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고고70

미리 계획되고 그렇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지 추구하는 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대체로 그런것을 편안해 하는 나도 사실 갑작스런 이벤트나 약속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다.

 

'할 일 많은데 하면서도 주춤하는 마음도 있지만 숨도 좀 쉬고 문화생활도 좀 하자, 너 스스로는 못가잖아, 못 놀잖아 '하면서 일을 마치고(대충 마무리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갑작스런 지인의 약속, 그것도 영화약속은 스릴과  기대를 준다.

더구나 영화를 거의 다 보는 영화광수준인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를 본다는 기대가..

아 그런데 이글아이를 본다고 했는데 어째 200석이 그렇게도 금방 찬단 말인가?

하여튼 못보고 고고 70을 봤당

 

예고편을 봐서는 저 영화 왜 만들었을까 싶었고 그저 신나는 옛 그룹사운드의 얘기겠다 싶었는데 예상보다는 많은 내용을 갖고 있었다. 아니 영화를 본다는 게 그저 좋았는지도 모르징.

 

맑은 눈과 피부를 가진 환한 조승우의 타고난 음악성이 연기처럼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빛났다.

알고보니 출연한 사람들 모두 쟁쟁한 뮤지션이거나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내내 데블스라는 소울브라더스의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나보다. 뮤지컬영화인 맘마미아의 가슴 탁트이는 시원함과 사랑의 애절함과는 조금 다른 뭔가 억눌린 것을 폭발해내는 후련함이 있었다. 아마 유신시대를 배경으로 했고 기지촌출신의 딴따라였다는  역사적 아픔이 영화내내 깔려있어서 그럴 것이다.

 

치솟는 인기와 일년내내 현충일 하루밖에 못 쉬는 스케줄에 조금씩 지쳐가는 데블스멤버들의 모습들,  그 와중에도 새로운 노래, 변화, 창작을 하고픈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는 리더 조승우의 모습은 예술하는 사람들의 기쁨과 아픔을 담고 있다.

 

여배우 신민아는 잘 어울리까싶었지만 우려가 됐지만  그냥  무난했다. 많이 성숙한것 같다. 영화배우 참 매력있는 직업이다. ㅎㅎ

 

도입부분에 나오는 대한늬우스에나 나올만한 70년대의 영상은 '어디서 저런 것을 찾아냈을까?' 싶게 재미있었다. 고고장의 화재로 멤버를 잃은 대왕코너는 바로 우리 친정집 근처라 더욱 친근했당. 74년 대왕코너 화재 참사. 내가 4살때지. 어른들이 그 얘기를 했던 것 같고 그 자리는 불이 잘 나는 자리라고 해서 목욕탕인가  사우나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최호 감독이다.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더듬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잘 모르는 감독이나 찾아봐야지. .

 

하여튼 생각보다 재밌고 시원하고 의미있는 영화였다.

특히 조승우 잠재력이 있는 실력있는 배우다.

꺼내면 꺼낼 수록 새로운 뭔가가 나올 것 같은 ..

 

근데 왜 나는 그의 삶의 아픔이 더 다가오는 걸까?

또 나를 투사한다. 그래 그냥 투사해라. 투사하는 줄 알아채면 되지 뭐.

 

영화 끝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  따스한 커피 한 잔.

가을 밤의 여유와 정취마저  마시게 해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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