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숙녀보내기

어제 집에 오는데 내 안에서 누군가가 느껴졌다.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끼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실은 얼마 전부터 느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멀리 그 여자가 보인다.

서 있다. 그 여자.

땅을 찾듯 축 늘어진 수양버드 나무아래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 여자,

 

 

 

 

 

 

 

혹시 잃어버린 걸까? 아주 큰쪽지로 줄 것을.

 

시간이 한 참을 더 지나갔다.

 

이건 하나님의 뜻? 스무살 처녀는 어떻게 할 지 몰랐다.

가슴구멍엔 슬픔이 차오르고 머리엔 익숙한 메세지들이 떠 다녔다.

존재감 없음, 넌 이래도 되는 사람. 뭔가 많이 부족한 사람. 함량미달.....

수양버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괜찮아, 내가 왔어. 나야, 나. 너인 나. 마흔의 나.

많이 기다렸어? 슬펐어? 외로왔어?

 

괜찮아. 스무살땐 이럴 수도 있는 거야. 다 어린 거야. 미숙하고.

네 탓이 아니야. 이제 알았잖아.

 

너 괜찮은 아이야. 매력있는 숙녀야. 지금 있는 그대로 괜찮아.

이리와 안아줄게. 울고 싶으면 울어. 하지만 이젠 너에게 뭐라고 하지마. 사느라고 애썼어.

 

이렇게 괜찮은 숙녀로 커준 것도 고마워.

네 안에 있는 그 꼬맹이가 더 슬퍼해서 그래. 이제 집에 가자.

 

 

 

 

 

 

 

 

 

마음껏 춤을 춰봐.

입을 크게 벌리고 목을 길게 빼고 오선지처럼 길게 노래를 불러봐

 

있는 그대로 너는 괜찮아.

네 빛깔대로 네 꽃을 피워.

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스런 존재야

 

사랑해.

 

 

 

 

댓글 2개:

  1. 저도 그 숙녀분을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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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회색웃음 - 2009/12/03 01:04
    다 아름다운 젊은 날의 초상입니당~~숙녀분이 배시시 웃으며 고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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