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숙녀보내기

어제 집에 오는데 내 안에서 누군가가 느껴졌다.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끼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실은 얼마 전부터 느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멀리 그 여자가 보인다.

서 있다. 그 여자.

땅을 찾듯 축 늘어진 수양버드 나무아래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 여자,

 

 

 

 

 

 

 

혹시 잃어버린 걸까? 아주 큰쪽지로 줄 것을.

 

시간이 한 참을 더 지나갔다.

 

이건 하나님의 뜻? 스무살 처녀는 어떻게 할 지 몰랐다.

가슴구멍엔 슬픔이 차오르고 머리엔 익숙한 메세지들이 떠 다녔다.

존재감 없음, 넌 이래도 되는 사람. 뭔가 많이 부족한 사람. 함량미달.....

수양버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괜찮아, 내가 왔어. 나야, 나. 너인 나. 마흔의 나.

많이 기다렸어? 슬펐어? 외로왔어?

 

괜찮아. 스무살땐 이럴 수도 있는 거야. 다 어린 거야. 미숙하고.

네 탓이 아니야. 이제 알았잖아.

 

너 괜찮은 아이야. 매력있는 숙녀야. 지금 있는 그대로 괜찮아.

이리와 안아줄게. 울고 싶으면 울어. 하지만 이젠 너에게 뭐라고 하지마. 사느라고 애썼어.

 

이렇게 괜찮은 숙녀로 커준 것도 고마워.

네 안에 있는 그 꼬맹이가 더 슬퍼해서 그래. 이제 집에 가자.

 

 

 

 

 

 

 

 

 

마음껏 춤을 춰봐.

입을 크게 벌리고 목을 길게 빼고 오선지처럼 길게 노래를 불러봐

 

있는 그대로 너는 괜찮아.

네 빛깔대로 네 꽃을 피워.

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스런 존재야

 

사랑해.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기도

 

기도

하느님안에 머무르는 시간. 나와 내 어린시절 나와 하느님이 만나는 시간.

 

상처를 진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은 이 상처들을 값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받은 그곳에서 나 자신의 마음을, 나의 진정한 본질을 만난다.

 

내가 상처를 받은 그곳에는 나의 보물도 있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자아와 나의 소명을 만나고 나의 능력도 발견한다. 상처가 있는 의사는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상처를 진주로 변화시키기'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에게 상처란 하느님을 경험하는 본질적인 장소이다.

 

불안의 밑바닥에서 오히려 나는 내적인 평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다.

거기서 불안과 함께 나를 만나 주시는 분으로서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나와 불안은 그분의 선한 손안에 함께 있다.

 

 

"나는 네 곁에 있다. 강해지려 너무 애쓰지 마라. 너는 훌륭한 사람이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 너는 나에게 소중하다. 그런 너를 나는 사랑한다."

 

아멘

 

- 안셀름 그륀 <삶의 기술> 중 '상처를 진주로 변화시켜라'중 일부 -    

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아이들의 사생활Ⅱ- <sex talk, 미디어, 형제>편을 보고

아이 학교의 부모 책모임에서 '아이들의 사생활 2부'를  전체부모가 숙제로 보기로 제안해서

오늘 봤다. (숙제로 한 것은 자칫 아빠들이 이런 교육에 빠지기 쉬워 틈새를 강력하게 메우기 위한 전술)

 

1부의 내용도 충격적이고 유익했지만 2부의내용 또한 고맙기까지 한 우리 아이들의 얘기이자 부모의 얘기였다.

 

<형제> <게임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중독><성교육 -sex talk>

 

<미디어>편은  딸과 서방, 나 이렇게 셋이 보고 <형제>편은 그 사이 술약속인듯한 전화를 받고 나간 서방땜시 딸과 내가 보고 <성교육 - sex talk> 는 고맙게도 딸이 잠이들어서 나만 혼자 봤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이렇게 부모가 크는 과정인 것 같다. 부모인 우리 안에도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아이와 내 아이가 부딪치기도 하는게 가족이고 양육인 것이다.

