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8일 목요일

딸의 독립.

딸내미를  대안학교로 옮기면서

그리고, 학교 끝나고 하는 방과후 교실이랑, 배우고 싶다고 시작한 피아노랑,

또 배우고 싶다고 하는 춤교실이랑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굵직하게 자리잡으면서

'아, 이게 생활이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구나' 싶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취직도 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학자금융자를 1%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많이 !) 두고 걍 눈 딱감고 취업했는데

 

애초 계획한 것들을 거의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끝나면 (무조건 칼퇴근해서리..) 딸아이와 놀아주거나 그림그리기, 숙제도 좀 봐주기

딸내미 일찍 재우고 새벽에 일어나서 진학을 위한  공부하기.

 

하지만 칼퇴근은  마음뿐,  칼이 무뎌서 잘 잘라지질 않고, 쥐었다 놓았다 하기만 억수..

 

퇴근해서도 아이 찾고 집에 오면 저녁 먹이고 해서 벌써 8시가 훌쩍 넘는다.

눈에 밟히거나 처리해야 할 집안일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뒤 엉키면서

10시가 넘게 되네.

그럼 아이는 잠을 재워야 한다.

 

요즘 딸내미는 독립을 위해 자기방에서 혼자 자는 연습에 들어갔다.

은근히 혼자 자는 것을 소외된다고 느끼는 것 같은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나름 자기자신에게 언니가 되는 과정이라며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잠재우는 과정도 침대에 누우라고 하고 불을 끄고

책상 전등만 킨 채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전형적인 잠재우기 엄마의 모습 ^^ 약간 뿌듯~~)

도서관 할 때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얻은 세계 민담집(엄청 두껍다)을 두 세편씩 읽어준다

(사실 목 아프다. 하지만 내용이 재미있고 신선하기도 해서 다행이다.)

이래도 안 자면  등을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준다. 자장가.

그리고 다 잠이 들면 방을 나온다.

 

연습 초반 시기엔 가끔 새벽에 날 불렀다. 자기 방에서.

잠결에 못 들을 수도 있는데(당연하지 않은가? 울컥!)

딸내미는  날 부르다가 부르다가 점점 소리가 커지고

내가 알아채고 달려가 보면 화가 나 있다.

(내가 무슨 대기조이냐?)

달래느라 안아주고 노래해주고.....

 

독립시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 며칠간은 아니, 지금도

내가 은근 걱정돼서 새벽에 일어나 딸방으로 가 보았다.

이불을 걷어 차서 감기 들까 걱정도 되고

안 자고 울고 있지 않을까 상상도 되고 (어려서 내가 좀 이러기도 한 듯 ^^)

 

사실은 내가 허전해서, 9년 동안 내 왼쪽 오른쪽에서 품고 잤던 딸내미가 없는

허전함이, 웬지 모를 미안함이 새벽에 나를 그 방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딸아이 저쪽 방으로 보내고

서방이랑 달랑 둘이 이불에 있는데

이것도 웬지 낯선 시추에이션. ^^

 

숨죽이고 눈치 살피며 번개같은 신속하게

본론중심, 핵심중심의 사랑을 가뭄에 콩나듯 나눴던 지난 세월이었는데

막상 둘이 있게 되었는데 웬지 서먹하고 내 뉴우런의 촉수들은

딸을 향해, 딸 방을 향해 미역줄기 처럼 하늘 거리고 따라가고 있다.

 

딸의 독립에 내가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설 연휴 마지막날

가족회의를 진행하는 딸아이를 보며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젖을 만지는 딸아이를 보면

아직도 애기구나 싶다.

 

3학년, 4학년, 늦으면 5학년

 

아마 이 이, 삼년의 시간이

딸내미가 나를 찾는, 내 품을 원하는 그런 시간일 것 같다.

또한 내가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면 그것을 마치는 양의 시간이기도 하다.

 

콩나물에 물 주듯 매일 매일 아이에게 쏟아부어줘야 할 관심과 사랑. 그것을 싣고 가는 시간.

그리고 내 인생.

 

그 왼 발, 오른 발 줄타기를 잘 해내야 할텐데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일에, 밥벌이 일만으로도  허겁지겁 대고 있다.

 

딸도 크고

나도 크고 있다.

 

나도 독립을 배우고 있다.

 

삶의 맞바람을 받으면서

서방의 등 뒤에 있지 않고 (좀 있어봤으면 좋겠다 ㅎㅎ)

오늘을 걷고 있다.

 

내 안에서 속삭이고 있는 열정과 느낌, 소망과 여러 이야기들...

 

그것은 어떻게 펼쳐야 할 지, 다시 냉동 보관해야 할 지, 그냥 비둘기처럼 날려 버려야 할 지.

 

주경효독의 자세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새벽에 펼쳐야 할 지.

 

암튼..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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