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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만취한 선배언니를 좀 돌봐줬더니 그 미안함과 쑥스러움을 영화로 쏜다기에 만사제치고 오케이하며 달려갔다.
인천에 몇 안되는 예술극장에서 봤다. 마지막 상영일이라 그런지 저녁으로 가는 늦은 낮시간이라 그런지 아님 언니가 나를 위해 극장을 전세낸 것인지^^ 우리 둘밖에 없었다.
맨처음엔 영화제목처럼 그냥 무난하고 싱겁고 뭐 그런 영화아닐까 했다. 주인공들도 그리 아주 센 이미지를 가진 확튀는 배우들은 아니기에..
근데 이거이거 정말 괜찮은 영화다. 아, 손에 피가 마르기전에 (좀 센가?)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써야 됐는데 ....쩝 고정관념을 딩~하고 치는 반전이랄까, 역설이랄까 그런 상상이상의 맛이 숨어있다. 그리고 요즈음 많이 테마가 되고 있는 가족이라는 의미도 새삼 다시 묻고 생각하게 한다. 진일보했다. 보고싶고 그만큼 원망스러운 도대체 왜 날 버리고 갔는지, 왜 날 낳았는지 애증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만나고 싶었던 아버지가 그림자같이 자기를 돌봐줬던 곁에 있던 이모 였다는 거!
여기서 나는 가족에게 있어 아버지의 의미와 역할, 존재는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굳이 아버지는 있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있기는 있어야지.... 두 씨앗이 만나야 생명이 잉태되니) 어쩜 부성애도 모성애처럼 사회가 만들어낸 그 뭔가가 아닐까?
내가 아이를 낳고 느꼈던 감당할 수 없었던 모성애, 후르륵 끓어올랐던 모성애는 활동을 위해 아이를 백일지나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는 불안감, 미안함, 핏덩이에 대한 부족한 돌봄에 대한 죄책감이 더 많이 있었던 것 아닐까?
아이를 막 낳고 산후조리하면서 이 거친 세상에 이 환경오염에 언제 어떤 재앙이 일어날 지 모르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지구에 아이를 살게 해야 한다는 것에, 20:80 을 넘어 10:90의 빈부격차의 세상에 이 아이또한 살아가야 한다는 부모로서 선배로서 후대를 잘 안내하고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할 선대로서의 무능함, 부족함에 아직 미개한 성차별이 만연한 이 사회에 여성으로 살아갈 그 고단함을 얼마 해결해 주지 못한 안타까움에 대해서 불안함, 미안함이 가득해서 산후우울증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 그냥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다. 하염없이 ^^
모성애이기보다는 불안함인 것 같다. 이게 모성애인줄 착각해서 모성애라는 것이 이토록 절실하게 몸에 있었구나 싶었고 그래서 모성보호가 필요한 것이구나 생각해봤다. 그전에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구호를.
모성애나 부성애는 다시 한 번 공부를 해봐야겠다.
모성이든 부성이든,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하더라도 떠나가지 않을 믿을 수 있는 양육자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아빠와 엄마가 있어야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두 사람중 하나가 없는 것은 비정상이고 버려진 것이라고 느껴지고 그것은 자기자신이 사랑받을 존재가 아니라는 수치심으로까지 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 이대로 그 가정은 괜찮았지만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하는 아버지가 집에 없었기에 늘 개인적으로는 결핍을 느꼈고 사회적으로는 놀림의 시선을 느껴왔던 것이다.
근데 늘 아버지는 이모의 모습을 곁에 있었다. 무슨 차이인가? 성별의 차이?
이게 아이러니이다. 이 지점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아닐까 싶다.
아이의 다른 성장기, 성인으로의 모습, 성정환 수술, 또 아버지 없는 아이를 키우는 아이,
영화는 얘기해 볼 거리를 많이 담고 있다. 여성감독의 섬세한 시선, 여성감독의 역사이기도 할 것 같다.
반갑고 기대되는 감독이다. 특히나 특이한 성씨가 맘에 든다. 인연이 닿기를 남몰래 바라게 됐당^^ |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여성감독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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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 TV에서 시사회 장면 소개해준 걸 본 기억이 나는데.. 개봉했군요. 동료들과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해요. 가사부담에 대해서요.
답글삭제부부가 공동으로 직장생활을 할 경우는 반반 도와야 한다는 인식은 있는데, 어느 한쪽이 벌지 않을 경우에는 한사람은 돈을 벌고, 나머지 한사람은 집안일을.. 각자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더라구요.
가족은, 가정은 어느 하나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그 무엇이 있는데 말이에요. 삶이 고단하더라도 가족을, 자신들을 보고 클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니가 더 많이 하고, 내가 더 적게하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에요.
가정일에 대해 너무들 인색한 것같아요. 나이들어 버림받았다 생각지말고 젊을때 잘하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
@회색웃음 - 2009/06/27 03:00
답글삭제함 보세요.자유로운 여성의 삶을 위해서는 콘크리드같이 생명력없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멋진 비혼의여성의 삶이 좀 부럽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