 

진작 이런 교육을 받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부모가 서로를 대했다면

좀 더 우리 모두가 한 발짝씩은 자유롭고 깊이있는 소통과 공감을 했으련만

 

지금이라도 괜찮고 늦지 않았다.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대화순위 맨 꼴찌인 부모가 다시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가슴에 안겨

맘껏 울수 있는 그런 보금자리이자 비빌언덕이자 쉼터가 되야 할 것 같다.

 

부모는 부모대로 경쟁의 세상에 떠 밀려 외롭게 뛰고 있고

아이는 아이들대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쟁의 전쟁터에 내몰려 있다.

 

아직은 어린 2학년이라 그런 지 몰라도

가끔 내가 처음 아이를 낳고 가슴에 안았을때 그 마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아이가 존재 그 자체로 선물이라는 기뻐했던 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지 않나 반문해본다.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 얘기 나눌 그 단 한사람'이 없어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가치있다라고 여기는 자존감만은 꼭 키워줘야 한다.

 

토요일 아이 학교 총회가 있어 갔는데

운영위원장 말씀이 한 해 2000명의 아이들이 자살을 한다고 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충격이다.

끝없는 경쟁의 끝은 결국 목숨줄을 내놓는 지경까지 가는 것인가.

못나서 죽은 거라고 하기엔 그 푸릇한 청춘이, 생명이 너무 귀하고

우리 어른들이 너무 비겁하고 잔인하고 무책임하다.

 

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지 '태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우리들 태도를 성찰하지 못하고 태도에 대해 배워본 적도 없다.

먼저 깨닫고 알게 된 부모들이 소박한 공동체든 가족모임이든 부모모임이든

아님 부부사이라도 이런 내용을 나누고 함께 교육을 받고

뭐 그래야 하지 않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영상자료였다.

진작 알았으면 내 삶 또한 좀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열려있었을텐데 아쉽기도 하다.

 

한 번 보시라.

아이들에 대한 믿음도 우리 안에서 함께 자란다.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올 한 해동안 만난 매력남들...

이러저러한 강의를 들으며

이러저러한 책들과 만나며

알게되고 매력을 느낀 남자들이 있다.

 

거침없는 생명력, 신성을 향한 숭고함, 진리와 호기심에 대한 몰입, 에로티즘의 미학,

소박한 평화, 행동하는 만년 청년의 신앙, 가슴을 뚫는 눈빛과 섹시함,

바람이 느껴지는 고독함과 조각같은 옆얼굴선....

 

니체, 융, 구스타프 클림트, 안셀름 그린 신부님, 문정현신부님,

아인쉬타인, 이병헌, 소지섭.... ㅎㅎ

 

니체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변주, 하늘에 삿대질하는 열정, 속살을 헤집는 독설같은 말...

 

인간의 내면을 살피고 무의식의 커다란 빙산밑 부피를 감지했고 중년의 변화와 영성으로 이어지는

따스한 심리학자 융.

 

90도로 꺾인 고개가 파르르 떨리는 성적 환희를 느끼해 하는 고혹적인 에로티시즘의 미학, 클림트.

 

해명되지 않는 절대적 인간고독의 지점이 바로 신성이며 그곳이 하느님과 만나는 곳이라고, 그래서 마음의 한 방을 고요하게 비우고 침묵속에서 신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라고 알려준 신부님들....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없는듯, 사람으로 안보고 철거물로 보는 토건주의 정부의 만행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과 자식들과 함께 한 예수님같은 용산의 문정현 신부님.

 

유머와 진리, 해학과 과학의 연결을 느낄 수 있는 귀여운 백발의 아인쉬타인, 그의 상상의  세계

 

스치면서 느끼는 이병헌의 숨막히는 초콜릿근육과 레이저처러 내 눈을 뚫는 눈빛,

 

긴 여행을 함께 하고픈 그러나 조금 떨어져서 다니고 싶은, 바람이 느껴지는 소지섭의 얼굴, 그 옆선.

 

올해 내 가슴을 울리고  내 눈에 남았고 내 머리를 작동시켰던 남자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났던 남자들...ㅎㅎ

 

한 해를 마감하는 계절인 만큼 요즘 만난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글 한 대목을 적는다.

