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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사춘기인가?
즐거운 나의 집(07)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08.3) - 괜찮다,다 괜찮다(08.8)
이른 바 공지영 작가의 위로 3부작이다.
오십대를 앞둔 공지영 작가, 사십을 앞둔 나.
그와 나는 90년에 만났다. 과 학회지에 광주민주항쟁 10주기 기념대회를 다녀온 기행문 마무리가 '더 이상 아름다운 경험은 없었다.'라고 돼 있다. 그건 공지영 작가의 초기 작품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를 읽고 빗댄 것이다. 중산층 집안의 딸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글재주도 있고 예쁜 작가는 386세대가 맞아야 했던 역사적 사명을 겪어 내며 느낀 희망과 절망을 담고 있었던 소설이었다. 한창 절체절명의 역사의식과 신앙을 갖고 있었던 나는 이해는 하지만 운동의 끈을 놓아버린 그가 탐탁지 않았고 두려웠다. 내 안에도 그런 생각이 느낌이 고일까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솔직하고 쉬운 문체와 그의 독특한 감성들이 인상에 남았다.
세 번의 이혼과 각기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혼자 사는 여인 공지영. 세상을 올바로 바꾸려고 기득권을 버리고 노동운동 현장으로 들어가고 다시 나오고 그 이후 겪은 온갖 인생의 풍랑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 그것을 치유하는 내면작업을 담고 있는 치유와 성찰의 글들이다. 대학 들어갈 나이가 된 딸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치유해 가는 소통의 글들이다.
말 그대로 위로가 되었고 동병상련의 대목들을 찾아 밑줄을 긋고 같이 아파하며 치유를 갈망했다. 나 또한 어린 딸이 있는 처지라. 자존감은 대물림 된다는 연구를 보고 끔찍하고 잔인하고 무서웠다. 아무리 발랄과 유쾌의 가면을 쓰고 아이들을 대해도 아픔과 사상처가 풍기는 습습한 기운, 칙칙한 어둠은 드러나게 돼 있는 것 같다. 우리 삶의 90%는 무의식이 지배한다고 한다. 방법은 무의식이라는 어둠의 영역을 의식성찰을 통해 밝은 세상으로 드러내 성숙하게 해결해 가는 것이다.
작가랑 정서나 감성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 나도 글을 통해 내면 성찰 작업을 해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아, 내가 글을 쓰면 비슷하게 돼겠구나. 싫다. 늦었다....'하는 생각도 들어 씨익 웃었다. 그러나 글이 꼭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또한 글쓰는 과정이 내 아픔과 상처를 직면하고 명료하게 하는 과정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작가는 엄청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만나왔고 자신을 성찰해 왔다. 수 많은 책 속의 구절 구절에 담긴 이마를 치고 가슴을 울리는 지혜와 감동의 말씀으로 작가는 성장해왔다.
나또한 책처럼 훌륭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아니, 몰랐던게 아니라 참아왔던 것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가문 논바닥처럼 물기 한 방울 찾을 수 없이 쩍쩍 갈라진 마음, 바짝 마른 가을 낙엽처럼 만지면 부숴질 것 같은 상태에 공감과 위로, 소통라는 치유의 물기를 대주고 있다.
머리를 맑게 하는 허브향 기름을 이마에서부터 천천히 흘려 내리는 듯 삶의 짐을 내려 놓고 앉아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갈 길을 내다보게 한다.
*밑줄 친 것 들
<즐거운 나의 집>
- 비록 이 세상에 큰일은 하지 못하고 살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올바른 쪽에 서려고 했고 자신엑 부끄럽지 않으려고 했다.
-죽는다는 것도 삶의 일부야. 잘 사는 사람만이 잘 죽을 수 있는 거지. 누구나 한 번은 죽으니까....
- 누가 누구에게 행복을 주고 말고 할게 없다는 걸 말이지요.
- 내가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리고 이 사랑의 이름으로 아빠에게 강요하고 있었고, 그리고 내 마음대로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날 사랑하지 않는 아빠를 미워하며 또 그 만큼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엄마는 아저씨때문에 사랑이란 꼭 아픈게 아니란 걸 알게 된 거야. 맙소사, 아저씨는 말한다...... 예전에는 나도 여자들에게 많은 아픔을 준 사람이었다고
- 두 사람은 커다랗고 노란 한 덩이의 전구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빛과 열을 사방에 뿌리며 스스로도 밝고 따뜻한 그런 빛 말이다.
- 혁명, 이라니. 누가 이런 꿈꾸는 듯한 단어를 가르쳐준 일이 있었던가. 스물의 엄마에게 그것은 생을 걸고 한 번쯤 도전하고 싶은 낭만의 극한, 정의의 결정체, 혹은 박해받는 진리의 표상이었어. 나는 그를 존경했고 그리고 숭배했다.
- 우리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터질듯한 자부심이 있었다.
- 혁명의 환상이 깨어지던 순간부터 혁명보다 더 지독한 일상이 우리에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 우리는 그제야 연애하는 동안 겪어내야 할 갈등을 비로소 겪게 된 거야.
- 엄마가 그를 더 이상 존경하지도 않는 다는 것을.
- 우리가 함께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을 때 우리는 하나였지만, 증오의 대상이 스스로 항복하고 나자, 그 증오는 이제 미숙한 서로를 향해 겨누어지게 된 것이지.
- 그녀가 존경을 받을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실에 엎디어서 엄마는 깨달았지. 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은총이었다는 것을 말이야.
-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 사랑한다고 해서 그걸 꼭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란 걸 나는 이제 알았기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해 존재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 엄마가 내가 준 사랑의 열쇠는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준 것 말이다.
- 그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 나는 내 모든 이런 운명들을 처음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 그러나 나는 엄마였고 엄마로서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서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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