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6일 금요일

휴가 3일째 심심해서리

드뎌 휴가를 내고 3일째를 보내고 있다. 패인이 되리라,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인터넷이든!

그러나 참 몰입도 어렵고 패인도 어렵다. 좀 게으름을 엄청 피우고 싶은데 누워서 늘어지게 있기, 영화보기, 잠자기 ..이런게 안된다. 왜 영어공부 해야지, 일어공부 해야지, 책 읽어야지, 마음공부 해야지. 계속 쫓기게 된다. 에라, 버리려고 내논 꽃 세밀화 달력을 오려 액자를 만들었당. 딸내미 꽃과 좀 친해지라고. 계획에도 없든 즉흥의 시간들. 그나마 이 시간들이 있어서 좀 휴가 같다. 나 놀아야 한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빈둥거리고. 그런데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내기 좀 이상하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제비꽃

할미꽃,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벚꽃, 아카시, 철쭉.... 찾아보시라..

art and wisedom, 우리딸 예현

공부방에서 화선지를 버린다기에 얻어다 그렸다. 붓펜이 나와서 그림그리기도 한결 쉬운듯하다.

얼렁 그리느라 아이같지가 않기도 하네. 내 어렸을때랑 쬠 닮은 것 같기도 하구. 담에 딸내미랑 같이 그려야징. 재밌네 붓펜으로 그리기. 밑그림 없이 그냥 그리니 좀 떨리기도 하지만 나름 일필휘지의 맛이 있넹

 

2009년 2월 5일 목요일

비포선셋

 

얼마전 아, 작년말에 이 영화를 빌려다 봤다. 근데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before sunrise >를 보지 않으면 뭔가 부족해서 두 편을 빌려서 그들의 사랑을 들여다봤다.

 

강가에서 햇살에 빛나던 이마와 머리칼을 가진 지적이고 열정적인 여학생.

그리고 약간의 체념(아, 인생의 방정식을 받아들인 성숙미라고 해야 할까?)의 갈색 그늘이 깔린 그 여인.(여전히 열정적이긴 했다. 시민단체인지 환경단체인지에서 일하고 있었나? 꽤 정치적이기도 하고..)

외모야 동서양으로 확연히 다르지만 나는 그 여인에게서 나를, 내 어떤 모습을 보았다고 할까?

 

이상을 추구하는 뜨거운 열정, 현실의 차거움에 놀라고 약간은 상처받고 받아들여야하는 고통,

영혼과 신념이 통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연인에 대한 약간의 실망. 아니, 사랑의 쓰디쓴  reality.

 

그 여인은 그 사람을 줄 곧 마음에 담고 살았다.

단 하루였지만 영혼과 생각과 느낌이 통하는 그 가슴벅찬 시간들. 함께 걸었던 거리, 강가, 빛나던 눈빛.

그 젊음의 싱그러운 시간들.... 막 떠나려는 기차를 타면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던 숨막히는 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도. 어찌 될 줄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차. ----------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출판기념 작가와의 만남에 찾아온다.

그 여인이.

약속한 장소에 나왔는지 조심스레 조심스레 서로 물어보면서..ㅎㅎ
잠시 맺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을 풀어놓기도 하고

잔잔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주고

이미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임을 받아들이는.

그것이 인생인 것을 (양희은 노래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겐 그 사람만의 특별함이 있어.
 그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대체 될 수 없는 거지.

 그저 잃어버리는 건 잃어버리는 거야.
 나는 정말 사소한 디테일이 보이거든. 그리고
그 작은 것들에 감동받고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지.
모든 사람들은 그 작고 아름다운 디테일로 만들어져 있어.
말하자면 그 날 아침, 네가 떠나기전 아침해가 너의 턱수염을 비출때...

나는 그런 게 기억나고, 그런게 그리웠어.
나 좀 미친 것 같지?"                               
- 영화 Before Sunset 중에서

 

그래, 그 특별함이, 햇살에 빛나던 턱수염이든,

금가루처럼 환한 웃음이든, 고운 턱선에 단아하게 붉은 입술이든,

흰 입김을 호호 날리던 흰 얼굴이든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사소한 디테일은 있는 거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추억의 앨범에 있는 거지.