 

 

- 너의 길을 만들어라 -

 

우리는 이렇게 자문한다.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너의 뿌리는 무엇인가?  너의 생각과 감정에는 무엇이 각인되어 있는가?

 

이런 긍정적인 자극은  계속해서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서 간 사람들에게서 얻은 것을, 그들이 이 세상에 남긴 생각들에서 얻은 것을 돌아보아라, 마찬가지로 너 자신을 통해서도 새로운 가르침이 빛을 발할 것이다.

하느님은 영원히 새로우신 분이다. 그분도 너와 함께 새로 시작하셨다.

그분은 너를 통해서 새로운 말, 새로운 생각, 새로운 해답을 이 세상에 보내기를 원하신다.

영원히 새로우신 하느님이 너에게 삶을 주셨듯이, 그렇게 새로이 너의 삶을 만들어라.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그리하여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근원이 되도록 하여라.

자신의 삶을 살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너의 삶은 쳇바퀴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네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하기위해서, 천사들도 너의 정형화된 쳇바퀴를 부수어 줄 것이다.

 

너는 상처투성이의 어린 시절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바퀴는 부서졌고 너는 자유다.

이제 하느님이 너에게선사하신 지혜로 새롭게 살아라.

 

                                                                                                                              아멘.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느닷없는 선물의 기쁨 ^^

내 이성의 판단기능이 주로 회사의 상업전략으로만 여겨오게 한   '~~데이, ~~ 날 기념 선물'

발렌타인데이하고 약간 헷갈리는 빼빼로데이.

 

난생처음 내가 받고 보니 이성은 어디가고  감성만  화알짝 핀 해바라기 되더이다.

해바라기 둥그런 얼굴에 노란 꽃잎이 일순간 뚜르르르 돌아가며 돋아나며 피는 느낌 ^^

해바라기 물관에는 사이다 탄산 알갱이들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캬~

 

고급스럽고 예쁜 초코렛 상자.

이래서 갑작스런 선물, 이벤트을 하는 구나.

주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받는 기쁨은 존재감의 충일.

아, 이리 선물하나에도 존재감까지 가는 구나. ㅎㅎ

 

선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내가 상대방의 관심안에 있다는 것,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 충만감이 두 손 두 팔에 풍선을 묶어 주는 것이겠지.

더구나 코드가 맞는 상대방이라면 한 참 흔들어 놓은 사이다 상태로 까지 ^^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내가 한 개 먹고 우리 딸내미가  한 개 먹었는데 

'맛있다. 이거 나머지 전부 내꺼' 한다.

 

두 여인이 맛있게 먹은 초콜릿.

어찌 달콤하기만 하랴, 사이다 맛이더이다.

잊지못할 빼빼로데이...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새식구 예돌이, 예순이 (울딸은 예현이^^)

바다속을 탐사하는 일을 하는 친구의 남편이자 친구인  박박사가 출장을 마치고 왔다. 언제 또 태평양 건너갈 지 모르기에 그 집 가족이랑, 아는 언니네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랑 토요일날 하루 강화도로 소풍을 갔다.

원래 토요일날은 글쓰기 꼬뮨에 가서 하루 웬종일 공부해야 하는데 마침 교수님이 못온다고 오래전에 공지를 해서 나도 맘편히 소풍길에 나섰다. (알고보니 이 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빠졌다고 한다. 담주 토요일이 좀 겁난다. 숨죽이고 모른척 하고 티안내고 있어야지)

 

금요일날  에니어그램 연구소에서 발송작업을 도와주고 뒤풀이까지 하고 오느라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서방이 삐쪄있었다. 그래서 토요일날 아침에 소풍가자고 하니 자기는 못들었다고 하면서 안간다고 했다.

분명 지난주에 내가 얘기를 했는데 전혀 못들었다고 한다.

내가 소풍가는 것과 나에게 화난 것을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좀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얘기했지만 역시나 안간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딸과 나만 가려고 간식준비를 해서  우리를 태우려 온 다른 집 식구들을 맞으러 주차장으로 나갔다.

남편과 동갑인 박박사와 아는 언니가 소풍 같이 가자고 자꾸 설득을 했다.

그랬더니 밤 8시까지 오기로 했다며  남편이 차에 탔다.

