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회의하러 외근 나가 있는데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회의 끝나고 전화를 드리니 무슨 회의냐고, 민주노동당 회의냐고 하셔서
대충 얼버무렸다. 왜 직장다닌다는 말이 안나왔을까나? 아직 직장에 맘을 못붙여서 일까?^^
이번에 결혼한 시동생을 시켜 우리에게 쌀을 부치셨는데 시동생이 정확히 나눠서 부쳤을까 싶다고 하셨다. 막내 시동생은 삼형제중에 욕심이 많고 야무져서 아무래도 자기 집 몫을 더 챙길까 걱정스러우셨나?
오늘 회사끝나고 방과후 교실에서 딸을 찾아 집앞에 와 보니 네쪽으로 나눠 담은 작은 쌀가마니가 쌓여있고 과일상자도 하나 놓여 있었다.
물론 그 과일상자에는 시어머니가 싸주신 땅고기, 물고기, 김치, 된장, 그리고 하루마다 끓여 먹을 수 있게 담은 국거리들이 있다. 마늘 빻은 비닐봉지도 몇겹 겹쳐있었다.
일년에 몇 번 그렇게 보내신다.
참 고마우신 시어머님. 아침 일찍 식당일을 나가 저녁 열시나 되어서 들어오시는데도
김치랑 반찬을 담아 보내시곤 한다.
아들과 손주를 위한 마음일 것이다. 물론 며느리도 생각하실 것이고.
돈 못버는 아들과 살아줘서 고맙게 생각하신다는 멘트를 자주 하신다.
어떤 지인이 본인 아버지는 손주를 무척 사랑하는데 엄마는 자기(아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 점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이해가 간다.
아버지, 혹은 생물학적으로는 수컷들은, 종족 보존의 본능이 더 강해서 그럴 것 같다.
게다가 아들손주라면 더 살가울 것 같다.
그런데 엄마들의 경우는 물론 종족 보존의 본능도 강하지만 웬지 손주보다는 자기가 직접 낳은
아들이나 딸을 더 예뻐 할 것 같다.
우리 엄마도 딸내미가 힘들게 하면
'너 왜 우리 딸 힘들게 하니?'
그러신다. 그럼 그 때 나는 엄마의 어린 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한 편 좋다. 물론 딸을 좀 서운하겠지만. ^^
뱃속에 담아 금지옥엽 조심하고 기뻐하며 기다리길 10개월,
배아프고 하늘이 다 노래지도록 힘을 들여 낳아 젖물리고 숨결을 불어넣어 기르기를 1년,
옹알거리고 아장거리며 학교 들어가고 신경질부리기도 하지만 소년,소녀가 되고 청년이 되는 모습 십여년.
당신 삶의 절반이상을 어린것들, 작은 생명들에게 다 주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른거리는 자식의 모습.
가슴 가운데 복판에 함께 살고 있는 게 자식이지 않을까?
어제는 친정엄마가 돈을 부쳐줘서 차를 샀다.
작년에 서방이 가게 할 때 배달가다가 사고가 나서 차를 폐차한 뒤 계속 차 없이 지냈다.
차없이도 그럭저럭 살만하다.
지구도 살리고 건강도 살리고 자전거 도시 만드는 일에 일조한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폐차한 그 차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10년동안 애지중지하시며 2만킬로미터 타시고 주신 차였다.
물론 3녀 1남의 남매 중 가장 지원을 안 받고 살아온 나지만
그래도 나이 들어서 도움을 받게되니 죄송스럽다.
돈 벌어서 용돈 한 번, 내복 한 벌 제대로 사드린 적도 없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면목이 없다.
자식이 뭐길래.....
우리 딸을 보면이야 십분 그 마음을 이해하겠지만
정말 고맙다는 마음과 표현도 별로 안하고 사는 것 같다.
올해엔 엄마랑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가야겠다.
시댁 어른들도 모시고 온천이라도 가고.
건강하시고 사이 좋게 잘 지내시길 빈다.
고맙습니다~~
방금 시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쌀이랑 잘 받았냐고.
떡갈비용 고기가 담긴 검은 봉지에
손주딸 예현이 뭐 사먹이라고 5만원 넣었다고 하시며
싸기는 뭐 이것저것 쌌어도 뭐 먹을 것은 없다시며......
어떤 때에는 쌀가마니 속에
어떤 때에는 김장김치 비닐 한 귀퉁이에
담겨 있는
예현이 맛있는 거 사주라고 보내시는
아버님 몰래 주시는 쌈지돈.
코끝이 찡하다.
엄마들은 비슷하다. 친정이나 시댁이나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