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9일 화요일

속이 확 트이는 신명나는 영화 맘마미아 ~~

  오랜만에 속이 확트이는 신명나는 뮤지컬 영화를 봤다. 공부방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아니었으면 바쁘다고 안갈 뻔 했고 완전 후회 막심할 뻔...

그리스의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엔 우정과 사랑(여러 빛깔의 사랑)이 담겨있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인가에서 인상 깊었던 메릴스트립은 역시나 기대이상의 열연을 해 주었고 그 친구들로 나온 여성 2명의 연기력도 대단했다. 보면서 지금 만나는 또래 여자친구들과 나도 저렇게 아름답고  자유롭게 늙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딸 소피를 보면서 아빠없이 엄마와 단 둘이 살면서 겪었을 여러 어려움과 특히나 자기 존재에 대한 생각, 글구 막연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앞두고 더욱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그러면서 과감하게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에게 결혼초청장을 보내게 된다. 아 발칙하고 경쾌한 딸이여!
이 영화를 보며 딸을 참 잘 길렀구나 싶다. 특히나 성당에서 엄마의 연인들이 밝혀지면서 딸은 " 난 엄마가 백명의 남자와 잤다고 해도 상관이 없어요" 하며 마치 엄마와 같은 말을 한다. 건강하고 열려있는 어리지만 삶을 이해하는 딸이다.

엄마에게 결혼식 옷을 입혀주고 결혼식에 같이 들어가 달라고 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눈물이 났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던 그 어린 아이는 이제 결혼을 앞둔 처녀가 되었고 사랑을 선택해서 엄마에게서 독립해 나갈 시점에 있다. 품안의 자식. 딸을 향한 엄마의 깊은 사랑이 흠뻑 배어져 나온다. 아빠 없이 딸을 낳기로 한 본인의 결정, 글구 정말 샛별처럼 어여쁜 아기가 나와 경이로움과 고마움, 미안함으로 여인의 고독함, 외로움을 뒤로 한채 20년 동안 금지옥엽 길렀을 엄마. 노랫말에도 나오듯 딸을 학교로 보내고 멍하니 자신의 인생을 직면해야 하는 혼자사는 여인의 맘.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진한 외로움이 전해진다. 그렇지만 늘 딸아이에게는 발랄하고 힘찬 긍정적인 엄마였으리라...



첫번째 남자인 피어스 브로스넌과의 만남에서 부른 노래는 더욱 절절하다. 지나간 세월의무상함이, 자신을 버린 그 남자의 선택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했는지 또는 사랑하지 않은 것이지 확인해 보는 가슴저린 질문들이 담겨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거라고, 내 운명에는 승자의 그것은 없다고, 난 카드를 다 보여줬다고....
온맘과 몸을 다해 사랑했던 첫번째 사랑에게 노래를 부른 뒤 내달리는 엄마. 젊은 날의 사랑처럼 빨가디 빨간 쇼울을 휘날리며 바람을 맞으며 못견뎌 뛰어간다. 멋진 장면이다.

친구들과 아바 노래를 부르며 딸의 결혼식 축하무대를 만들어 주는 멋진 엄마. 그리고 그 친구들. 정말 멋지다. 나는 딸 결혼식에 무엇을 해 줄까? 한복 곱게 차려입고 울듯 화난 듯 앉아 있기는 싫다. 정말 맘 맞는 사람들과 악기를 연주하든 노래를 하든 공연을 하든 딸만 허락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통쾌했던 시원했고 재밌고 신났고 즐거웠다. 자유로웠다. 그리고 웬지 감독이 여자일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맞네.

감독인 필리다 로이드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영국 최고의 연출가로 명성이 높단다.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공연들을 연출하면서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평단으로부터 인정 받았단다. 여성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 같았는데. 남자들은 잘 모르지 않을까? 어떤 해방감, 자유로움, 인생의 반전. 뭐 이런 것들을..
함께 본 언니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마지막 나오는 아바공연도 팬서비스마냥 재미가 있었고 노래도 무척 좋았다. 아마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가 많이 불려지고 회자될 것 같다.
차로 바래다 드리는데 울 선생님이 이 영화발이 한 달은 갈까요? 하신다. "한 달 못가면 다른 것으로 한 번 더 보죠. 도서관에 밤에 언니들 모여서 캔맥주 한 잔씩 먹으며 영화볼까요?" 했다. 좋다고 하셨다. 선생님도 중년의 갱년기를  한 참 겪고 계신다. 눈도 잘 안보이시고 귀도 좀 안들리시는 것 같고. 보이지 않게 갱년의 불편함이 있으신 것 같다. 내일 모레 40인 내가 46살인 선생님의 갱년기가 무섭다. 흑

주인공 모녀가 사는 섬의 맑고 푸른 바다가  가슴 가득 한아름 들어 찬 것처럼 상쾌하고 드 넓어진 느낌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후회없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과도 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딸을 더 사랑해 주고 싶다.
" 무슨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좋은 영화땜시 행복하다. 여성회 연말 송년회에 아바공연이 뜨지 않을까 싶다. 사랑의 샘물이 터져 나오는 장면은 마치 경축 우리 사랑에서 두사람의 사랑이 동네 전체를 사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장면과 같은 느낌이었다.

왕 추천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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