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9일 월요일

새식구 예돌이, 예순이 (울딸은 예현이^^)

바다속을 탐사하는 일을 하는 친구의 남편이자 친구인  박박사가 출장을 마치고 왔다. 언제 또 태평양 건너갈 지 모르기에 그 집 가족이랑, 아는 언니네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랑 토요일날 하루 강화도로 소풍을 갔다.

원래 토요일날은 글쓰기 꼬뮨에 가서 하루 웬종일 공부해야 하는데 마침 교수님이 못온다고 오래전에 공지를 해서 나도 맘편히 소풍길에 나섰다. (알고보니 이 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빠졌다고 한다. 담주 토요일이 좀 겁난다. 숨죽이고 모른척 하고 티안내고 있어야지)

 

금요일날  에니어그램 연구소에서 발송작업을 도와주고 뒤풀이까지 하고 오느라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서방이 삐쪄있었다. 그래서 토요일날 아침에 소풍가자고 하니 자기는 못들었다고 하면서 안간다고 했다.

분명 지난주에 내가 얘기를 했는데 전혀 못들었다고 한다.

내가 소풍가는 것과 나에게 화난 것을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좀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얘기했지만 역시나 안간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딸과 나만 가려고 간식준비를 해서  우리를 태우려 온 다른 집 식구들을 맞으러 주차장으로 나갔다.

남편과 동갑인 박박사와 아는 언니가 소풍 같이 가자고 자꾸 설득을 했다.

그랬더니 밤 8시까지 오기로 했다며  남편이 차에 탔다.

확실히 남자들은 이른바 '똥꼬 살살 간지럽히기' 전술이  '맞짱뜨기' 전술보다 잘 먹히는 것 같다.

 

날이 환하지는 않았지만 나들이는 언제나 새롭고 즐겁다. 어른 6명에 아이 5명이 카렌스 한 대에 찡겨앉아서 노래도 부르고 바람도 맞으며 소풍을 떠났다.

강화도에 도착하니 5일장이 열렸다. 시골의 재래시장은 처음이었다. 강화의 명물인 밴댕이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시장구경을 했다.

아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 토끼를 팔고 있었다.

박박사네 토끼 한 마리가 강아지에게 머리를 먹혔다고 했다. 헉! 그래서 다시 토끼 한쌍을 사야 겠다고.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하는 우리 딸은 꿩대신 닭이라고 토끼를 사자고 했고 나도 토끼를 직접 보니 너무 귀여워서 그러자고 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다른 집 식구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아주 강력하게 막아서지는 않았다. 다만 토끼 키우는 몫이 자기일이 될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그리하여

애완용 토끼 한 쌍이 우리집에 왔다. 눈화장을 한 것처럼 눈 주변에 까만 테두리가 있다. 한 놈은 코에 점도 있다. (좀 떨리고 무서워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감별은 안해봤다.)  감귤상자에 신문을 깔아주고 창문도 만들어 줬다.  맨처음에는 서로 몸을 붙이고 움직이지 않더니만  창문으로 나와서 진짜 토끼처럼 깡총깡총뛰어다닌다. 싱크대 밑에랑 소파밑으로 숨어 들어가곤 했다. 손바닥만해서 자칫 집에서도 잃어버리거나 밟을 수 있기에 잘 지켜봐야 한다. 딸내미가 당근과 양배추를 잘라서 줬다. 잘 먹는다. 배추잎도  잘 먹고 .

좀 친해진 것 같다. 눈을 맞추며 나를 알아보기를 바랬다. 내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를 스다듬으면서 전해줬다. 잠깐 앞 발을 들기도 했다. 진짜 토끼같다. 진짜 토끼지만.

이로서 우리집에서 기르는 생명체는 구피가족 열마리, 토끼 두마리, 아 그리고 남자 어른 인간, 새끼 여자인간도 있구나.

나는 이구아나랑 거북이도 기르고 싶다. 거북이는 진짜 크게 길러서 여름 휴가때 튜부 대신 갖고 놀고 싶다. 

자꾸 조그마한 마당이라도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앵무새도 한 마리 키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

 

토끼는 말이 없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키우기 좋은 동물이라고 한다. 근데 아주 가끔 쥐같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난 이로서 2녀 1남의 엄마가 되었다. 아니 2녀 2남의 엄마이지.

큰 딸이 동생들을 잘 돌보기를 기대한다.

큰 아들이 말을 잘 듣기를 기도한다. 쫌~~~ ^^

 

댓글 4개:

  1. 토끼가 생각보다 온순한 동물은 아닙니다. 물기도 하니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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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회색웃음 - 2009/11/10 01:19
    그래요? 조심해야겠당. 번식력이 대단하다네요. 많아지면 드릴까요? 묘공고기가 맛있다고 주변에서 먼저 난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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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괜찮아 - 2009/11/12 19:51
    허걱~ 식용으로는 키우기 미안하지 않을까요??

    옛날처럼 집에서 잡기도 하면 모르겠는데, 요즘 생활권이 그렇지 않다보니 애벌래 한마리 죽이는 것도 징글거려서 도망다니는 저에요.. 소심녀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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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흑흑, 초상치렀어요. 어제. 크고 잘 먹는 고양이같이 생긴 놈이 죽었어요. 엉엉. 저 눈물 뚝뚝 흘렸어요. 우리딸이 나보고 울더라고요. 제 생각으론 싱크대 밑에 있는 왜 아파트 정기소독때 놓는 바퀴벌레약 같은 것을 먹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점점 힘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는데 아, 죽겠구나 싶더니 죽더라고요. 딸아이와 아파트 후미진 곳에 은행나무 밑에 묻어줬어요. 생명 쉽게 키울게 아니구나 싶네요. 그래도 정들었는데, 거실에서 내 뒤를 따라 다니고 그랬는데. 한마리 외롭게 남았어요. 엉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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