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달 1월에 딸내미와 그림책 만들기 작업을 일주일간 다녔다.
그 다음주에 직장을 나가게 되었다.
이 그림책 작업이 평일에 함께 한 마지막 활동이 되었다.
이 때 슈타이너 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발도로프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공부 3년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작년엔 니체를 알게 되어 고정관념과 관습에 대한 발차기와 대들기, 꼬치꼬치 따져 묻기를 약간 배웠고 그 시원함에 가슴후련했는데
올해엔 슈타이너를 만나 몸과 마음과 영혼의 조화를 함께 일궈가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슈타이너....
책도 무지무지 많이 썼다. 이걸 언제 다 공부하나...
이 사람, 아니 이 분 천재인것 같다.
원래 자연과학자였다는데 음악, 미술, 조형, 건축, 동작(오이리트미).. 안 다룬 과목이 없다. 게다가 농사와 천문학까지.
슈타이너는 세계 인지학을 이끌어 온 학자이고 몸소 발도르프 학교를 만들어 운영했다.
언제 이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실험하고 스스로 현실에 적용해보았을까나.
어떤 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한번 꼭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ㅎㅎ.(돌아가셨지만)
요즈음은 뭔가 내가 공부해가고 있고 관심있는 것들이 한 줄로 구슬꿰어지듯 엮어지고 통하는 느낌이다.
'통하였느냐?' ^^
토론을 위해 읽고 있는 책들은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적 차이때문인지 내용을 반밖에 이해하지 못하겠고 그것도 정확하게 아니라 감으로 이해하고 있다.
공부 모임을 이끄시는 김광선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아들을 홈스쿨링 시키셨다.
마흔살 되신 사모님을 독일로 발도르프 교사 공부를 보내시고 말이다.
(사모님은 6년 후에 돌아오셔서 오이리트미라는 동작수업을 대안학교인 과천 자유학교에서 하고 계신다)
대단한 남성분이다. 여성성이 많으신 분이신 것 같다.
(속으로 엄청 부러웠다. 남편이 이렇게 자기 부인을 지원하고 전망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사례는
우리 나라에서는 흔치 않기때문이리라. ......한 마디로 '아이구 부러워라'이다. 형편이 되셨겠지. 뭐^^)
실핏줄이 타들어가고 간이 곶감처럼 오그라드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이주에 한 번씩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몸과 마음과 영혼에 대해서,
교육과 예술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시를 운율에 맞춰 낭독하면서 다야한 몸짓으로 형상화 하는 오이리트미(오이: 아름다운, 리트미:리듬, 춤 == 독일어) 를 하고
흙을 만지며 빚으며, 물감과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면서, 비로소
나는 살 것 같은 느낌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내 속의 아이가 행복하다고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는 듯해서
삶의 대한 통찰의 힘이 자라고
내 영혼에 기름을 부어져
윤기 있고 촉촉해지는 느낌이다.
오이리트미 끝나고 사모님이 말씀하시기를
과천 자유학교 8학년(16살 ==== 발도르프 학교는 12학년제이다) 남자, 여자 아이들이
그렇게 이쁠수가 없다고 하셨다. 뽀야니 피어난 꽃들 같다고.
(아마 이도령, 성춘향 나이가 되어서 그렇겠지. 자연의 이치인 게야. 가장 꽃피는 나이?)
그러나 길가를 다녑보거나 아침 출근시간에 만나는 고딩들을 보면
삶아놓은 시금치같고, 시든 쪽파 같이
다들 힘이 없고 화가 나 있고 .... 대체로 그렇다.
입시의 무게, 대학진학을 위해 닭장에서 길러지는 닭처럼
항생제에 성장촉진제에 사료를 먹으며 사육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가장 눈부시게 꽃피울 나이에
몸과 마음과 영혼이 짓눌려져 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도 그리 자유롭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정말 점점 물러날 곳이 없이 절벽으로 낭떠러지로 몰리는 것 같다.
꼭 배운다는 것은 그리 고통스러운 것이어야 될까?
인내와 끈기는 필요하지만
억눌리고 마구 쫓기고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듯한 교육방식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얼마전 핀란드에 다녀오신 노장 선생님이
그 동안 선생님이 추구해 오신 교육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되셨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마음 먹으시고
교육부장을 자처하셨다는 얘길 들었다.
이상적이라고 했던 교육이 한 국가 차원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눈으로 몸으로 체험하고 오신 노장 선생님의
앞으로 남은 생애가 어떠할 지 충분히 가늠하게 된다.
교육과 예술,
상상력과 창조,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
스토리가 있는 과학.
못할 것도 없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행복하다.
삶의 눈 한 개가 열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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