2009년 2월 4일 수요일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 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땅바닥에 침을 퉤, 뱉어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

그래 요즘 처절하게 비참하게 느끼고 있는 이 감정
사십대
웬지 모를 허망함, 쓸쓸함,
줄 끊어진 연처럼
아니, 아직 끊어지지 않은 채
끊어지고 싶기도 하고 끊어지면 죽을 것 같은
앞으로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그 엉거주춤한 그 묘한 감정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그래 죽음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가족을
그리고 사랑했던 이웃과 동료들을 생각하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죽어 누워있는 듯한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 뒤에 따라다니는 듯한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
알지
내 곤한 영혼 누일
내 기쁨과 내 고독, 외로움을 함께 나눌
유일한 사랑인줄 알고
사랑을 달라고 달라고
나를 봐 달라고 품을 달라고
떼쓰고 토라지고 안겨보고 달래보고
그리고 화산같이 청천벽력같이 분노의 불기둥을
뿜어 올렸던
네탓이라며 네탓이라며 너만 변하면 된다고
너는 어쩜 이리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며 태연하냐고
나는 이리 죽겠는데 죽겠는데...

그러나 그건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내 문제 나의 문제 내 어린시절 내 안의 나
누구에게 그걸 풀어달라고 해?
누가 그걸 풀어줄 수 있어?
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맞아야 할 것들
내가 온 가슴을 열어 울어줘야 할 것들
내가 눈물로 씻겨줘야 할 것들
맞아라 맞아라 그 바람 그 세찬 바람
울어라 울어라 하루종일 한달 내내라도 울어라
흘려라 흘려라 눈물의 강으로 씻겨주자 눈물로 뿜어 내자 내안에 차있던 것들

와  있는 인연들은 와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그러나 소중해. 그냥 그자리에
그렇게 같이 늙어가자고. 이렇게 그저 있자고

보속의 거울
바라보기 싫고 두려운 거울
낡은 거울 불쌍한 거울
아니 닦아주자
호호 입김을 불며 애닯은 마음으로 닦아주자
소매를 늘여가며 곱게 곱게 천천히 천천히

씨는 뿌렸나 이십대?
절망으로 거울을 안보던 절대 안가꿨던 삼십대
아주 빠르게는 흘러
거둬야 할 사십대에 이르러 가건만
추수할 것이 없다. 씨앗도 없다.
메마른 젖가슴마냥 나올 것이 없다.

가야 할 길 멀지 않다는 것,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
방황하던 시절, 지루하던 고비
그래, 눈물겹게 그러안자
그러나 인생의 지도는 지금부터야
지금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이제부터는
진짜 내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자
남의 얘기 남의 시선 남의 것들은 그들의 것
못나고 일그러졌어도
이젠 내 몸에서 내 스스로 추수하자 아니, 씨뿌리자.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하잖아
고독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키우는 새벽녘 찬 정화수
고독은 내면의 비우고 채우는 정수리를 치는 깨달음의 죽비

사십대
웃고 우는 무서운 조울의 리듬
사십대
내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대는 그 무엇

눈을 들어 보자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안해도 너 자체로 좋아. 굳이 노력하고 애쓰려면 그래도 좋아
너는 눈에 넣어도 안아픈 내 딸이다
하느님을 느끼는 나이
사십대

2009년 2월 3일 화요일

좌파, 좌익, 좌수로 지내기?

아, 노트북에 얹어 놓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막 떨린다.

너 오른손 벌써 떨고 있니?

 

불편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마우스를 왼쪽에 놓고 써보기로 했더니.

 

젊은시절부터 인생 중반기까지 특히 삼십대부터 지금까지 술을 많이 먹은 탓에

아마 공부  많이 안해서 용량이 많이 남아있던 내 뇌는 그나마도 줄어들었으리라.

그래서 많이 쓰는 좌뇌를 두고 안쓰는 우뇌를 쓰기위해

의식적으로 왼손으로 주로 살기로 했다. 이른바 왼손잽이

 

물론 그동안에도 왼손은 써 왔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 화장실 큰일 볼때 왼손, 화투 섞을때 왼손을 쓰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 9살 먹은 딸내미에게 어느 손으로 큰일을 처리하냐고 물었더니 오른손이란다. 허..

