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9일 월요일

죽음과 죽어감.






딸내미 학교 엄마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눴다.

사이코드라마 디렉터를 공부하고 있는 한 엄마가 앞풀이로

촛불을 켜고 죽음과 관련된 것 중 표현하고 싶거나 말하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적어 보라고 했다.

음악이 흐르고 촛불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공기에 스며드는 듯한 빛을 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눈가를 훔치는 모습들,

얕은 한 숨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어찌됐던 죽음과 관련된 사연들이 하나 둘씩 가슴으로 머리로 몸으로

하나 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았다.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 죽을 수 있게 해주는 환경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

 

   나는  죽음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 메리(교통사고로 죽은 내 강아지), 삼촌, 외할머니, 예수님, 1학년때 아이 낳다가 돌아가신 담임, 이모, 아빠, 5.18 희생자, 이철규열사, 김귀정열사, 강경대열사, 우리 조카 준호, 과로로 돌아가신  선배 두 분, 그리고 내 친구 정훈이.

 

정훈이가 떠올랐다. 아빠나 이모 얘기는 너무 길어질 것 같고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에...

정훈이에게 편지를 썼다.

정훈이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골수암을 얻어 일찍 지구별을 떠났다. 5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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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에게

 

참, 좋구나 이런 시간, 촛불, 음악.....

마음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생기는 듯,

큰 나무그늘 밑 빈 벤치가 있어 그리로 가서 앉은 듯.

 

죽음이란 말을 떠올리면 네가 빠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다른 어떤 동기들보다도 잘 통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날 네가 그렇게 가 버려서

아니, 그렇게 아팠던 널 그렇게 가게 내버려둬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미안하구 미안하다.

 

하나의 행사처럼 널 보내고 그냥 그냥 그렇게 네가 마치 살아있는 듯 그렇게 살다가

네 기일이 되면 널 생각하게 되는구나.

 

나비,

흰 나비를 보면 너라고 생각해.

네가 재가 되어 항아리에 담기던 그 날,

흰 나비를 봤어.

네가 나비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네가 아주 안좋은 낯빛으로 꿈에 나타났을 때

예감이 안좋았지면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 피일 만나러 갈 일을 미뤘었지.

나중에 네 엄마한테

네가 우리들을 그리 보고 싶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미안해 꺼이꺼이 울었다.

 

외롭게 보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게 미안해서

꿈속에도 나타났던

우리들을 기다렸던

널 생각하면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들, 보고싶은 사람들,

바쁘다거나 이러저러해서 못보는 일은

절대 않겠다고 결심했어.

 

네가 뉴질랜드로 떠날때도

네 깊은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봄이 온다.

산수유가 노랗게 다섯손가락을 쫙 핀 듯 피었어.

곧 흰나비들도 날아다니겠지.

 

또 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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