확실히 남자들은 이른바 '똥꼬 살살 간지럽히기' 전술이  '맞짱뜨기' 전술보다 잘 먹히는 것 같다.

 

날이 환하지는 않았지만 나들이는 언제나 새롭고 즐겁다. 어른 6명에 아이 5명이 카렌스 한 대에 찡겨앉아서 노래도 부르고 바람도 맞으며 소풍을 떠났다.

강화도에 도착하니 5일장이 열렸다. 시골의 재래시장은 처음이었다. 강화의 명물인 밴댕이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시장구경을 했다.

아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 토끼를 팔고 있었다.

박박사네 토끼 한 마리가 강아지에게 머리를 먹혔다고 했다. 헉! 그래서 다시 토끼 한쌍을 사야 겠다고.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하는 우리 딸은 꿩대신 닭이라고 토끼를 사자고 했고 나도 토끼를 직접 보니 너무 귀여워서 그러자고 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다른 집 식구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아주 강력하게 막아서지는 않았다. 다만 토끼 키우는 몫이 자기일이 될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그리하여

애완용 토끼 한 쌍이 우리집에 왔다. 눈화장을 한 것처럼 눈 주변에 까만 테두리가 있다. 한 놈은 코에 점도 있다. (좀 떨리고 무서워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감별은 안해봤다.)  감귤상자에 신문을 깔아주고 창문도 만들어 줬다.  맨처음에는 서로 몸을 붙이고 움직이지 않더니만  창문으로 나와서 진짜 토끼처럼 깡총깡총뛰어다닌다. 싱크대 밑에랑 소파밑으로 숨어 들어가곤 했다. 손바닥만해서 자칫 집에서도 잃어버리거나 밟을 수 있기에 잘 지켜봐야 한다. 딸내미가 당근과 양배추를 잘라서 줬다. 잘 먹는다. 배추잎도  잘 먹고 .

좀 친해진 것 같다. 눈을 맞추며 나를 알아보기를 바랬다. 내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를 스다듬으면서 전해줬다. 잠깐 앞 발을 들기도 했다. 진짜 토끼같다. 진짜 토끼지만.

이로서 우리집에서 기르는 생명체는 구피가족 열마리, 토끼 두마리, 아 그리고 남자 어른 인간, 새끼 여자인간도 있구나.

나는 이구아나랑 거북이도 기르고 싶다. 거북이는 진짜 크게 길러서 여름 휴가때 튜부 대신 갖고 놀고 싶다. 

자꾸 조그마한 마당이라도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앵무새도 한 마리 키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

 

토끼는 말이 없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키우기 좋은 동물이라고 한다. 근데 아주 가끔 쥐같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난 이로서 2녀 1남의 엄마가 되었다. 아니 2녀 2남의 엄마이지.

큰 딸이 동생들을 잘 돌보기를 기대한다.

큰 아들이 말을 잘 듣기를 기도한다. 쫌~~~ ^^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느낌

* 누군가 맘에 들고 호감이 가고 좋아지면 드는 여러 느낌들 ^^

 

- 몸안에 사이다가 있어서 탄산수포가 쏴아 하고 올라오기도 하고 뽀글뽀글 한 알씩 올라오기도 하는 듯..

 

- 한떨기로 모여있는 조그마한 꽃들이 바람결에 마구 흔들리는 듯한...

 

- 갑자기 아주아주 환한 노오란 태양빛이 세상을 밝게 해주는 듯한.....

 

- 5월 눈이 시리게 흰 벚꽃잎이 우리들 머리위로 온통 쏟아져 내리는 듯한....

 

- 한참 달궈진 후라이팬에 마아가린을 문질렀을때 지글지글 녹아들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손끝에서 심장까지 녹아서 스며드는 듯한.

 

- 중학교때 고등학교 국어선생님한테 가사시간에 실습했던 핫케익 갖다주면서 엄청 고민했던 것같은

  간이 콩알만 해지고 나는 개미만해지는 듯하....

  (오지랍도 넓지, 한참 왔다갔다 하다가 다 식어빠졌지...드셨기는 하셨을 라나...^^)

 

- 내 몸 테두리에 자기장이 생겨 ET처럼 어디든 손끝이 닿으면 불이 켜질 듯한....

