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풍화작용과 화산, 바람과 같은 자연현상을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해
얘기나눴다. 9살 전 아이들에게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과학과 자연현상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 슈타이너의 얘기이다. 그러다가 9살 10살때 아이들이 또하나의 루비콘 강(성장을 위해 건너가는 강을 의미하는듯)을 건너면 과학적인 물리학적인 설명들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실습삼아 하나씩 써오는 숙제를 했다. 재밌었다. 시간이 없어 더 많이 고민하지는 못했지만.
우선 교사가 먼저 느끼고 즐거워해야 아이들에게도 그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들의 상상력과 기운을 함께 끌어 올린다고 한다. 잠자는 아이들의 영혼을 두드리기도 해야 한단다.. 재밌다. 이 공부..
제주도에 왜 바람이 많은 줄 아세요?
한라아줌마와 보름이 이야기
오늘도 보름(바람의 제주말) 이는 열심히 미끄럼을 열심히 탑니다.
한라아줌마의 어깨와 등, 머리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옵니다.
한라아줌마는 마음이 넓고 몸도 튼튼해서 보름이가 아무리 오르락내리락 해도 가만히 두십니다.
맛있는 자장면 냄새를 물씬 풍기며 주로 겨울에 놀러오는 북쪽이, 남태평양에서 들르는 성질 사나운 태풍이, 여름에 북쪽이랑 엄청나게 물싸움을 하는 오츠크기단이가 아무리 험하게 놀아도 별 야단을 안 치십니다.
그래서 동서남북 사방팔방의 바람친구들이 놀러옵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옛날에 그렇게 놀러왔다가 아예 살게 되셨다네요.
그래서 이 곳은 바람으로 이름난 섬이지요.
해님이 환하게 웃는 아침이면 우리들은 따스해진 한라아줌마 머리쪽으로 마구마구 달려 올라갑니다.
이 계곡 저 계곡에서 자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올라갑니다.
어른들도 함께 가지요. 온 힘을 모아서 올라갑니다.
해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 되면 추워져서 서둘러 서둘러 내려온답니다.
모두들 얼른얼른 집으로 돌아가지요.
이게 바로 우리들의 <곡풍이 산풍이> 놀이랍니다.
계곡에서 올라가고 산위에서 내려오는 우리들의 바람놀이.
그런데 한라아줌마에겐 비밀이 있답니다.
맘씨 좋은 아줌마도 아주 가끔씩은 엄청나게 화를 내신답니다.
그 이유는 어른들끼리만 기해서 잘은 모르겠어요.
하여튼 할머니가 들려주셨는데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대요.
한라아줌마는 너무 화가 나면 머리에서 연기가 마구마구 피어오르고 온 몸이 붉게 변할 정도로 열이 난대요.
그러다 울컥하고 아주아주 뜨겁고 시뻘건 물을 토하신대요.
그 뜨거운 물이 온통 사방으로 퍼지고 바닷속까지도 들어간대요.
놀란 바닷물이 얼른 식혀줘서 다행이었지만 바닷물도 정말 뜨거워서 한동안 자기도 뜨듯하대요.
바닷물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이쪽저쪽, 요기조기 제몸으로 쓰다듬고 덮어주고 어루만져 준대요.
지금도 산방산 아래쪽 바위는 물결모양이 그대로 있어요.
덥석 잡은 자리엔 바닷물 손가락 자국도 숭숭 남아 있고요.
그리고 우리 할머니랑 할아버지, 동네분들이랑 바다 건너 놀러오던 어른들이 한참동안 부채질을 해서 열기를 식혀줬대요.
건너마을 조각가바람 아저씨는 바닷물들이 애썼다며 용머리 모양의 바위를 만들어 선물했대요.
지난 주에 엄마랑 산방산에 놀러갔어요.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도는데 바위에 물결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마치 우리가 물속을 다니는 것 같았어요.
엄마랑 나랑 이 바위 저 바위를 만지며 신나게 돌아다녔지요.
놀러온 사람들 머리카락도 빗겨주고 잠바도 들춰보며 철썩거리는 파도도 올라타보고요
곡풍이 산풍이 놀이도 좋지만
산방산 바위따라돌기도 참 재밌어요.
웅크리고 있는 바위들을 간지럽이고 아주 심심할 때 찰싹찰싹 때리고 도망치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랍니다.
다음번엔 친구들이랑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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