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5일 목요일

비포선셋

 

얼마전 아, 작년말에 이 영화를 빌려다 봤다. 근데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before sunrise >를 보지 않으면 뭔가 부족해서 두 편을 빌려서 그들의 사랑을 들여다봤다.

 

강가에서 햇살에 빛나던 이마와 머리칼을 가진 지적이고 열정적인 여학생.

그리고 약간의 체념(아, 인생의 방정식을 받아들인 성숙미라고 해야 할까?)의 갈색 그늘이 깔린 그 여인.(여전히 열정적이긴 했다. 시민단체인지 환경단체인지에서 일하고 있었나? 꽤 정치적이기도 하고..)

외모야 동서양으로 확연히 다르지만 나는 그 여인에게서 나를, 내 어떤 모습을 보았다고 할까?

 

이상을 추구하는 뜨거운 열정, 현실의 차거움에 놀라고 약간은 상처받고 받아들여야하는 고통,

영혼과 신념이 통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연인에 대한 약간의 실망. 아니, 사랑의 쓰디쓴  reality.

 

그 여인은 그 사람을 줄 곧 마음에 담고 살았다.

단 하루였지만 영혼과 생각과 느낌이 통하는 그 가슴벅찬 시간들. 함께 걸었던 거리, 강가, 빛나던 눈빛.

그 젊음의 싱그러운 시간들.... 막 떠나려는 기차를 타면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던 숨막히는 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도. 어찌 될 줄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차. ----------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출판기념 작가와의 만남에 찾아온다.

그 여인이.

약속한 장소에 나왔는지 조심스레 조심스레 서로 물어보면서..ㅎㅎ
잠시 맺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을 풀어놓기도 하고

잔잔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주고

이미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임을 받아들이는.

그것이 인생인 것을 (양희은 노래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겐 그 사람만의 특별함이 있어.
 그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대체 될 수 없는 거지.

 그저 잃어버리는 건 잃어버리는 거야.
 나는 정말 사소한 디테일이 보이거든. 그리고
그 작은 것들에 감동받고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지.
모든 사람들은 그 작고 아름다운 디테일로 만들어져 있어.
말하자면 그 날 아침, 네가 떠나기전 아침해가 너의 턱수염을 비출때...

나는 그런 게 기억나고, 그런게 그리웠어.
나 좀 미친 것 같지?"                               
- 영화 Before Sunset 중에서

 

그래, 그 특별함이, 햇살에 빛나던 턱수염이든,

금가루처럼 환한 웃음이든, 고운 턱선에 단아하게 붉은 입술이든,

흰 입김을 호호 날리던 흰 얼굴이든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사소한 디테일은 있는 거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추억의 앨범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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