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랑(마음이 설레이게 하는 *.* ~~) 길을 가다 아이스크림을 사먹게 됐다.
찰떡같이 쫄깃해서 주걱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신기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줄을 선 앞 사람들에게 가게 직원(알바생 같기도 한데)이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묘기를 부린다는 듯 여러 장난을 치면서 너스레와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어, 벌써 감정이 묻어나는데. 워어 --- 워어 ----)
기다리고 있는 한 아이에게 주걱으로 아이스크림을 들고 떨어진다며 한참을 늘어질 때까지( 나도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하긴 했다^^) 두기도 하고 과자컵에 담아 주다가 갑자기 거꾸로 돌려주기도 하고 하여튼 상술인지, 나름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고 재밌게 노동시간을 보내려는 자구책일수도 있고.(애쓴다고 생각, 인생은 이런거야 라는 깨달음까지 이 짧은 시간에 하고 있었다)
근데 뒤에 서서 이미 한번은 다 본 광경이라 지루함이 슬슬 올라오는데
'그 자아~쉭' 이 내게 결정타를 날렸다.
"엄마는 뭘로 하실래요? " 였나? 흥분돼서 질문 전체는 생각이 안난다.
여하튼 나를 보고 '엄마'라고 했다.
순간 내 느낌은 아주 큰 해머가 내 뒤통수를 내리치는 것 같았고,
무대에서 갑자기 드레스가 확 벗겨져 빨리 무대커튼을 닫아야 하는,
유체이탈이라도 해서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은,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어디 구석 자리에라도 가고 싶은
그것이었다. 꺼이꺼이~~
아니, 아직까지는 결혼 안한 노처녀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이거 내 말이 아니라 순전히 들은 거다. 남들한테 - 왜 이리 처절한 느낌이...흑흑)
하필이면 설레이는 사람이랑 있는 자리에서
'아줌마'도 아닌 '엄마'가 뭐냐?
아니, 좀 지나면 지루한 온갖 호들갑을 안스럽고 대견하게 봐주었더니만
고작 돌아오는게 산통을 깨는 듯한 그 말이란 말인가? '엄마!'
엄. 마.
그 숭고하게 담아온 낱말이 갑자기 낯설고 약간 밉고 저 한쪽으로 밀어놓고 싶고 그러네.
맘 속으로 '설마 이 사람 엄마처럼 보인다는 얘기는 아니겠지?'하는 아주 엉뚱한 생각까지 (근데 갑자기 혹시 진짜 그 말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반문이 내 뇌리를 스쳐간다. 유성처럼 쉬이익 *---)
못들은 척하고 얼렁덜렁 아이스크림을 받아갖고 가던 길을 향했지만
내 시선은 쳐다보지 않고 있지만 내 마음은 이 사람을 살펴보고 내 생각은 온갖 상상을 하고 있다. 흑흑흑 ...슬픈 상상.....
오늘 아침
딸내미 학교 가는 길에
"예현아, 엄마 아가씨 같지 않니? "
"아니, 아줌마 같아. 배가 그렇고 머리모양이 아가씨는 긴 생머리야, 그리고 높은 구두 신어.뾰족한 거."
침을 꿀꺽 삼켰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 들이는 것이 인생이고
중년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근데 속에서 몇가지 고함소리가 들린다.
- 이것아, 너 뱃속에 품었다 낳고 젖먹이느라 이렇게 됐어!
- 긴 생머리? 누구는 안하고 싶냐? 엄마는 안돼. 곱슬머리 생머리로 펴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돈 엄청 들어. 글구 엄마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긴머리 안 어울릴 것 같아.
- 높은 구두? 엄마 이거 신으면 걸을때마다 뒷골이 울려. 어지러워. 평생 운동화만 신고 살아서 발모양이 free한 걸 어떡하니? 그리고 하이힐인가 이젠 킬힐까지 그거 허리에 안좋다.
집에 들어오려고 현관 문을 여니 된장국 냄새가 확 난다.
얼른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는데 한 물음이 올라온다.
'염색이라도 할까? '
아니 근데 날씨가 갑자기 우중충한 거야.
고상하고 성숙한 사람들이 가져서는 안되는, 절대 갖고 있지 않을 듯한
유치한 것 같은 , 세속적인 것 같은, 저급한 물욕같은
그런 것들에 대한 욕망도 다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 수용하는 거
그리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욕구라면
좀 채워주기도 하는거
그게 이 나이에 해도 될 일 아닐까?
괜찮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터키 아이스크림드실려다가 그러셨군요^^? 근데 그 '자아~쉭' 은 무얼보고 '엄마'라고 했을까요?? 궁금하네요..신기가 있나??
답글삭제내가 즐거우면 되는 거잖아요. 하고 싶으면 하세요. 가끔은 여우짓도 필요한 것같아요. ^^
답글삭제@shumah - 2009/06/17 10:21
답글삭제오랜 장사경험으로 신기는 있는데 사람마음을 잘 읽는 영업기술은 좀 더 연마해야 할 듯...^^
@회색웃음 - 2009/06/17 12:26
답글삭제넵!!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