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4일 목요일

나 안아주기



유학파 요리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도시 식당 주방은 요리사들이 서열 싸움을 벌이는
살벌한 전쟁터랍니다.
국자로 뒤통수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건 약과고
뜨거운 기름에 침을 뱉어 일부러 튀게 하거나
도마질을 할 때 실수인척 툭 쳐서
손가락을 썰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네요;;
주방장에겐 ‘예스, 셰프’ ‘땡큐, 셰프’만을 외쳐야 하고
동료들과는 약육강식에 가까운 서열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서이겠지요..
30대 초반에 세계적인 요리사의 수제자가 된 한국의 한 젊은이는
셰프가 된 후 자신의 주방에서 금지하는 일 중 하나가
자신에게 질책받은 요리사를 동료들이 위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네요.
강해야만 살아남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의 경험칙이 더없이 착잡하고 좁게 느껴집니다.

살다보면,
사격장 안전수칙처럼 꼭 필요한 통제도 있겠지요.
문제는 20만큼의 통제만 필요한데
습관적으로 50이상의 통제를 요구하면서
불필요한 억압과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주방이 전쟁터 같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식의 지레짐작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미리 포기한 적이 있다면,
괜한 짓 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진보적인 요리사의 말처럼 만든 사람의 마음이 기쁘지 않은데
어떻게 좋은 요리가 나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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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날아오는 정신과의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이다.

여러 정신과의사들 중 여자라서 그런 것 아닌 것 같고

이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이 내 코드에 맞는 것 같다.

 

어떨결에 직장에 다니게 되니 순간순간 많은 생각과 느낌이 지나간다.

바빠서 그것을 간단하게라도 적을 시간이 없지만.....

 

사람, 일과 노동, 효율, 책임, 인생..

 

많은 단어들이 회오리바람처럼 휙 왔다가 휙 사라진다.

 

나 끝까지 외치고 싶은 것일까, 증명하고 싶은 것일까?

 

앞 글의 끝부분처럼

 

결국 사랑이, 긍정적 수용과 격려, 다양성의 인정과 장점의 발견과 계발이

 

회오리같은 단어들이 답이지 않을까.

 

왜 자꾸 답을 찾는 것일까.

 

칼끝처럼 날카롭고 얼음처럼 차갑다고 느껴지는 현실에서

 

아파하거나 추워하고 있나?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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