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학가인가가 말했다지, 하느님은 새벽 3시부터에 움직이신다나.
근데 오늘은 좀 늦잠을 주무신 것일까, 아님 내 복잡한 맘을 아시고 더 재우신 것일까나.
세상에 정말 한번밖에 없는 것들 중 정말 하나가 바로 '오늘' 이라는 시간.
나는 이 아침에 눈을 떴다.
내 숨은 붙어있고 오늘이라는 아니, 정확히는 지금이라는 시간까지 허락돼고 있다.
이유가 있을테고 난 이 소중한 시간, 사랑해야 할 것들과 사랑하고 싶은 것들을 향해 진정으로 다가가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후회없이 언제든 눈감을 수 있도록 사랑하고 열심을 다하고.
아무리 발버둥치며 핏대를 올리고 살아도 바람처럼 숨결을 거둬가시면
낙엽처럼 바람을 따라가야 하리.
아직도 충분치 않은 걸까?
내 시선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가 있지 않고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허겁지겁 더 많은 것을 듣고 싶어하고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어하고.
"시간이 거의 다 돼 간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이 말을 듣자마자 자동으로 이것저것 주머니에 가방에 머리속에 입속에 집어 넣고 있다. 허겁지겁.
몸이 쉬고 마음이 쉬고 영혼이 쉬고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보고
천금같은 우리딸과 느긋한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시간들.
어떠했는가?
아직 내 가슴에 얹혀져 있는 얼음은 다 녹지 않았고
이제 마비됐던 감정은 살아나 제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저 구석에 처박힌 욕구들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하고
바지가랑이를 끌고 어디로 가자고 한다.
아직 잠자고 있는, 존재조차도 못 느끼는 내안의 나도 있으리라.
그래도 숨을 쉴 수 있고
몸안에 피가 도는 것 같아서 좋고 또 좋다.
다만, 내 마음만큼이나 머리속 수 많은 계획만큼이나 실제 함께 하지 못했던
딸내미와의 시간들, 주고픈 사랑이 미안하다.
지진때 흔들리는 유리창처럼
이리저리 옮겨가듯 점멸하는 인터넷단자의 불빛처럼
간절히 양육자의 사랑을 갈망하던 나를 느낄 수 있게 되면서
딸아이도 노란 셀로판종이로 세상을 들여다보던 그 아이이지않을까 걱정이 든다.
아직 시간은 있고
언제까지라도 나는 그림자처럼 아이를 사랑하리라.
지금은 직접 주는 내 숨결이, 내 손길이, 내 눈빛이
그 아이가 살아갈 에너지와 뱃심, 뜨듯한 아랫목으로 자리잡게 할 때이다.
한번은 이런 충만한 사랑에 잠겨 놀고 누릴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기억하는 따스한 존재.
어렵고 힘들어도
혹은 실재하지 않더라도
힘이되는 의지가 되는 와서 쉴 수있는 그런 존재가
돼 주고 싶다.
지금은
그리고 한동안은 그런 시간이, 친밀한 교감이, 직접적인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사랑하는 그 만큼
그저 사랑하자.
어떤 포장도 필요하지 않아.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나를 믿고
내 안에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자.
이러라고
늦은 시간이지만
날 깨우셨나보다.
그래
얼른 밥차리자.
울 딸 학교보내야지.
두려움없이 생활이라는 레일을 탈 수 있을 거야.
나는 나를 믿어. !!
천금같은 딸래미가, 우직한 신랑이, 그리고 가끔씩 빼꼼히 훔쳐보는 제가 믿고 있어요, 잘 살아낼 것을요.
답글삭제(너무 오랜만이라 .. ^^;)
@회색웃음 - 2009/10/09 09:45
답글삭제요즘 제가 넘 뜸하죠.반가와요.울 회색웃음님,님의 글에 감동하고 동감하고 웃고 그럽니당.^^ 내년에 꼭 맥주 한 잔 해요 시간내주삼~~
@괜찮아 - 2009/10/15 14:52
답글삭제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누님으로 모십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