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를 대안학교로 옮기면서
그리고, 학교 끝나고 하는 방과후 교실이랑, 배우고 싶다고 시작한 피아노랑,
또 배우고 싶다고 하는 춤교실이랑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굵직하게 자리잡으면서
'아, 이게 생활이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구나' 싶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취직도 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학자금융자를 1%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많이 !) 두고 걍 눈 딱감고 취업했는데
애초 계획한 것들을 거의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끝나면 (무조건 칼퇴근해서리..) 딸아이와 놀아주거나 그림그리기, 숙제도 좀 봐주기
딸내미 일찍 재우고 새벽에 일어나서 진학을 위한 공부하기.
하지만 칼퇴근은 마음뿐, 칼이 무뎌서 잘 잘라지질 않고, 쥐었다 놓았다 하기만 억수..
퇴근해서도 아이 찾고 집에 오면 저녁 먹이고 해서 벌써 8시가 훌쩍 넘는다.
눈에 밟히거나 처리해야 할 집안일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뒤 엉키면서
10시가 넘게 되네.
그럼 아이는 잠을 재워야 한다.
요즘 딸내미는 독립을 위해 자기방에서 혼자 자는 연습에 들어갔다.
은근히 혼자 자는 것을 소외된다고 느끼는 것 같은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나름 자기자신에게 언니가 되는 과정이라며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잠재우는 과정도 침대에 누우라고 하고 불을 끄고
책상 전등만 킨 채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전형적인 잠재우기 엄마의 모습 ^^ 약간 뿌듯~~)
도서관 할 때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얻은 세계 민담집(엄청 두껍다)을 두 세편씩 읽어준다
(사실 목 아프다. 하지만 내용이 재미있고 신선하기도 해서 다행이다.)
이래도 안 자면 등을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준다. 자장가.
그리고 다 잠이 들면 방을 나온다.
연습 초반 시기엔 가끔 새벽에 날 불렀다. 자기 방에서.
잠결에 못 들을 수도 있는데(당연하지 않은가? 울컥!)
딸내미는 날 부르다가 부르다가 점점 소리가 커지고
내가 알아채고 달려가 보면 화가 나 있다.
(내가 무슨 대기조이냐?)
달래느라 안아주고 노래해주고.....
독립시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 며칠간은 아니, 지금도
내가 은근 걱정돼서 새벽에 일어나 딸방으로 가 보았다.
이불을 걷어 차서 감기 들까 걱정도 되고
안 자고 울고 있지 않을까 상상도 되고 (어려서 내가 좀 이러기도 한 듯 ^^)
사실은 내가 허전해서, 9년 동안 내 왼쪽 오른쪽에서 품고 잤던 딸내미가 없는
허전함이, 웬지 모를 미안함이 새벽에 나를 그 방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딸아이 저쪽 방으로 보내고
서방이랑 달랑 둘이 이불에 있는데
이것도 웬지 낯선 시추에이션. ^^
숨죽이고 눈치 살피며 번개같은 신속하게
본론중심, 핵심중심의 사랑을 가뭄에 콩나듯 나눴던 지난 세월이었는데
막상 둘이 있게 되었는데 웬지 서먹하고 내 뉴우런의 촉수들은
딸을 향해, 딸 방을 향해 미역줄기 처럼 하늘 거리고 따라가고 있다.
딸의 독립에 내가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설 연휴 마지막날
가족회의를 진행하는 딸아이를 보며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젖을 만지는 딸아이를 보면
아직도 애기구나 싶다.
3학년, 4학년, 늦으면 5학년
아마 이 이, 삼년의 시간이
딸내미가 나를 찾는, 내 품을 원하는 그런 시간일 것 같다.
또한 내가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면 그것을 마치는 양의 시간이기도 하다.
콩나물에 물 주듯 매일 매일 아이에게 쏟아부어줘야 할 관심과 사랑. 그것을 싣고 가는 시간.
그리고 내 인생.
그 왼 발, 오른 발 줄타기를 잘 해내야 할텐데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일에, 밥벌이 일만으로도 허겁지겁 대고 있다.
딸도 크고
나도 크고 있다.
나도 독립을 배우고 있다.
삶의 맞바람을 받으면서
서방의 등 뒤에 있지 않고 (좀 있어봤으면 좋겠다 ㅎㅎ)
오늘을 걷고 있다.
내 안에서 속삭이고 있는 열정과 느낌, 소망과 여러 이야기들...
그것은 어떻게 펼쳐야 할 지, 다시 냉동 보관해야 할 지, 그냥 비둘기처럼 날려 버려야 할 지.
주경효독의 자세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새벽에 펼쳐야 할 지.
암튼..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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