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가 친구네 생일잔치 초대에 뒤도 안돌아보고 게다가 하룻밤 자고 오겠다기에 버스타고 데려다 주고 왔다.
늦은 아침을 넘어 점심을 먹인 설거지가 그대로 있다.
벌써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간. 노을빛이 조금씩 산 능선에 파스텔처럼 번져가고 있다.
2시부터 지금까지 맨처음엔 자서전 쓰는 무료강좌를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번지고 번져 새해맞이 네이버블로그 단장 좀 하고, 일어공부 좀 한 사람 블로그 검색을 쭉하고, 새글이 올라온 이웃블로그 좀 보고, 안부인사해 주신 분들 들어가서 잘 있다고 안부남기고 그러니
3시간이 꼴딱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또 든다.
꾸준하게 서평쓰고 영화평 쓰고 뼈가 있고 씨앗이 있는 삶의 얘기를 쓰고 있는 블로거들의 활약을 보면서 언제 그걸 다 하지 싶다.
직장생활이든 뭐든 자기활동을 하면서 기록을 남기는 일이란(그것도 비주얼하게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멋지게 첨부해서) 보통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글로도 족하지만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 한 장은 더 많은 얘기를 해준다.
이런 성실하고 창조적이고 살아있는 가슴을 가진 블로거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풍요로워 집시다. 경제는 어려워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우리의 자유로운 광장에서
(MB땜시 자유롭지 않구나, 몸조심도 하시면서..) "
인내심을 좀 건드리는 노트북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다운받고 올리고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이거라도 있으니 하면서 감잎차를 혹시 쏟을까 조심..조심...조심
아, 좋다. 토요일 오후. 이렇게 잠잠하게 고요하게 음악과 함께 전등하나 켜놓고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렇게 토닥토닥 치고 있으니. 배도 별로 안고프다.
단소소리와 바이올린이 어우러지는 한충은의 '란을 위한 노래'가 고요하게 깔리고...
난 이미 바이올린 활을 켜고 있고 단소를 불고 있다, 바이브레이션인가를 구사하려고 고개와 입술도 떨면서....ㅎㅎㅎ
이런 고요와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었나보다.
에니어그램 7번유형의 현란한 날개를 써왔던 유쾌하고 발랄하고 앞에 나서는 삶에서
이제 골방에 처박혀 책과 그 무엇인가에 몰입하면서 세상에 대한 지식과 지헤를
탐독해가는 5번유형의 날개를 펼치는 그런 삶으로 전환하기를
내 안의 내가 원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난 여전히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고 싶고 악기를 연주하고 싶고
뮤지컬 음악을 들으면 바람이 머리칼을 날리며(난 머리가 짧지만) 가슴터질듯한 몸짓으로 노래하고 있고(상상)
고흐나 그 밖에 이름있는 화가들의 덕지덕지 유화가 발린 그림을 보면 그 물감덕지에서, 터치에서, 형상에서 무언가 예술의 고통스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이건 7번 날개가 여전히 작용하는 것일까?
아니.
억눌러운 욕구가 올라오는 것일 게다.
의식이 가둬놨던 예술적 욕망들이 이제는 말을 하겠다고 탈출하려고 하는가 보다.
아~ 나는 누구이지. 뭐가 나지?
더구나 이 어려운 생존의 시기에...
머리속을, 가슴속을 떠 다니는 것들.
느끼는 대로 해보기, 안해봤던 것 해보기, 인터넷 바다에서 일주일간 폐인돼보기, 하모니카, 기타, 바이올린, 크로키, 수채, 유화, 수묵, 살사, 살풀이, 밸리, 바느질, 조각보, 천연염색, 청바지에 그림그리기, 옷 디자인해서 입어보기, 천정에 그림그리기, 모기죽인 자리에 그림그리기, 혼자 여행가기, 인천의 산줄기 다녀보기, 일본여행, 일본놈들 제대로 알기, 일본영화보기, 3년뒤 유럽배낭여행을 위한 영어공부하기, 영화출연하기, 영상교육받기, 수학과 맞짱뜨기(^^) 피아노배우기, 도자기, 소설쓰기, 동화쓰기, 대안학교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
확실히 글로 쓰니 실체가 보이는 것 같다.
여기서 사업적 필요성 때문에 원했던 것과 진짜 원하는 것을 구별해 봐야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어느 정도가 문제이지. 깊이.)
장기간 준비할 것과 단기간 준비할 것, 일회성으로 해볼수도 있는 것을 나눠보면
별로 못할 것도 없는 것 같네
근데 뭐가 문제니. 너?
에니어그램 6유형이라고 정리해 가는 나는
무엇이든 직면하기 전의 두려움이 엄청 크다고 한다. 공포수준이라네.
근데 막상 닥치면 침착하고 잘 하는데 말이다.
늘 자신이 없고 자기 자신을 잘 못믿는다고 한다. 실제보다
이젠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나 이제 40대 아주머니 됐다.
게다가 올해 난 안식년을 선포했다.
creative break
healing
올해 내 키워드이다.
축하해. 진정 네 자신이 되가는 것.
참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
잘 해 낼 수 있을거야
20년 활동을 쉬는 게 아니라
인생 상권을 마감하고
새로운 인생 하권을 시작하는 거다.
인생 상권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공동작업이 결정적이었고 남의 입김이 많았다면
이제 인생 하권은 오롯이 내가 써가는 주옥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주옥같다는 표현이 나자신도 약간 불편한데 뭐 어떻단 말이냐?
내 인생인데, 누가 대신해주지 못하는 (해주고 싶어도 절대 못하는)
또 주옥같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다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인생인데
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제대로 사랑해보자. 그게 제대로 사는 길이지.
갑자기 힘이 나네. 역시 글쓰기는 치유의 힘을 가지는가봐?
이러다 또다시 자기불신과 혐오로 추락하더라도
나는 다시 툴툴 먼지를 털고 깃털을 매만지며 뚜벅뚜벅 걸다가 힘차게 질주해서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리라.
힘차게 날아올라, 네 안에 힘이 있어, 널 믿고 비상해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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