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학교 근처로 이사와서
학교 학부모 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낮에 서울 엄마네 가서 반찬과 먹을 거리를 받아왔다.
김서방 주라고 엄마는 반찬그릇에 곱게 담아서 주셨다.
이웃 학부모 부부는 맥주를 사 가지고 왔다.
밥을 차리는 동안 컴퓨터를 고쳐주었다.
컴퓨터가 더위를 먹었는지 어찌되었는 지 남편이 한 번 손을 봤는데도
다시 안된다.
정말 고마웠다.
몸체를 뜯어 내장까지 다 살펴봐줬다.
아직 내가 못하는 수준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
영어교육을 비롯한 외국어 교육,
음악교육을 비롯한 예술교육에 대해
우리 학교의 상황을 돌아보는 얘기를 나눴다.
오후에 그 집 아들네미와 우리 딸과 나랑 공원에서 실컷 자전거를 탔기에
몇잔 안 먹었는데 거나해졌다.
그집 식구들이 돌아가고
뒷정리를 하고
딸내미에게 일기를 쓰자고 했다.
딸이 은근히 싫어하는 눈치였다.
일기장을 학교에 숙제로 냈다고 했다.
내가 다른 공책에 쓰라고 하면서
"이 다음에 네가 어른이 돼서 '아, 내가 3학년때 이런 생각을 했고, 이렇게 놀았구나
나는 이런 면이 있던 아이였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추억의 선물이 바로 일기야."
애기해줬다.
그랬더니 엄마는 쓰냐고 했다.
그래서 책방에 가서 아직 다 정리되지 않은 책꽂이를 뒤지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의 그림이 그려진 내 일기장을 기어이 찾았다.
8월 2일까지 썼다.
같이 일기를 썼다.
시도 썼다.
딸내미에게
오늘 자전거 탔던 기분이나
엄마가 탔던 모습을 시로 써보라고 했다.
야호~하고 두 팔을 하늘로 벌리고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엄마
천하무적
우리엄마
하지만
바람, 공기
앞에선
한업시(없이)
약해짐니다
나도 나만의 자유를
느끼고 싶습니다.
라고 썼다.
잘썼다.
역시 우리딸이라고 칭찬해줬다.
그림도 잘그렸는뎅..ㅎㅎㅎㅎ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고
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오늘 개학날 학교 풍경을
그림으로 그렸다.
자전거를 타니 정말 행복하다.
산 밑이라 kt 밖에 들어오지 않아 인터넷 신청을 했더니
자전거를 선물로 줬다.
내 자전거가 되어서
저녁에 많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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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4
딸하고 일기를 함께 쓴다.
딸이 내가 자전거를 타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도 그렸다.
며칠 너무 행복하다.
이 행복,
내가 가질 수 있는 지
가져도 되는지 또 누구에겐가
무엇엔가 묻고 있다, 답을 구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지못하고
이렇게 주저하고 의심하고 있다.
난 이사와서
예현이에게
밥을 해주고
예현이를 도서관에 보내고
예현이가 집에 오는 것을 맞이하고
예현이와 자전거를 탔다.
바람이 우리 머리칼을 빗겨주고
바람이 젖은 우리 몸을 말려주고
바람이 싱싱한 산소를 우리 폐로 불어 넣어 주고
나무가 녹색향기로 온 몸을 감싸준다.
우린 나무가 되었다
우린 호수가 되었다.
난 내가 꿈꾸던, 내가 바라던,
엄마가 된 것 같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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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에서
아프로티데에서
데미테르가 된 것일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 행복.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하겠지.
다시 전사로 나서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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