  상대방의 몸테두리에는 야광띠가 생겨 어디에서든 눈에 띄고 열감도 있어 훈훈하기까지 한......

 

-상대방 한마디에 백가지 생각 천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음으론 울고 웃는.....

 

- 마음에 드는 순간 마음에 눈이 하나 생기는 듯한 ...... 내 눈은 다른 곳을 봐도 내 맘의 눈은 상대방을 보고 있는 듯한......

 

- 등에 업혀서 노래를 들으며 집에 가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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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 : 감성발달 지체

※  진단 : 감성이 중학교 1학년에서 멈춘 듯. 치료요함. 성장프로그램 연수 추천 ^^

 

내 안에 함께 살고 있는 3살, 6살, 9살, 13살, 16살....20살,.....어린아이, 청소녀, 아가씨.

시끄러운 사람들.... 얘기 들어주고 주욱 데리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 ^^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시동생 장가 보내기

둘째 시동생을 추월해서 막내 시동생이 장가를 갔다.

토요일이 예식날이었지만 큰며느리이자  토요일 전까지는 유일한 며느리인 나는

큰댁 큰고모의 언질을 받아 축하손님들 방문과 투숙에 대비한 음식들을 마련하기 위해

목요일 오후 딸내미 학교 마치자마자 금요일날 결석을 무릅쓰고 서방과 함께 KTX에 몸과 짐을 실었다.

 

이 참에 첨으로 바퀴달린 여행가방도 사고 딸내미 예쁜 옷도 몇 벌 사주었다.

서방은 스스로 알아서 구두를 사둔 터라 미안했는지  나보고도 뭘 고르라고 했다.

나는 (자원의 순환을 위해^^) 구제 상품점에 가서 7만원어치 옷과 신발을 샀다. 웃옷 2벌, 부츠 1개, 머플러 1개, 서방 잠바 1개. 더 사고 싶었지만 딸내미 학교 월사금으로 쓰려고 묶어놓은 돈을 헐은 것이라는 걸 알기에 여기까지..... -.-

 

저녁에 도착해서 신접살림 차린 새 집에 가보고 다음날 아버님, 어머님, 장가 안간 시동생, 남편, 딸을 대동하고 재래시장과 농산물 시장, 대형마트를 돌면서 장을 봤다. 시간이 좀 있으면 어머님댁 복잡한 살림을 정리할 수납장까지 사고 싶었으나 이건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간단한 세간 살이만 샀다. 확실히 사람은 가까이에서 살아봐야 좀 알 수 있다. 아버님이 그리 성격이 급하시고 목소리가 크신 지 몰랐다. 몇 번 같이 온 일행이 아닌 듯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싶었다. 어머님이 힘드시겠구나.... 우리 서방이 왜 화통삶아 먹은 소리를 내는 지 알겠구나..... 싶었다. 시댁 식구들을 만나면 정신이 없다. 그리고 내 입에서도 남도 사투리가 맴돈다. 나도 흥분하거나 들뜨면 소리가 커지긴 하는데 여기는 일상생활이 그렇다. ^^

 

결혼 축하를 위해 미리 하루 전에 오셔서 주무신 분들은 5명, 방문하신 분들은 3분(아침 7시에도 오셨다. 이날이 뭐 결혼하기 좋은 길일이라 몇 탕씩 참가해야 하는 분들이셨다) 그리고 여섯명의 고모와 고모부, 큰어머님, 아이들.

그래서 약 50여명의 식구들이 축하하면서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음식준비야 뭐 별로 없었다. 다만 끼니마다 식사를 차려야 했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는 것. 술상을 봐야 했다는 것.

 

결혼식 당일은 아침 일찍 미장원에 가서 스프레이 범벅의 힘으로 머리를 올렸다. 예전에 스프레이 없었으면 어떻게 머리를 올렸을까나.... 약간 거추장스럽지만 한복을 입고 식장에 도착해서 어머님 옆에서 어른들을 맞이했다. 언뜻 본 적이 있는 어르신과 처음 보는 분들. 어머님 옆에서 살며시 웃으며 서 있는 역할.

