기가 뻗어나가듯
다른 안테나가 활동을 시작하곤 한다.
산소통을 메고
심연의 바다속을 잠영하는
그런 밀도 높은 절대시간을 확보해 가고
그런 작업을 몸에 배게 해 가는 일.
몸세포들이 새로운 생체리듬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다시 일을 하게 되면
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원하는 것을 향해 가려면
농부의 마음과 농부의 발걸음, 농부의 손길같은
성실함이 기본이다.
방향없는,통찰없는 성실함의 걷잡을 수 없는 맹독성도 문제지만
꿈을 찾고 꿈을 일궈가는 고통스러울 수조차 있는 과정의 냉엄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가을이다.
선선하고 팔뚝이 시리기도 하다.
봄부터 여름까지 이래저래 보고 듣고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한가닥 두가닥 실타래로 잘 정리해야 할
이를테면 결실의 계절.
딸내미 잘 돌보고 편안하게 잘 놀고 마음가는 대로 해보고 살아보는 게 목표였던 올 한해.
어째, 이 기조에 안맞는 생각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아니, 맞는 거야. 몰입의 시간. 집중의 시간. 내가 원했던 것이야.
해야 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차이.
그 질적 변환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 걸까?
우선 양적 축적을 해보고.
해가 뜨고 아침상 차릴 시간이 되니 집중력이 급격 떨어지는 느낌.
산소통에 산소가 다 떨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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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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