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청광장이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네요.
노오란 풍선, 노오란 종이비행기, 노오란 장미.... 희망을 뜻하는 노오란 것들의 천지입니다.
저도 어려서 노오란 셀로판지로 세상을 바라보길 좋아했어요. 따뜻해보이고 외롭지 않고 그런 느낌....
어제 저녁 당신의 고향생활을 담은 영상물을 텔레비젼에서 봤어요
그냥그냥 손으로 빗어 올린 올빽머리, 미숫가루색 작업용 잠바.
어디서 본 듯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아버지 모습이더군요.
'일할 때는 욕하시더니 노니까 좋아해준다'며 방문객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담아 얘기하는 모습 .
참 솔직하더군요. 저녁에 부인이랑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모습도 한가로워보였고
방문객들과 김치안주에 막걸리 나누는 모습도 정말 동네 아저씨더군요.
행복해 보였어요. 정말로.
그렇게 그렇게 남은 시간들 그리 좀 쉬면서 지냈으면 좋았을텐데
그 영상물을 보니 더욱 맘이 아팠어요.
몇가지 의견은 달라 서운하고 이해안되고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지만
취임할 때부터 내심 기대가 참 많았습니다.
스무살때부터 내가 찍은 대통령은 한 번도 된 적이 없지만
당신이 대통령이 된 것은 김대중씨가 된 것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기대였습니다.
그가 물줄기를 바꾸었다면 당신은 깊고 넓게 바닥을 파면서 힘차게 흘러흘러
온전한 강이 되기를 희망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란 그저 그냥 보면 다들 다를 것 같지 않지만
차별, 빈곤, 불평등, 착취, 소외.... 이런 것들 모든 사람이 다 싫어할 것 같지만
그래서 대부분 한 마음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현실을 까고 보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무서운 현실이고
온전한 강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그런 당연한 세상 만들기가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
절감에 통감까지 다시 절망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고향마을 뒷산에서 몸을 던졌던 그 시간부터
사람이란 그저 그냥 보면 다들 다르지 않다는 것
밑바닥에서 자기힘으로 일어선 사람,
바보소리 들어도 무던히 자기 길 가는 사람,
온갖 권위주의와 고정관념, 위선, 체면치레 이런 것보다는
수수함, 소박함, 자연스러움을 좋아했던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고단한 여정인 줄 알면서도 쉼없이 자기수양을 하면서 맨발로 성장해 온
한 인간의 인생역정을, 그가 추구하던 가치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
모든 고통을 가슴에 안고 생을 마감한 그 마음을 위로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것 .
절감에 통감하면서 다시 희망합니다. 마음이 조금 환해집니다.
사람답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사람사는 세상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권력으로 가로막고 잡아가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으로
민주와 인권, 생존, 생명의 모든 인간적 가치들을
무참히 짓밟는고 있는 이 때
이 어둠을 걷어낼 수 있도록
모인 사람들이
안타까와 하는 사람들이
슬퍼하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다운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거
서로 위로 받고 격려하며 힘을 내야 겠습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자루안의 서 말 구슬들이 아니라
짱짱하게 꿰어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보배를 만들어 봅시다.
노오란 종이비행기가
사람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한땀한땀 엮어 가는 걸
상상해 봅니다.
당신의 뜻도 이러하리라 생각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시청 다녀오셨어요? 전 사무실에서 그냥 앉아서 중계방송을 봤네요.
답글삭제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에서 살콤 울컥했다능.. ㅠ.ㅠ
더웠는데 고생하셨습니다..
@회색웃음 - 2009/05/29 16:11
답글삭제아이고 저도 시청은 못갔어요.그저 동네에서 텔레비젼과 인터넷에서 보고 듣고 마음만 함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