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떨리고 설레고 두렵고....

 

올해 2월 4일 시작한 내 휴가는 이제 4분기에 들어가고 있다.

 

1분기 -  쉬어야 한다, 놀아야 한다,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난 휴가중이라고 각성에 각성을 덧붙이며

            휴가의 의식화, 신체화에 주력했던 시기.

            실천으로 그냥 마냥 누워있기, 아무생각 없이 만화보기, 해 보려고 애쓴 시기.

           그러나 이미 번역강좌 3개월짜리와 국선도,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을  시작한 시기.^^

 

2분기 -  서방의 사업정리와 갑작스런 발목뼈 이상으로  부부가 손가락 빨며 백수커플이 된  묘한 시기.

            연애 6년, 결혼 10년만에 처음 얼굴 맞대고 집에서 어슬렁거렸던 시간들. 활동하느라 사느라

            바빴던 것들, 소홀했던 것, 스쳐갔던 것들을 차분히 살펴보고자 노력하고자 했으나 쉽지 않다

            는 걸 절감했던 시기.

            실천으로 한 3주 정도는 사이 좋게 지내려고 애썼고 밀린 숙제(?) 를 매일 열심히  했던 시기

                       

여름방학 - 모든 것을 멈추고 가족 셋이 친하게 지내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자 계획했던 시기.

                그러나 가장 무력하고 힘들었던 시간.

 

3분기 -  1년이 얼마 안남았다고 화들짝 놀라며 이것저것 또 강의를 듣고 배우러 다니느라 바빴던 시기.

             무료동화강의, 글쓰기 공작소, 시민영화학교..... 정신이 좀 없당.

             드디어 거의 1년에 걸친 에니어그램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자축함.

             시민영화학교 분반에서 단편영화를 찍음( 드디어 출연. 한장면 -.-;;)

             창작활동이 아직은 내 단계가 아닌 듯. 발산, 퍼냄, 분출의 글을 써야 할 듯.....

            

아직도 내년 2월까지 4분기가 남았지만 여러 상황이나 내 전망,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얼추 갈 길을 정한 듯하다. 이게 일시적인 호기심이나 열정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나 자신으로 사는 삶, 나답게 꽃피는 삶. 그 삶이 어떤 것일까? 어떤 길일까?

 

사회복지사를 기반으로 직장을 구하고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이런 대략의 계획을 세워보자마자, 내 가슴은 좀 죄어오고 내 머리는 뜨거워지고 있다.

출발선에서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않은 채 결승점을 노려보고 주먹을 불끈 쥐려고 한다.

내가.

지리산둘레길에서도 다음 도착점이 정해지면 둘레둘레 둘러보며 가기로 했던 생각과는 달리 무의식적으로 나는 앞을 향해 마냥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물론 시간은 없고 알아본 대학원은 모두 필기시험을 친다. 내년 봄에 시험이 있다. 시험없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학부전공과 다른 것이니 남은 기간 공부를 해야한다. 와우, 책값도 만만치 않구나.

 

엄마한테 야단맞아서 더 시무룩해졌다. 아빠가 가라고 할 땐 안 가고 돌아가시고 나서 둘다 놀면서 무슨 대학원이냐고 , 자식들 대학원까지 가르쳐놔도 용돈 10만원 주는 자식 없다며 호통이셨다.

그렇다.

대학교 4학년때 대학원가라고 아빠가 얘기했는데 나도 사실은 가고 싶었는데 사학비리로 얼룩진 학교상황이 만만치 않았고, 다들 노동현장에 투신하는 분위기에서  나혼자 대학원 간다고 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2학점을 펑크내고 학교에 남아 학생운동을 했다. 5학년, 6학년, 그리고 재야단체 상근자로

사회진출...

 

나름 내 종교적 신념과 청년의 양심으로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다만 약간 아쉬움은 있다. 마흔인 지금 시점에서 보니 한 5년만 젊었어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겠다 싶다. 하지만 5년전이나 지금이나 뭐가 크게 다르단 말인가? 

그러니까 지금도 할 수 있다. 충분히. 문제는 정말 간절히 원하는 가, 끈기있게 공부할 의지가 있는가, 직장생활과 학업을 잘 병행할 수 있는 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가, 하는 구체적인 물음에 어떻게 구체적인 답을 해가며 실천을 해 갈 것인가이다.

 

답답....막막.....

 

하지만 지금 결심하지 않으면 다시 5년 뒤에나 10년 뒤에 후회하겠지. 5년만 더 젊었으면 하고.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라는 것을 쓰면서 떨리고 설레고 두렵다.

아마, 막상 직장이라는 현장에 가면 더 두렵고 떨리겠지.

이력서, 자기소개서 없이도 내 자신이, 내가 살아온 삶이 신용 자체인 사회단체나 시민운동계가 아닌

일반 직장인으로 나를 써달라고 하는 것이 어떨 것인지 약간 우울감도 온다.

 

괜찮다. 괜찮다. 좌절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인생에서.

다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우선 대학원 진학을 해 놓고 뭐 나름 나도  애썼다고 말할 수 있겠지.

경제적 문제는 정 안되면 집  평수 좀 줄여서 이사가고

 

4분기 -  3분기를 잘 마무리 하고 취업과 대학원 시험공부에 일로매진하는 시간.

            딸내미 겨울방학이 최대 고비겠지. 두달 통째로 쉬는 대안학교의 장점이자 단점.^^

            마음속에 모든 것을 철회하고 눈 딱감고 남은 이 4분기를 제대로 쉴까? 하는 생각이

            유혹처럼 손짓을 한다. 근데 왜 자꾸 서방얼굴이 떠오르지?

           같이 쉬어도 왜 난 뭔가 미안함, 쪼여옴의 느낌이 드는 걸까? 어디에서 올라오는 감정일까?  

           

            대학원 5학기면 대충 3년 흐르고, 수퍼비전 받고 그러면 대충 5년 되겠지.

            45살. 그리고 공부 더 하면 10년, 50살. 50살, 50살, 50살이라....

            내 청춘은 가고 우리 딸도 19살 꽃다운 나이

 

            이 때쯤 내 꽃은 무슨 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나리오대로 갈 수 있을까?

 

            떨리고 설레고 두렵고......            

 

그 사이 글도 쓰고 동화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춤도 추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맘껏 만날 수 있을까?

 

그 사이 죽지는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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