 

결혼식이 시작되고 식장에 앉아서 세째 고모랑 잠깐 얘기를 나눴다.

"다시 태어나면 결혼 하실 거예요?"

"아니, 미쳤어. 결혼 안해"

"그렇죠? ^^"

 

시동생 결혼식날 고모와 며느리가 나눈 얘기로는 좀 씁쓸하지만 대부분 여자들의 공감인 듯. ^^

 

폐백때 신랑신부 절도 받았고 덕담도 해줬다.

'일주일에 하루는 둘이 꼭  시간을 내서 만나요'

 

지금이야 '당근'같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살다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결을 느끼고 그 사람의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며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까이고 까이고 또 까여도 마지막까지 얼굴 맞대고 부둥켜 안고 있는 양파 속심처럼

몸과 마음과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삶이리라.

부족해도 안아줄 수 있는 영원한 내 편을 찾고 싶지만 남편은 많이 남의 편.^^

 

상대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상대의 결핍을 이왕이면 채워줌으로서 그 안에 새로운 속살이 자라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음 단계로 성장해 가는 그런 인생을 나누는 부부로 살아가길 기원한다.

 

그러나 잊지 말 것은 자기의 성장이 없이는 타인으로 채워지는 것은 늘 목마르고 굶주리고 외롭다는 것.

자기답게 꽃피울 수 있도록 서로 도울 뿐, 내 꽃은 내가 피워내는 것.

 

이 말을 어찌 지금 이해하리. 콩깍지 안경을 쓰고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신랑과 신부랑 있는 것을

인생이란 예습이 별 효과가 없다. 선행학습은 하면 좋지만 참 얄궂게도 일일이 다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과목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지극한 성장의 커리큘럼이고 일면 득도의 과정이며 자아성찰의 결정판이다.

 

싹싹하고 부지런한 우리 도련님, 잘 살 것이다.

 

결혼식장에 데리고 와야 믿어주겠다는 아버님 걱정이 이로써  종식되었다.

좀 화려한 연애경력이 뭔 흠이랴, 오히려 부럽네. 다 시절인연이고 사람공부를 한 것이다.

 

잘 살드라고 막둥이 시동생. 그리고 동서.  

 

 

 

 

     

'정크푸드'는 부실음식(식품) - 펌

정크푸드’는 ‘부실음식(식품)’으로

  국립국어원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말터, www.malteo.net)’ 누리집을 통해 ‘정크푸드’의 다듬은 우리말로 ‘부실음식(식품)’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정크푸드’란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즉석식(패스트푸드)과 즉석 식품(인스턴트식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즉석식이나 즉석 식품은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이 원할 때 바로바로 먹을 수 있고, 다진 고기나, 치즈, 콜라 등 당분과 나트륨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바쁜 직장인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들은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 등 설탕 함유가 높고 영양가가 낮은 음식을 먹을수록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통제력을 잃게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물 대신 콜라를 마시는 이른바, 콜라 중독인 아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즉석식과 즉석 식품에는 지방과 인공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어 열량은 매우 높은 반면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등의 성분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성인병의 주원인을 이와 같은 고열량의 음식들을 섭취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여 정크푸드에 대한 광고를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업체들은 정크푸드가 유해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최근 유기농 채소 및 식물성 지방을 이용하여 제조·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말터 누리집에서는 ‘정크푸드’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하였습니다. 누리꾼이 제안한 말 가운데, 원래 의미를 잘 살리면서 우리말의 단어 구성에 맞는 단어를 대상으로 공모와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부실음식(식품)’, ‘허섭음식(식품)’, ‘허접음식(식품)’, ‘부실먹을거리’, ‘허섭먹을거리’, ‘허접먹을거리’ 등 모두 여섯 개의 단어를 후보로 투표를 벌였는데, 모두 1,763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투표 결과 ‘부실음식(식품)’이 47%의 지지를 얻어 ‘정크푸드’를 대신할 다듬은 우리말로 결정되었습니다. ‘부실음식(식품)’이 ‘정크푸드’를 대신하는 우리말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널리 써 주시기 바랍니다.

- 자료 정리: 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