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9일 목요일

손석춘님 컬럼 - 최진실 자살바이러스의 진실

그날 아침 그이의 죽음 소식을 듣고 마치 내가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깊은 생각은 못하고 그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어린 생명들,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사랑하는 것들을 두고 차마 두고 갔을까, 독한 사람, 쓸쓸한 사람, 외로운 사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느님께 기도도 드렸다.
그런데 잠깐 죽음자체에 묻혀있던 순간 이놈의 정권은 이 글처럼 그들의 깜냥을 드러냈다. 입을 막고 생각을 멈추게 하려는 음모를.
자살은 안된다. 그래서 자살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이 사회의 구조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안된다....
 
최진실과 ‘자살 바이러스’의 진실

경쟁 사회 부추기는 집권세력이 바로 '자살 바이러스'

2008.10.06 ㅣ 손석춘/새사연 원장
 
최진실. 고운 얼굴에 늘 슬픔이 묻어났다. 콕 집어 어디라 할 수 없지만 내겐 그렇게 보였다. 서민 대다수가 최진실을 사랑했다. 험한 세상 애면글면 이겨가려는 애처로움에 공감했을 법하다. 그래서가 아닐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는 최진실의 마지막 말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 최진실만이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 대다수의 마지막 마음 아닐까. 그 ‘세상 사람들’ 안에는 나도, 그리고 당신도 들어가 있다. 우리 또한 최진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던가. 최진실을 섭섭하게 한 세상사람들 누구인가 집권세력은 그 ‘세상사람들’을 ‘악플’로 한정했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다짐한다. 최진실의 죽음을 ‘기회’삼아 ‘숙원사업’을 해결할 깜냥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좌파 세력이 익명 뒤에 숨어 인터넷을 자신들의 선전장으로 만들고 있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한단다.
과연 이명박 정권답다. 우울증이 없다면 악플이 자살의 원인일 수 없다는 간단한 사실도 이해 못하는가. 우울증은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2000년에 20만 명대였던 연간 우울증 진료자는 2007년에 52만 명을 넘어섰다. 최진실의 자살 뒤 보건복지가족부는 뉴스레터를 보냈다. “유명연예인 자살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평소 우울하거나 마음이 답답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도록 국민들께 당부”했다. 정부만이 아니다. 부자신문까지 ‘자살 바이러스’를 경고한다. 자살 바이러스. 두말할 나위없이 막아야 옳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자살바이러스일까? 이 땅에서 우울증은 결코 52만 명만 앓고 있지 않다. 병원에 오지 않은 우울증을 감안하면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이미 400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왜 그럴까? 왜 이 땅에 우울증이 퍼져가고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어서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경쟁사회이어서다. 승자독식의 경쟁으로 퍼져가는 우울증 피로감이나 불면, 자책 들이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유럽과 달리 한국인의 우울증은 생존 경쟁에 내몰린 사람 가운데 많다. 최진실조차 ‘인기 하락’을 우려했다지 않은가. 우리 대다수는 대한민국에서만 살아왔기에 이 나라가 얼마나 천박한 경쟁 사회인지 모르기 십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살고 있으리라 예단한다. 하지만 아니다. 경쟁보다 연대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있다. 비인간적 생존 경쟁에 시달리지 않도록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본권을 배려하는 나라가 있다. 어떤가. 이 땅은. 더 많은 경쟁만 부르대는 정치세력이 청와대와 국회,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권력은 시장으로 ‘완벽’하게 넘어갔다. 신자유주의가 뿌리내렸다. 최진실의 자살 뒤 이명박 정권은 자살 바이러스를 경고했다. 명토박아 진실을 말한다. 최진실 뒤로 자살할 사람 줄 서 있다. 최진실 뒤로도 자살할 사람 줄 서 있다. 자살 바이러스를 부추기는 게 결코 아니다. 자살을 참으로 줄이려면 진실을, 자살 바이러스의 정체를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객관적 통계를 짚어 보라. 2000년에 6천 명이던 자살자가 2007년 두 배로 늘어 1만3천 명을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다. 사실상 자살률 세계 1위가 대한민국인 셈이다. 최진실법이라는 이름으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고 자살 바이러스를 단속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최진실 자살과 무관하게 이미 하루 35명꼴로 자살한다. 평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땅 어디선가 누군가는 자살한다. 그게 진실이다. 더구나 이 땅의 자살자 대다수는 생계비관형이다. 자살하는 청소년 대다수는 ‘학교 문제’다. 참으로 몸서리칠 일 아닌가. 그럼에도 일터와 학교에서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정치/경제/언론/교육계의 부라퀴들을 보라. 바로 그들이야말로 자살 바이러스가 아닐까. 그들을 단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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