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블로그에 글쓰는 것도 뜸하고 그림도 뜸하고
사는게 뜸해진 것 같다.
8월 한 달 딸내미 방학을 맞아
많이 놀아주려고 국선도도 쉬고
에니어그램지도자 과정도 방학을 하고
꿈모임과 상담도 쉬었더니
정말 뜸해지는 생활이 됐고
몸무게도 좀 늘었다.
딸내미는 놀아준 게 없다고 투정을 한다.
방학내내 그래도 같이 있어줬는데
여행도 가고
(우리 가족끼리 간 게 아니라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간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를 했다)
결혼 10주년인 올해
쉬고 있으면 그동안 바빠서 못 본 것 실컷 보고
얘기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실제 생각만큼 그렇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람관계라는 게
소통의 습관이 길들여져 있어야 하는데
그 길을 잘 닦아 놓지 못해서
좋은 기회인데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도 싶다.
9월,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도 2학기 출발하고
10강짜리 무료문학강좌도 신청하고
다시 배움의 길을 나서야 한다.
설레이기도 하고
뭔가 미로에서 탈출해서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기도 하다.
가둬놓은 논에 물길을 트는 것처럼
그 동안 관심있고 호기심 있던 일들에 대해
굶은 사람 밥먹듯이
허겁지겁 달려드는 것 같다.
책보는 것, 그림, 심리, 영화, 글쓰기, 악기....
"네 마음껏 먹어봐"
누가 초콜릿이 가득담긴 접시를 주면서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난 반 년, 정확히는 작년부터
한 줄기는 나를 알아가는 내적 여정의 길을 걸어왔고
올해 들어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내가 발현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는 과정인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글쓰기와 책, 그림 정도 인 것 같다.
그런데 글쓰기 공작소 저자의 5강에 걸친 글쓰기 강좌를 듣고 나서
나는 입도 막히고 손도 막힌 느낌이다.
잘 숙성해서 써야 한다는 무게가
편하게 말하거나 쓰거나 하질 못하게 한다.
선생님은 7년 동안 꾸준히 정진하듯 글을 써왔고 책을 읽어왔단다.
그래서 등단했고.
250여권의 책을 반드시 읽었으면 하고 추천목록도 올렸다.
오늘 다녀온 무료 문학강좌의 작가분은
신춘문예에 7번이나 낙방하고
공모작을 보낸 것도 잊고 있을 정도의 무렵,
꼬챙이처럼 바짝 말라가고 있을 무렵
연락이 왔단다.
역사속에 좋지 못한 모습의 문인들을 보면서
문학인들이 짊어져야 할 역사적 책임의 무게에
감히 엄두내지 못했던 글쓰기
왜 글을 쓰고 싶은가?
간절히 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내 안에 부글부글 거리는 그 무엇
내 안에 자욱한 안개처럼 깔려 있는 그 무엇
그것을 바깥으로 꺼내고 싶다.
살면서 생활하면서
어, 이거!
하는 모티브들을
허공에 날리지 말고
잡아 매서
붙잡고 그 끝을 보고 싶기도 하다.
가슴에서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머리에서 계속 뭔가를 하라고 하라고
어수선을 떨고 있다.
2학기
가을 바람이 벌써 분다.
괜찮아 님은 그림으로 그것을 바깥으로 꺼낼 능력이 있지 않나요?
답글삭제그릴 수 있는 흰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언제든지.. :)
전 그리다가 씩씩~거리며 종이를 찢는 실력이라.. ㅠ.ㅠ
언젠나 부럽습니다. :)
@회색웃음 - 2009/09/07 22:59
답글삭제글이든 그림이든 꾸준하게 끝까지 성실하게 해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은근과 끈기가 제겐 절대 필요해요. 많이 가벼워서리~~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울 회색웃음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