보통 오른손은 밥먹는 손? 할때 드는 것이고 왼손으로 큰일은 처리하지 않나? 여하튼

엄마는 왼손인데 하고 얘기해 주었다.

딸에게도 이 닦을때는 왼손으로 닦아보라고 권유하곤 한다.

나도 왼손으로 이를 닦으면 무척 힘들고 조심스럽지만 그만큼 꼼꼼하게는 닦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무의식에 소외감과 외로움이 묵직하게 자리잡아서인지 어려서부터 나는 발도 참 측은하게 느끼곤 했다. 그렇다고 극진하게 대접해 준 것은 아니었지만 웬지 찬송가에 나오는 빛도 없이 이름없이 아낌없이 바치리이다~~ 하는 구절처럼 발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손길 눈길을 받지 못하는 약간은 처량한 신세같았다.

 

왼손도 좀 비슷한 감정이 든다.

웬지 오른손은 주류, 거만, 잘난척, 능숙함, 연고와 뒷빽 많음, 능력, 구관이 명관, 뭐 이런 느낌

왼손은 신데렐라, 재투성이, 콩쥐, 마녀, 신비감, 더딤, 불안, 새로움, 신선함 .. 뭐 그런 느낌

 

걸레질도 왼손으로 해보면 꼭 결정적 지점에서는 어느새 오른손이 걸레를 가로채간다. 모퉁이나 가구 밑둥을 닦을때도. 해보시라.

 

설거지를 할 때도 힘이 잘 안간다. 미끄러지기 쉽고. 확 ~~ 오른손으로 해버릴 때도 있지만

 

공책필기는 구조 자체가 힘들다. 왼손들에게는. 알겠지만

 

여하튼 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고 나쁜 말로 뭔 *랄이냐 싶기도 하겠지만

소외계층 돌봄 차원에서

잠재역량 발굴 차원에서

유휴뇌량 활용 차원에서

 

한 번 해봄직 할 것 같다.

지금 수준은 거의 장애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하다보면 오른손과 맞짱 뜰 일 있지 않을까?

타자 치면 거의 맞짱은 되잖아.

기회를 줘봐야지. 기회를

 

쉰다고 하니 별게 다 생각나고 지르게 되네

 

뭐 제가 그래요.

괜찮지요 ^^

엔터 치려고 하니 오른손이 냅다 오른쪽으로 가네

정신차려

네 차례 아니야

왼손이야 왼손

지둘려줘라~~

맘에 남는 시 몇 편 더 (박경리 유고시집 중)

읽는 것과

낭독하는 것과

쓰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

-----------------------------------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 입원했을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한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우주 만상 속의 당신

 

내 영혼이

의지할 곳이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을 때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햇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

 

바람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다

어디서일까 그것은 어디서일까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다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는 찬바람은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존재의 고적함을 통고한다

 

아아

어느 시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2009년 2월 2일 월요일

수첩. 영수증. 그리고 바람

제목: 남자답게 사는 법

시나리오: 미선, 춘호,

감독: 재구

음악감독 : 경택

출연: 윤희 언주 정풍 춘임

투자자: 윤희 미선 동민?

촬영감독: 호영

리뷰: 영주

동원: 병원 3만 동원

 

그저께 밤, 무슨 계획을 한 것인가?

수첩에 써 있는 내용. 또 후배들에게 영화찍자고 했구낭.

출연을 위해 투자자로까지 나섰남? ㅎㅎ

동민은 누꼬?

병원다니는 후배에게 관객동원까지 부탁한 모양이다. 허허


예술가들과 만나면 참 좋다.

꿈을 꿀 수 있다. 비록 꿈으로 그칠 지라도.

단체에서 얼마전 문화공연이 참 좋았다고들 한다.

특히나 영상매체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

젊은 피의 수혈때문일까?

든든한 영상 일군들이 여러명 생기고 열정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 난 시나리오를 돕든 투자를 유치하든 뭐 밥을 해주든 할 수 있을듯..ㅎㅎ

 

3차까지 간 뒤풀이. 내가 샀나보다. 영수증있네

후배들에게 바람을 얼마나 넣었을까....

글구 내 가슴에도 바람이 있다. 아, 진짜 영화찍게 되남? 올해? ~~~~~~~~~~~~~