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 죽을 수 있게 해주는 환경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
나는 죽음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 메리(교통사고로 죽은 내 강아지), 삼촌, 외할머니, 예수님, 1학년때 아이 낳다가 돌아가신 담임, 이모, 아빠, 5.18 희생자, 이철규열사, 김귀정열사, 강경대열사, 우리 조카 준호, 과로로 돌아가신 선배 두 분, 그리고 내 친구 정훈이.
정훈이가 떠올랐다. 아빠나 이모 얘기는 너무 길어질 것 같고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에...
정훈이에게 편지를 썼다.
정훈이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골수암을 얻어 일찍 지구별을 떠났다. 5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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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에게
참, 좋구나 이런 시간, 촛불, 음악.....
마음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생기는 듯,
큰 나무그늘 밑 빈 벤치가 있어 그리로 가서 앉은 듯.
죽음이란 말을 떠올리면 네가 빠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다른 어떤 동기들보다도 잘 통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날 네가 그렇게 가 버려서
아니, 그렇게 아팠던 널 그렇게 가게 내버려둬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미안하구 미안하다.
하나의 행사처럼 널 보내고 그냥 그냥 그렇게 네가 마치 살아있는 듯 그렇게 살다가
네 기일이 되면 널 생각하게 되는구나.
나비,
흰 나비를 보면 너라고 생각해.
네가 재가 되어 항아리에 담기던 그 날,
흰 나비를 봤어.
네가 나비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네가 아주 안좋은 낯빛으로 꿈에 나타났을 때
예감이 안좋았지면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 피일 만나러 갈 일을 미뤘었지.
나중에 네 엄마한테
네가 우리들을 그리 보고 싶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미안해 꺼이꺼이 울었다.
외롭게 보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게 미안해서
꿈속에도 나타났던
우리들을 기다렸던
널 생각하면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들, 보고싶은 사람들,
바쁘다거나 이러저러해서 못보는 일은
절대 않겠다고 결심했어.
네가 뉴질랜드로 떠날때도
네 깊은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봄이 온다.
산수유가 노랗게 다섯손가락을 쫙 핀 듯 피었어.
곧 흰나비들도 날아다니겠지.
또 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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